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칼럼> 최근희 서울시립대 도시행정학과 교수

언제부터인가 도시 경쟁력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대체 도시의 경쟁력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무슨 의미이며 어디에서 나올까? 곧 바로 떠오르는 것은 도시에 많은 기업들이 있어서 일자리와 소득을 제공하는 산업 중심 도시다. 그렇다. 분명히 이런 도시는 경쟁력을 가진다. 그 다음은 뭘까? 좋은 학교, 좋은 문화 인프라? 우수한 시민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양평의 경쟁력은 무엇일까? 바로 떠오르는 것은 당연히 한강과 용문산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이다. 모두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자원이다. 이것을 소중하게 지키고 가꾸면서 잘 활용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과제다.

싱가포르는 조그만 도시국가이지만, 경쟁력은 1·2위를 다투는 세계 최고수준이다. 이광요 전 수상의 리더십이 기여를 했지만,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매우 크다. 2007년 방학 때 대학생 30명을 인솔하고 한 달 동안 교류관계에 있는 세계적 명문대인 난양공대(Nanyang Technological University)를 방문했다. 그 대학 국제교류관에 묵으면서 싱가포르 정부기관 곳곳을 방문하여 이 도시의 경쟁력의 원천이 무엇인가를 공부했다.

떠나기 전날 친해진 경영대학원장이 한 골프장의 클럽하우스로 식사초청을 했다. 놀랍게도 싱가포르시에는 골프장이 모두 20개나 있다고 한다. 2층의 클럽하우스에서 내려다보이는 골프장 호수의 멋진 풍경에 감탄을 했더니, 그 호수 물이 싱가포르시민들이 식수로 마시는 상수원이라 한다. 깜짝 놀라 잔디에 농약을 안 뿌리는가를 물었다. 싱가포르는 시민들이 사용할 물이 부족하여 골프장에 큰 호수를 만들어 빗물을 모으고 정수하여 각 가정에 식수로 공급하므로, 당연히 농약사용은 금지되어 있단다. 면적이 699㎢로 서울보다 약간 넓은 도시국가인데, 토지의 20%는 후손들에게 개발 기회를 주기 위해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도시관리나 개발에 대한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양평군의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을 할 때의 일이다. 어느 면에 골프장 신설에 관한 안건이 올라왔다. 회의가 시작되자 도시계획위원회 위원장은 “지역경제 발전과 군청 세수입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안이며, 이미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니 협조를 부탁한다”라고 인사말을 했다. 바로 골프장 개발회사 고위관계자의 파워포인트 프로그램을 이용한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설명이 끝난 후 필자는 몇 가지의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 등 선진국에서 레저시설을 건설할 때에는 지역사회 기여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지역주민의 참여가 필수적인 도시가 많다. 레저시설의 주식을 주민들에게 우선 배정하거나, 직원 중에 일정비율은 반드시 지역주민을 채용하도록 조례로 의무화되어 있다. 그러니 신설될 골프장은 양평군민을 최소 30%쯤 일정비율 직원으로 채용하시라. 청소나 잔디정리 같은 단순 업무 종사자도 필요하겠지만, 양평에 사는 젊은 청년들에게 골프장 같은 레저시설 관리나 경영업무를 배울 수 있도록 관리 직책을 맡기는 방안을 마련하시라”는 등의 권고 발언이었다. 뒤이어 “또 하나는 골프장에 클럽하우스만 짓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콘도미니엄까지 짓는 계획이 있다니 상당한 추가 수익이 발생할 것이다. 양평이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부족하니 이번 기회에 지역사회 공헌을 위해 장학기금 출연 등 상생방안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했다. 이미 결정된 국내도시 사례를 소개했다.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청라신도시에 짓는 골프장 건설안 통과조건으로 100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도록 했다는 것을 전했다.

회의가 끝나고 군청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필자의 발언이 불편했는지, 일부 관계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필자에게 한 마디의 말도 걸지 않았다. 식사를 마치고 주차장으로 함께 가던 다른 위원이 말했다. “최 교수님의 오늘 발언 수위가 상당히 높았어요.” “예, 압니다. 양평이 제 고향이라 기왕이면 관내의 대형 개발사업은 신중해야 하고, 지역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어야 할 거 같아서요.” 그가 웃으면서 응답했다. “아, 여기가 교수님 고향이군요. 잘 하셨네요.”

선진국에는 농약사용이 금지된 골프장이 많이 있다. 독일은 전 국토가 그린벨트나 마찬가지로 모든 골프장에 농약사용이 금지되어 있다. 필자가 살았던 미국의 워싱턴 주도 골프장에 농약을 못 친다.

골프장이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면이 있는 기업이니 당연히 유치해야 한다. 단,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시설이라면, 양평에 골프장을 짓는 것을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을까? 그러나 진정한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은 지역사회에 대한 진정한 기여가 전제되어야 당위성을 가질 수 있고, 양평의 도시경쟁력의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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