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운택 양평교육장

양운택 양평교육장

 

양평교육지원청은 경기도교육청의 업무를 지원하는 지역 지원청이다. 지난 3월1일자로 부임한 양운택 교육장을 지난 9일 교육지원청에서 만나 양평교육 현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양평교육장으로 부임한 지 100일이 지났는데 소감은… 정말 행복하다. 행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누구나 알다시피 양평의 뛰어난 자연환경 때문이다. 관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갈산공원 산책로를 매일 뛴다. 마라톤을 9번 완주할 정도로 좋아하는데 여기서 안 뛰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 산책로에 보건소 직원이 배치돼있어 몸 상태도 체크할 수 있어 건강관리에 도움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교육환경이다. 경기도 분당의 입시성적 우수 고교에서 3학년 이과수학을 가르쳤고, 장학사와 연구원으로 근무하며 오랫동안 진로상담 업무를 담당했다. 점수 따서 좋은 대학 가게 하는 교육은 본질에서 벗어났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대안학교인 이우학교 설립과정을 지켜보면서 중등 혁신학교 모델로 생각했는데 양평의 혁신학교를 방문하면서 또 다른 혁신교육 모델을 배웠다. 지역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혁신학교를 만들고 있어 놀랍다.

▶ 현재 교육현안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한마디로 말하면 ‘진로교육’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모든 교육은 진로교육이다. 그렇지 않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진로교육을 중요시한다. 진로교육은 삶을 위한 교육으로, 살펴봐야하는 측면이 다양하다. 우리나라 진로교육 개념은 ‘대학진학’, ‘직업선택’으로 사고의 폭이 좁다. 경제개발로 후진국에서 벗어나는 것이 목표였던 시절엔 진로교육이란 개념 자체도 없다가 80년대 들어서서야 진로교육이 생겼다. 2000년 이전까지는 ‘나를 이해하고 직업세계를 알고 직업분야를 정하고 준비해서 사회에 내보내는 것’이었다. 정부는 성인이 되어 살아갈 길을 찾아주는 진로교육을 강조하지만 이런 취지는 학교현장에 내려오면 눈 녹듯 사라지고 결국 영어, 수학 위주 입시교육에 머물고 있다.

교육을 통해 어떤 사람을 키우려고 하는지, 추구하는 인간상을 보여주는 것이 교육과정이다. 개정교육과정의 핵심은 ‘자기 주도적 인간상’이라고 생각한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해 주도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하는데 대부분 학교에서는 점수 많이 받는 기술만 가르친다. ‘체인지 메이커(Change Maker)’ 교육으로 방향전환이 돼야 한다.

▶ ‘체인지 메이커’ 교육은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쉽게 말하면 사람들이 “빈부격차가 문제야”라고 말할 때 해결방법을 찾는 사람이 체인지 메이커다. 많은 사람들이 문제 자체에 관심을 가질 때 해결책을 찾아내고 실천에 옮기는 사람이이다. 학생들을 체인지 메이커로 교육하는 게 바로 진로교육이다. 예를 들어보겠다. 서울 창덕여중 학생들은 등교를 하려면 문화재로 등록된 성곽 때문에 먼 길을 돌아가야 했다.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했지만 문화재라 손댈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몇몇 학생들이 주변 여론을 모으고 구청, 시청을 쫓아다니면서 성곽 위로 철제계단을 설치해 문제를 해결해냈다. 이 일을 계기로 학교문화가 달라졌다. 학생들은 보통 성적 이외의 주변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는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주변에 공감을 만들어내고 주인의식을 배우게 됐다. 자기 주변의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해결해본 경험을 통해 자존감을 갖게 된 사람을 이전으로 되돌리지는 못한다. 현실에서 어떤 문제가 닥쳐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으로 길러내는 것이 교육이다.

