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누비기 Ⅱ-영춘 이복재 경기도 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한강백운단맥은 용문산의 주봉인 가섭봉에서 남서쪽으로 분기하여 장군봉, 함왕봉, 여우봉, 구름재, 백운봉을 지나 두리봉에 이르러 동쪽으로 분기하여 봉우리 하나를 솟구치고는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틀어 또 다른 봉우리를 들어 올린다. 두리봉에서 이어지는 한강백운단맥은 비호고개를 지나 봉우리하나를 치켜세우니 삿갓봉이다. 양평읍 쪽이나 용문면 쪽에서 보면 한강백운단맥의 산줄기의 거의 끝부분에 들어 올린 산봉우리가 확연히 눈에 들어온다. 삿갓봉과 두리봉에서 동쪽으로 분기한 두 봉우리 안 상부에 삼태기모양으로 형성된 계곡에 양평쉬자파크(이하 ‘쉬자파크’)가 자리 잡았다.

양평읍 백안리·대흥리와 용문면 연수리의 경계가 되는 삿갓봉은 해발 474m에 불과한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양평읍 전체를 굽어보며 솟아있다. 국립지리원에서 발행한 지도에 나와 있음에도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산이지만 쉬자파크 진입도로가 이 산의 양평읍 방향 8부 능선에 개설되어 있으므로 이 도로를 이용하면 쉽게 오를 수 있게 되었다.

이 산은 양평읍내를 비롯한 주변 일대가 훤히 내다보이는 벼랑과 소나무로 이루어진 전망대와, 정성들여 기도를 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전설이 깃들어있는 선바위(일명 ‘아들바위’)가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산이 높지 않은데다가 쉬자파크가 있고 임도가 산을 휘돌아 개설되어 있으며 등산로가 험하지 않아 누구나 쉽게 올라 즐길 수 있는 산이다. 쉬자파크가 생기기 전에는 양평읍내에서 6번 국도를 건너 백안리나 용문면 쪽이 기점이 되어 오르거나, 백운봉~두리봉~삿갓봉코스를 주로 이용했다.

쉬자파크 진입로를 따라 들어가면 입구 못 미친 곳에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이 조형물 앞에 ‘삿갓봉 0.6㎞, 선바위 0.1㎞’라 쓰인 등산로표지판이 서 있고, 이 판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입산하여 경사진 등산로를 따라 오르면 얼마 안 가 새로 개설된 임도에 이른다. 이곳은 높이가 50여m에 이르는 선바위 아래로 바위가 숲 위로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서 있는 모습이 우람하고 장쾌하여 멀리서도 확연히 보인다.

반사경이 설치된 선바위 앞 임도에서 왼쪽 방향으로 가다보면 쉬자파크와 연결되어 비호고개방향 임도와 삿갓봉 등산로가 갈라지는 삼거리에 이른다. ‘하늘숲길’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곳에서 오른쪽 산 쪽으로 난 통나무를 잘라 만든 계단식 등산로를 따라 올라야 정상이다.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우거진 등산로가 계속된다.

통나무 의자가 설치된 쉼터 두 곳 등을 지나 오르다 만나는 삼거리는 정상과 헬기장·전망대가 있는 방향으로 갈라지는 곳으로 오른쪽 방향으로 진행하면 앞쪽 숲 사이로 헬기장이 보인다. 헬기장에는 삿갓봉 등산안내판이 설치되어 있고, 안내팻말에 표시돼 있는 ‘전망대 0.1㎞’를 가리키는 방향으로 가면 여러 개의 돌 더미가 있는 또 다른 삼거리에 도착한다. 이곳에 설치된 안내팻말이 가리키는 전망대 방향으로 바위로 이루어진 좁은 길을 따라 가면 삿갓봉의 명소인 전망대에 도착한다. 쉬자파크에서는 20~25분 정도가 소요되는 거리다.

전망대는 바위와 소나무로 이루어진 천 길 낭떠러지 바위 위다. 전망대에 서면 그야말로 시원한 전망이 펼쳐진다. 좌로부터 추읍산, 이포보와 이포대교, 개군면으로부터 양평읍을 지나 옥천면까지 보이고 양서면 일부와 청계산·마유산·용문산·백운봉은 물론 쉬자파크의 시설 일부분이 더욱 우뚝해 보이는 두리봉과 함께 조망된다. 두물머리 방향으로 은빛으로 반짝이며 흘러내리는 남한강 건너 양자산, 앵자봉, 무갑산과 크고 작은 산들이 만들어 내는 선경도 아름답다. 그리 높지 않으면서도 좋은 전망을 볼 수 있음은 삿갓봉 전망대의 자랑이다.

전망대에서 헬기장으로 되돌아와 지적 삼각점과 정상임을 표시한 판이 있는 정상으로 향한다. 삿갓봉 정상에 지적 삼각점이 설치되어 있음은 이 산이 우뚝 솟아있음을 의미한다. 정상표지석도 없이 누군가가 흰 나무판에 ‘양평 삿갓봉 437.7M’라고 써 나무에 걸어 놓은 팻말이 있어 이곳이 정상임을 알 수 있을 뿐 울창한 숲속이어서 전망조차 없다.

능선을 따라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내려가면 평상이 설치된 임도에 다다른다. 이 임도는 쉬자파크에서 비호고개를 지나 삿갓봉의 동쪽기슭을 따라 이곳까지 연결되고 다시 태봉의 서쪽 기슭(양평읍 대흥리)을 따라 옛 선인들이 용문면 연수리와 양평읍 대흥리를 넘나들던 사거리까지 이어졌다. ‘하늘 숲길’이라는 이름으로 개설한 임도인데 중간에 전망대를 설치해 놓았다. 왼쪽의 추읍산으로부터 남한강 건너 양자산과 강상면 일원, 가까이로는 양평읍 원덕리와 대흥리, 개군면 일원 등이 조망되어 삿갓봉의 전망과는 다르지만 그런대로 아름답다.

전망대 위쪽 봉우리가 태봉이다. 높이 458m인 태봉은 한강백운단맥에서 유명봉으로는 마지막 봉우리다. 한강백운단맥은 태봉의 다음 봉우리인 467봉에서 양평읍 대흥리와 용문면 삼성리의 경계를 이루며 6번국도와 옛 6번국도, 경의중앙선 철도를 지나 흑천에 가라앉으니 양근과 지평을 1420년 동안 갈라놓았던 경계였다. 1908년 두 고을을 통합시켜 양평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고장이 탄생하였으니 산줄기로만 보아도 양평은 화합과 통합의 고장이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