‘국내 4대 은행이 대규모 희망퇴직을 활용해 시장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 신문기사 중 눈에 들어온 부분이다.

‘희망’이란 앞으로 잘될 거라는 믿음이나 가능성, 또는 어떤 일을 바라는 말이다. 말대로라면 ‘희망퇴직’은 퇴직을 바라는 노동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사용자가 퇴직을 허용(?)하는 행위다. 그러나 희망퇴직이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직원을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 쓰이는 현실에서 ‘희망’은 ‘절망’으로 읽힌다.

노동자의 입장에서 해고는 삶을 불안하게 하는 최대 위기다. 스스로 위기를 원하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희망퇴직은 해고라는 강제성을 숨기기 위한 말이기에 강제퇴직이며 절망퇴직이다. 구조조정은 기존의 기업조직을 보다 효율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구조개혁이며 대개 인원감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사용자의 입장에서 해고의 책임을 회피하고, 모양새를 예쁘게 포장하기 위해 굳이 ‘희망’이라는 말을 쓴 것은 아닐까?

한편 사용자가 퇴직을 희망하는지 묻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직할 수 있지만, 회사가 퇴직의 뜻을 미리 물을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희망이란 말은 사용자의 입장이 반영된 말로, 강제로 퇴직해야 하는 노동자의 입장에서는 두 번 상처가 된다. 퇴직이라는 삶의 상처와 스스로 원했다는 진실 왜곡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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