▶ 교육현장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나… 경기도교육청 진로지원과장 시절 교사·학생 진로교육, 학생 리더십교육 등에서 체인지 메이커 연수를 진행했는데 만족도가 높았다. 현재까지 연수에 참여한 양평 교사는 115명이다. 체인지 메이커는 학교뿐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변해야 가능하다. 지역사회 다양한 자원과 연계하기 위해 양평군에 제안해 지원을 약속받았다. 학교 내에서는 학생회 하부조직으로 체인지 메이커팀을 만들어 왕따, 잔반처리 등 현안을 스스로 해결하는 사례를 만들고 결과 공유회를 통해 학교문화로 정착되도록 할 예정이다. 학생들의 활동에 지지기반을 만들어주기 위해 학부모, 교사 연수도 꾸준히 할 예정이다. 현재 서종․양평동․옥천 3개 초등학교, 국수․서종․양동․양수․양일․양평․청운 7개 중학교가 체인지 메이커 선도학교로 참여하고 있다.

▶ 단위학교의 자율성 보장과 형식적 동아리활동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데… 체인지 메이커는 예산이 필요한 사업도 아니고, 모든 걸 그 일에만 몰입하라는 것도 아니다. 체인지 메이커 성향을 학생들 마음속에 갖게 하려는 것이다. 선생님들에게 부담 안 주기 위해 학교개입이 없도록 규정해 놨다. 도내 한 학교에서 교장으로 3년간 근무하면서 학교변화에 앞장선 경험이 있다. 계속 발전할 줄 알았는데 학교를 떠난 후 소식을 들어보니 추진했던 게 모두 무너져 실망했다. 그런데 학생동아리만은 그대로 지속되고 있었다. 학부모, 교사 중심으로 해서는 안 된다는 걸 느꼈다. 학부모나 교사는 학교를 떠나면 그만이지만 동아리, 학생문화는 지속된다. 지속가능성이 제일 중요하다.

▶ 아파트 인근 과밀학급과 면단위 학생 감소 문제가 동시에 존재한다. 양평교육 현안에 대한 대책은… 올해 지자체의 교육예산이 늘긴 했지만 예산확보로 더 나은 교육환경을 만들겠다. 양평지역 인구 증가에 비해 학생 수 증가는 많지 않은 상황이다. 소규모 학교의 경우 특화된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 유입에 힘쓰겠다. 혁신교육이 인구유입을 가져왔듯 체인지 메이커도 학생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전체 학생의 25%가 양평초에 몰려있는데 부모들의 생각도 변해야 한다. 지역정서상 특정학교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데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볼 때 학생 돌봄에서는 힘들 수도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양평교육생태계’를 만들기 시작했다. 학교나 마을단위로 존재하는 교육자원을 모아 양평지역 어디서나 공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서종․양서면 지역에 고등학교 신설 요구가 있는데 가능한지… 학부모들을 만나 법 개정, 예산 확보, 학교 신설 등에 대한 다양한 요구를 들었다. 학부모 체인지 메이커 동아리에서 사안 별로 팀을 만들어 해결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문제 공감, 팀워크를 거쳐 유관단체와 협력적 리더십으로 문제를 해결해가는 활동으로 전개될 것이다.

▶ 이재정 교육감 취임 이후 공문이 줄었다고 하나 소규모 학교에선 여전히 버겁다는 말이 나온다… 도교육청 월례회의를 없애고 ‘사이다(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다 같이 소통)의 날’로 바꿨다. 직원들이 교육청 공문 중 없애야할 것, 학교를 괴롭히지 말아야할 것 등을 분임토의하고 있는데 4월에 40여 가지가 나왔고 그 중 80%를 반영했다. 나머지는 법 개정이 필요하거나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사안이다. 5월에는 30여 가지가 나왔는데 반영할 방법을 찾고 있다.

▶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은… 학생상담이 학생 스스로 해결할 힘을 길러주는 것이듯 학교 의견을 청취하는 담임 장학의 최종 목적도 학교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다. ‘Everyone is a Changemaker.’ 모두가 변화의 주역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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