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마틴 주니어․존 아캠볼트 글, 테드 랜드 그림, 김장성 옮김. 사계절(2003)

예전엔 숫자를 기록하려고 끈에 매듭을 하나씩 만들어놓는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습니다. 이 책 <매듭을 묶으며>에 나오는 인디언 할아버지도 그렇게 수를 기록해둡니다. 숫자를 기록해두는 이유는 뭔가 중요한 이유가 있어서일 겁니다. 그 숫자는 기다림의 날일 수도, 빌려준 돈일수도, 뭔가를 한 횟수일 수도 있습니다. 책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해준 횟수만큼 끈에 매듭을 만들어갑니다. 그것도 매번 하나도 다르지 않은 똑같은 이야기를요. “이 끈이 매듭으로 가득 차면, 그 땐 이야기가 네 마음속에 새겨져 네 스스로 네 자신에게 이야기할 수 있을 거야.” 할아버지는 손자에게 이야기의 힘을 심어주려나 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아이는 시각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아이와 모든 일을 함께합니다. 말 돌보는 방법을, 말 타는 법을, 말을 몰고 힘껏 달리는 법을 가르칩니다. 앞을 보지 못하는 아이가 힘들어 할 때마다, 두려움을 느낄 때마다 할아버지는 아이가 태어나서 지금까지 겪었던 중요한 일들을 반복해서 이야기해줍니다. 마음이 약해질 때마다,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싶을 때마다 아이는 할아버지에게 이야기를 요구합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어른인 제게도 ‘푸른 힘’을 주는 것 같습니다. 제게도 이야기가 필요한 것일까요?

용문산동네서점 ‘산책하는 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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