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설계비 받아놓고 타 용도 사용구상

예산 목적 외 사용금지 원칙 저촉 지적

 

재단법인 세미원이 수장고를 신축하는 대신 기존 연꽃박물관 4층을 리모델링해 수장고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수장고 등의 신축공사에 필요한 설계비를 다른 용도의 건물로 지을 계획을 내비쳐 예산의 목적 외 사용금지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양평군과 세미원에 따르면 양평군은 올해 본예산에 편성한 세미원 출연금 5000만원을 ‘세미원 수장고 및 화장실 신축공사 설계비’로 지출하도록 했다. 경기도에 공식 등록된 세미원의 공식 수장고는 연꽃박물관 2층 전시실 한쪽 13㎡의 비좁은 공간인데다 이곳에 보관된 유물도 없다. 실제 수장고는 세미원에서 약 7.5㎞ 떨어진 양서면 신원리에 있다. 2007년 (사)우리문화가꾸기가 건축허가를 받아 지은 건물로, 세미원 유물과 우리문화가꾸기가 보유한 자료 등 1만여점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세미원 연꽃박물관의 유물을 보관하는 수장고는 세미원에서 7.5㎞ 떨어진 외딴 곳의 창고에 있다. 수장고 설치 및 이전은 법에 따라 경기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 수장고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았다.
세미원 유물을 보관한 양서면 신원리 창고의 지난해 9월경 내부 모습. 수장고 필수시설인 항습·항균 장치도 없고, 1만여점의 자료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방치되어 있다.

군의회는 지난해 9월 신원리 창고를 현장조사한 뒤 세미원의 허술한 유물관리를 질타하며 수장고를 조속히 신축하고 정식 등재된 유물을 제대로 보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군은 올해 본예산에 수장고 및 화장실 신축에 필요한 설계비 5000만원을 편성했다. 그러나 세미원은 군의회가 올해 본예산을 통과시킨 지 6개월이 되도록 수장고 신축공사 설계를 착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수장고를 신축하라고 편성한 군 출연금을 다른 용도의 건물을 짓는데 사용할 구상임을 밝혀 부적합한 예산 집행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노준 세미원 대표이사는 지난 13일 “수장고 설계직업은 아직 들어가지도 않았다”며 “다만, 수장고는 연꽃박물관 4층을 리모델링하고, 신축할 2층 건물은 매표소와 교육실 및 체험실 등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세미원이 2012년 연꽃박물관 신청 시 수장고로 등록한 곳으로 연꽃박물관 3층에 있다.

하지만 신원리 창고에 보관된 방대한 양의 유물을 130여㎡ 공간에 제대로 보존·관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과, 세미원 내 신축건물의 적법성 여부가 논란이 될 전망이다. 더구나 매표소는 연꽃박물관 1층 카페 내에 두는 것으로 논의가 모아진 바 있어 건물을 신축하면서까지 매표소를 둘 명분도 없다.

세미원 부지 대부분은 건축물을 짓거나 용도변경, 물건을 쌓아두는 행위 등을 할 수 없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이자 상수원보호구역이다. 세미원 내 그린벨트가 아닌 곳은 사무실 건물과 연꽃박물관 부지뿐이다.

그런데도 세미원은 사무실동 맞은 편 부지에 건물을 신축한다는 구상이다. 이에 대해 기 대표이사는 “개발제한구역이라도 공공시설물은 (인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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