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학자와 함께하는 야간 곤충탐사

최한수 박사가 곤충의 탄생과 진화, 습성, 연구 방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

여름 밤 더위를 피해 야외에서 시간을 보내다보면 찾아드는 불청객이 모기나 나방 같은 곤충들이다. 모기야 향을 피워 쫓는다지만 불빛을 찾아 날아드는 갖가지 곤충들은 멀리 보낼 방법이 없다. 왜 이렇게 나방들은 불빛만 보면 모여드는 것일까? 그 이유를 알고 나면 모여드는 곤충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지난 23일 오후 8시 용문산 야생화마을(연수리 585) 펜션에서 ‘생태학자와 함께하는 야간 곤충탐사’가 열렸다. 비가 간간히 내리는 날씨에도 펜션에 놀러왔거나 인근 지역에 사는 초등생 30여명이 모여 곤충에 대한 호기심을 발산했다. 야간 곤충탐사는 불빛을 따라 모여드는 다양한 곤충을 관찰하고 곤충 표본을 만드는 체험활동으로 최한수 동물학 박사가 진행했다.

불빛을 달빛으로 오인해 모여든 곤충들을 어린이들이 유심히 바라보고 있다.

최 박사는 곤충의 특징을 묻는 질문으로 강의를 시작했다. 질문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 학생이 “머리, 가슴, 배 세 부분으로 이뤄져있고 다리가 세 쌍인 생물”이라고 외쳤다. 정확한 답변이 바로 나오자 “다리가 세 쌍인 것만 곤충이라 부르고 나머지는 벌레라고 불러요. 다리 숫자에 따라 엄마 비명 소리가 다르죠”라며 다리가 4쌍인 거미, 5쌍인 새우와 가재 등에 대해 보충설명을 했다. 곤충의 탄생과 진화, 생태계에서 하는 일에 대한 간단한 설명이 이어졌다.

강의가 진행되는 동안 불빛을 훤히 비춘 흰색 광목천에 곤충들이 하나둘 자리를 잡았다. 강의 중간 중간 날아드는 곤충들을 플라스틱 통으로 재빨리 잡자 아이들은 “저분 사람 맞아?”하며 감탄했다. 나비와 나방의 차이점 설명에 이어 곤충이 불빛으로 모여드는 이유를 물었다. 한윤권(신도림초2) 학생이 “달인 줄 알고 몰려들어요”라고 정확히 답하자 아버지 한승범씨는 아들을 대견하게 쳐다봤다. 나방은 낮에는 새의 공격을 피해 숨어있다 밤에 움직이는데 달빛은 어두운 곳에서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역할을 한다. 나방은 불빛을 달빛으로 오인해 모여들었다 다시 달빛을 찾아 주위를 맴도는데 사람들은 나방이 불빛을 좋아하는 것으로 오해한다. 아침이면 어디로 날아가야 할지 찾지 못해 밤새 배외하다 죽은 곤충의 사체를 전등 아래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벌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도 전자파 때문에 집을 못 찾아서 라고 하니 인간문명이 곤충들에게 피해를 끼치고 있는 셈이다.

충표본은 몸통을 판에 고정한 후 다리를 펴 자연에 가까운 모습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나방 설명에서 학생들이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날개에 있는 가짜 눈 무늬다. 새는 공격할 때 상대의 눈을 쪼는 속성이 있는데 나방은 날개에 눈 무늬를 만들어 새의 공격을 받더라도 날개 일부만 찢긴 채 도망갈 수 있도록 진화했다고 한다.

곤충의 다양한 쓰임새 설명에 이어 마침내 아이들이 기다리던 곤충표본 만들기 시간이다. 스티로폼 위에 마취된 곤충을 올려놓고 핀 4개로 다리를 고정한 후 다리를 자연스런 모양으로 펴는 게 관건이다. 한 학생은 “표본 만들어보는 게 꿈인데 여기서 이룬다”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노린재, 풍뎅이의 몸통을 핀으로 고정시킨 후 다리를 펴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라이트돋보기로 들여다보며 한참을 씨름한 후에야 겨우 고정시켰다. 잠자리 표본을 만든 초등생들은 상대적으로 수월했지만 유치원 아이들은 부모의 도움을 받아 겨우 표본을 완성했다.

참가 어린이들이 곤충표본 만들기에 열중해 있다.

한윤권씨는 “주말주택이 근처에 있어 매주 오는데 아이가 곤충을 좋아한다”며 “새로운 곤충도 알게 되고 표본 만드는 방법도 배워 좋았다”고 말했다.

양평은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주변에서 곤충을 쉽게 볼 수 있다. 최 박사는 “집에서 표본을 만들 때는 마취제를 구하기 힘드니 곤충을 냉동실에 얼렸다 다 만든 후 건조시키면 된다”며 “노린재, 매미 등 내장이 큰 곤충은 냄새가 많이 나 적당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야간 곤충탐사’는 오는 9월까지 매주 토요일 열릴 예정이다. 문의 ☎ 010-5397-3177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