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양평은 아름다운 자연환경 덕에 최고의 전원주택지로서 관심을 받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경쟁력을 가진 도시로 성장하기는 어렵다. 미래 양평의 도시경쟁력을 높일 묘책은 무엇일까? 대안 중의 하나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미래형 첨단기업의 투자나 창업을 유도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유치로 고부가 가치 상품을 생산하고 주민 소득도 높아지기 때문에 도시는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양평은 자연보전권역, 상수원보호구역, 수변구역 등 다섯 가지가 넘는 중복규제로 투자유치나 산업단지설립이 어려워 현재는 산업도시가 될 수 없다. 군이 추진하고 있는 친환경농업, 관광, 문화산업 육성도 좋은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으나,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좋은 대안이 테크노밸리 같은 첨단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필자가 앞선 칼럼에서 지적한대로 양평이야 말로 쾌적한 환경과 뛰어난 입지여건으로 청정산업인 첨단산업(High-Tech Industry)을 육성할 최고의 도시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중앙정부나 경기도의 정책결정자들을 지속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1997년 2월 필자는 서울시립대 김진현 총장을 보좌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UC Berkeley)을 방문했다. 그 대학은 노벨상 수상자를 수십 명이나 배출했고, 스탠포드대학과 함께 실리콘밸리를 만든 세계 최고수준의 유명 대학이다. 그곳에서 마뉴엘 카스텔스(Maunel Castells)라는 저명한 교수를 만나 오찬과 함께 첨단산업단지 개발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 김 총장은 김영삼 정부의 과학기술부장관을 역임했기에 그런 자리가 마련됐다.

카스텔스의 대표 저서인 ‘세계의 첨단산업단지(Technopoles of the World)’의 57쪽부터 65쪽에는 우리나라의 과학도시와 대덕과학단지가 소개되어 있다. 이미 그 책을 읽었던 필자가 그 내용에 관해 질문을 하였다. “교수님, 대덕과학단지를 어떻게 보셨는지요?” “그 단지는 장점도 보이나 재정낭비가 너무 심해 실패작입니다”라고 답을 했다. 필자가 되물었다. “그 이유는요?” 그가 답했다. “20여 년간 재정투입을 천문학적(Tremendous)으로 한 것은 한국 정부의 정책의지로 볼 수 있으나, 제가 책을 쓰기 위해 그곳을 방문해 조사해 보니 결과(Output)가 하나도 없습니다.” 그랬다. 대덕에 1973년부터 엄청난 재원이 투자되어 수십 개의 국책연구기관과 재벌 연구소가 들어섰으나, 그때까지 연구개발된 기술이 상품화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요?”라고 되물으니 그가 답했다. “수도권이 첨단 산업단지 최적의 입지장소 입니다. 대덕은 입지(立地)도 잘못된 곳입니다.” 그의 지적은 필자의 생각과 똑 같았다. 수도권처럼 최고의 인재가 밀집한 곳이 바로 첨단산업의 최적 입지장소인 것이다. 카스텔스 교수는 이미 우리 사정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서울 위성도시 중 경기도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성남시의 판교테크노밸리는 강남에 입지한 첨단기업들을 쏙쏙 빼내가고 있는데, 서울의 경쟁력을 위협하고 있을 정도다. 카스텔스 교수의 예언이 맞아 떨어지는 셈이다.

양평군도 다른 도시에서 오는 이주민들의 정착을 돕고 있으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들에 대한 체계적 연구와 관리가 필요하다. 이들 이주민은 어떤 사람들인가를 인구학·사회·경제적 관점에서 체계적으로 분석해 데이터 베이스화 하고, 양평의 발전 전략에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주민 중 상당수가 고소득 자영업자, 교수, 예술인, 은퇴한 고급장교, 재벌 임원 출신 등으로 알려져 있으나, 필자는 정확한 공식자료를 보지 못했다. 이들은 양평발전에 큰 도움이 될 소중한 잠재적 인적 자산(Human Capital)이다. 유치에 노력을 해도 힘든 양질의 인적자산이 저절로 몰려들고 있음은 양평에게는 큰 축복인 셈이다. 상당수가 지식과 기술 수준이 매우 높고 경험이 많은 우리 사회의 리더급 인력들이다. 그저 주말에 내려와 잠시 머물고 가거나, 노후를 보내는 이들로 여겨서는 양평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군청이 앞장서 이들이 가진 재능과 경험을 양평 발전에 활용할 방안을 마련하면 좋을 것이다.

얼마 전에 만난 선배는 일찍이 환경관련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가로 양평에 10년 넘게 살고 있지만, 회사는 과천이다. 장거리 출퇴근이 힘들지 않은지 물으니 “아름다운 강변 운전이 나쁘지는 않네. 회사를 집 근처로 옮기고 싶어도 어려우니 자네가 힘 좀 써보게”라고 한다. 아쉽게도 양평에 살지만 일터가 타지에 있는 이런 기업인들 다수가 양평에 살고 있을 것이다. 양평이 규제문제 극복에 성공하고 혁신을 주도하는 새로운 미래 산업의 중심공간으로 발전된다면, 머지않아 대한민국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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