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천년시장, 비수기 탈출해법

8090 신나는 음악과 맥주파티

용문천년시장은 중소기업청이 시행하는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지역주민뿐만 아니라 주변 관광지 및 레저, 숙박시설 이용 고객을 겨냥해 ‘밤도깨비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지난 5일 한여름 밤의 뜨거웠던 현장을 소개한다.

지난 5일 오일장이 열린 용문천년시장은 폭염으로 한가하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철 전통시장은 손님 발길이 뚝 끊기는 등 그야말로 극심한 비수기다. 상인들이 가지고 나온 상품을 판매하려 파격적으로 가격인하를 해도 지나다니는 손님이 없어 장사를 접는다.

가족 방문객을 위한 놀이기구도 준비했다.

오일장 상인들이 장사를 마무리하는 오후 5시, 용문천년시장 광장에서는 ‘용문천년시장 밤도깨비 페스티벌’ 손님맞이 준비가 한창이다. DJ 무대가 설치되고 어린이용 놀이기구도 자리를 잡았다. 치킨과 노가리 마른안주세트도 접시에 담긴다. 곰장어부스에서는 곰장어를 구울 숯불을 지피고 있다. 시원한 생맥주부스는 준비를 마쳤다. 손님들이 앉아서 즐길 250석의 좌석도 준비됐다. 사전신청을 한 200명에게 무료로 맥주1잔을 나눠주는 이벤트, 420명이 사전신청을 했지만 1분을 서있기 힘든 폭염에 신청자들이 올지 의문이다. 행사를 준비한 관계자들의 얼굴에서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오후 6시30분, 해가 뉘엿뉘엿 기울면서 더위가 한풀 꺾였지만 찜통더위는 여전하다. 사전참여 신청자 몇 명이 스마트폰을 보여주고 맥주를 받는다. 아직은 손님보다 관계자와 행사참여 상인 수가 훨씬 많다.

용문천년시장상인회는 한여름 비수기 돌파구 이벤트로 밤행사를 처음 기획했다. 이 행사는 상인기획단 중 젊은 층인 40대가 기획을 주도해 SNS홍보, 8090 댄스곡을 중심으로 신나는 치맥파티 등을 준비했다.

지난 5일 용문천년시장 광장에서 열린 ‘용문천년시장 밤도깨비 페스티벌’에 1200여명이 방문해 맥주파티를 즐겼다.

오후 7시, 생맥주부스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서울 홍대에서 활동 하는 ‘DJ 과니’의 진행으로 1980~90년대 인기 댄스곡이 흘러나오자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 시간도 안 돼 준비된 좌석이 꽉 찼다. 음식을 파는 부스마다 주문 줄이 길게 늘어섰다. 생맥주 줄은 20분 이상 줄을 서야 할 정도로 붐볐다. 사람들이 북적이니 이름에 걸맞게 페스티벌 분위기다.

수박 빨리먹기 이벤트에서 이긴 참가자들에게 로컬푸드 청운수박을 부상으로 나눠줬다.

재미있는 이벤트도 진행됐다. 방문자들의 댄스 배틀, 수박 빨리먹기 등이 사회자의 익살스런 진행으로 웃음꽃을 피웠다. 어린 아이들은 DJ앞 부스에 나와서 신나게 춤을 춘다.

양평읍에서 온 대학생들은 “페이스북을 보고 방문하게 됐다”며 “더워서 시원한 맥주와 치킨을 먹기 위해 왔는데 사람도 많고 공짜맥주로 축제분위기가 물씬 난다”고 말했다. 단월면에서 온 가족 방문객은 “용문산에 왔다가 우연히 시장에 왔다. 밤축제는 처음인데 젊은 기운을 느낄 수 있어서 즐겁다”며 “자주 이런 행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상인‧고객 모두 만족해야 페스티벌이지”

상인회, “첫 야시장 경험 살려 활성화”

용문천년시장처럼 무더위와 장마를 이겨내기 위한 전통시장들의 노력은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전북 익산 중앙·매일·서동시장 등 3개 상인연합회는 지난달 22일부터 ‘야시시·으시시·배시시’ 야시장을 운영하고 있다. 매주 토요일 먹거리장터뿐 아니라 귀신의 집, 고고장, 시장골목 갤러리, 추억의 영화관을 운영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하남시 신장시장은 내부 리모델링을 거쳐 5월부터 야시장 먹거리촌 '야식만만'을 운영해 고객들이 늘어났고, 춘천 후평일단지시장상인회와 춘천시는 4월부터 매주 금, 토요일 야시장을 열어 시장 활성화게 기여하고 있다.

용문천년시장 상인들이 페스티벌에 참가해 안주를 판매하고 있다.

용문천년시장 상인들의 반응은 좋다. 행사에 참여한 치킨부스는 3시간 동안 100만원 매출을 올렸다. 평소에는 8시간 동안 매상을 50만원도 올리기 쉽지 않다. 광장이 비좁은 탓에 주변 상점을 찾은 사람들이 많아 인근 상가도 평소 매상보다는 많이 올랐다.

하지만 주최 측이 예상했던 인원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불만의 소리도 많았다. 서종면에서 온 40대 남성은 “신문광고를 보고 일부러 왔는데 치맥파티라고 하기엔 부스가 적어 너무 오래 기다려야 했고, 판매하는 음식 종류도 5가지 정도로 부족했다. 페스티벌이라고 하기에는 준비가 소홀한 것 같아 실망이 크다”고 말했다.

유철목 용문천년시장상인회장은 “처음 기획한 야시장 이벤트에 예상보다 3배나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처음 시도한 행사라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이번 경험을 살려 맥주파티, 막걸리주점 등을 기획해 용문천년시장 상인과 방문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이벤트를 기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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