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인승 버스, 택시업계 반발로 없던 일로
‘어르신 행복택시’ 전격 운행, 엉뚱한 해결책

지난 1일 운행 예정이던 양평읍 백안리~강상면 병산리 순환버스가 택시업계의 반발로 전격 무산되고 며칠 만에 ‘양평시내 어르신 행복택시’가 운행되자 양평군의 갈팡질팡한 대중교통 정책에 대한 주민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금강고속은 지난 4월부터 양평읍내 주요 거점을 순환하는 15인승 버스노선 증설을 준비해왔다. 국립교통재활병원을 기점으로 벽산블루밍아파트-한신휴플러스아파트-양평병원-양평중-양일중․고-양평역-양평대교-강상성우아파트-양근대교-양평군청-양평역을 순환하는 노선을 7월1일부터 하루 7회 운영하는 것으로 양평군의 승인까지 얻었다.

백안리, 공흥리 일대는 2010년 벽산블루밍아파트에 이어 지난해 한신휴플러스아파트가 들어서며 6년간 1278세대가 증가했다. 여기에 지난 2~3년간 빌라 등 신축건물이 꾸준히 들어서며 어림잡아도 3000명 이상의 인구유입이 일어났다. 하지만 버스운행은 양평시외터미널~백안3리 하루 3회 운행에 그쳐 버스 증차 및 노선신설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아왔다.

이런 가운데 순환버스 운행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자 택시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달 27일 택시운전기사들이 교통과를 항의 방문하고, 봉황택시․양평운수와 양평군 개인택시조합 관계자 등 5명이 군수 면담을 통해 순환버스 운행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학찬 개인택시조합장은 “항의가 아니라 하소연을 한 것이다. 30~40분 손님을 기다리다 운행해봤자 3000~4000원 정도의 기본요금 거리다. 운이 좋아야 강상면, 강하면 갔다 온다. 개인택시야 하루 7만~8만원이라도 벌지만 회사택시 기사들은 사납금 내기도 빠듯하다”고 말했다. 조덕공 양평운수노조위원장은 “벽산과 한신 아파트 손님이 60~70%를 차지한다. 버스가 운행되면 손님이 없다. 요즘은 시골 구석구석까지 버스 안 들어가는 곳이 없는데 대중교통이 아니라 지원금도 못 받고 정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금강고속이 벽산․한신 아파트를 거치지 않고 교통병원을 기점으로 양평터미널-양평병원-양평시장-양평군청-양평역-물맑은양평체육관-그린아파트를 순환하는 수정노선을 제안했으나 현재까지 군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익명의 제보자에 따르면 파업에 돌입하겠다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군이 사실상 순환버스 운행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지난 1일부터 65세 이상 어르신이 이용하는 ‘양평시내 어르신 행복택시’ 2대의 운행을 시작했다. 읍사무소를 기점으로 동아서점-농협하나로마트-양평병원-벽산아파트-교통병원-벽산아파트-양평중-양일중-양평역-양평군청앞을 하루 4회 버스처럼 순환 운행한다. 요금은 시내버스와 동일하며 차액은 군이 보조하는 방식이다.

한신휴플러스에 사는 한 주민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인구가 늘어나면 대중교통 이용이 많아지는 게 당연한데 1300세대가 넘어가도록 군에서 아무 대책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셔틀버스 운행으로 인한 관리비 부담으로 주민갈등까지 일어나는데 주민피해는 안중에도 없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주민은 “교통병원에 이어 연내 완공 예정인 종합운동장까지 대중교통 수요는 계속 늘어나는데 택시업계가 반발한다고 어르신행복택시로 방향을 바꾸다니 황당하다”며 “이런 행정수준으로 인구 17만 운운하는 게 우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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