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는 ‘감사’ 안하고 ‘업무보고’ 그쳐
‘용두사미’ 지적 여전… 주민 참관 늘어

7대 양평군의회의 마지막 행정사무감사가 지난 7일 시작됐다. 지방선거를 1년 앞두고 의원 개개인의 역량을 발휘해 주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행감을 참관한 주민과 기자 대다수는 의원들의 ‘용두사미’ 지적과 ‘업무보고’ 수준의 감사 행태가 반복되며 실망감을 안겼다는 평을 내렸다.

군의원들의 구태의연한 모습은 변하지 않았지만 행감을 대하는 언론과 주민들은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인터넷 언론인 미디어연합은 주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행감 생중계를 준비했지만 군의회와 사전 미협의로 무산됐다. 더불어민주당 여주양평지역위원회 당원들과 양평군민포럼 등 시민단체에서도 행감 내내 참관하며 감시의 눈길을 밝혔다.

지난 7~15일 열린 양평군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질문에 나선 군의원들. 왼쪽 위부터 박명숙, 박현일, 박화자, 송만기, 송요찬, 이종화 의원.

본지는 7일간 진행한 행감에서 지적된 내용을 두 차례에 걸쳐 지면에 공개한다. 군의원과 군청 공무원들의 어이없는 행태도 모아서 정리했다.

군내 연간 일자리 60개뿐… 좋은 곳은 ‘퇴직공무원’ 차지

지난 9일 지역경제과 일자리창출 감사에서 퇴직공직자의 재취업 지적이 나왔다. 군이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와 올해 공공근로를 포함해 3161명이 취업했는데, 이 중 기업체에 정식 채용되는 양질의 일자리는 고작 60개에 불과했다.

박현일 의원은 “1년에 정식 일자리가 60개도 안 되는 것이 양평군의 실태다. 그럼에도 좋은 자리는 퇴직공무원들이 차지하고 있다. 연금까지 받는 분들이 이렇게 열악한 일자리상황임에도 재취업을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사전 합의 없었던 행정타운

김선교 군수의 핵심공약 중 하나인 행정타운이 사전 관계기관과 아무런 협의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군이 지난 2015년 실시한 행정복합타운 건립 타당성검토 용역에 따르면 행정타운 이전 대상 9개 기관 중 이전을 희망하는 곳은 3곳에 불과했고, 4곳은 이전 불가, 2곳은 무응답이었다.

박현일 의원의 “이전을 원하는 기관이 적은데 타당성 용역 전 해당 기관들에게 이전과 관련된 의견수렴이 있었나”는 질문에 최종국 도시과장은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김 군수는 행정타운 이전을 공약으로 내면서 아무런 사전조사도 없었다는 의미고, 이는 군민을 우롱하는 것으로 군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명숙 의원도 “행정타운 이전은 사전에 기관들과 충분한 협의와 설득작업이 필요함에도 그런 노력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수박 겉핥은 양평공사 감사

지난 12일 열린 양평공사 감사는 약 1시간30분에 걸쳐 진행됐다. 모든 의원들이 지적에 나섰지만 대부분 수박겉핥기에 머물렀다. 박현일 의원은 김영식 사장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공사를 맡아 이만큼 안정시킨 부분을 높이 산다”며 별다른 지적없이 넘겼고, 박명숙 의원은 “군내 어린이집에도 친환경농산물 공급할 방안을 강구하라”고 요구하는데 그쳤다.

송만기 의원은 “공사가 보유한 김포시 토지의 공시지가가 갑자기 10배 이상 오른 것을 두고 공사 자산을 늘리기 위한 꼼수 아니냐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하자 김 사장은 “김포시가 해당 토지의 형질변경을 해 오른 것이지 다른 이유는 없다”고 해명했다.

송요찬 의원은 김 사장의 성과계약과 관련해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위탁사업을 통해 10억원 가까운 이윤 발생이 유통사업 적자 메우는 데 사용되는 점, 유통사업의 지속적인 적자 양산, 김 사장의 업무추진비 사용 과다, 업무별 통장 구분 사용 미흡, 중장기 경영전략 미흡 등을 지적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유통사업 총매출, 적자폭, 적자양산 이유 등을 구체적으로 따지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김 사장은 “주말도 없이 사람을 만나며 판로개척하다 보니 업무추진비를 많이 썼다”며 “공사의 존재목적이 친환경농산물 유통에 있고, 그 공공성을 우선해 유통사업 적자는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왕좌왕 ‘도시락사업’… “차라리 전문업체에 맡겨라”

양평체험마을(농촌나드리)이 경기도 공모사업에 선정돼 추진하고 있는 도시락사업이 담당공무원의 관련 법규와 규정 미숙지로 두 번이나 변경되며 지체되고 있는 점, 과오를 어물쩍 넘기려한 담당부서장의 자세 등이 의원들의 집중 질타를 받았다.

박명숙 의원은 농촌나드리가 소규모 체험객들을 위해 추진한 도시락 사업이 계획단계부터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도시락 사업부지는 용문면 삼성리 별내마을에서 양평읍 대흥리 양평공사, 청운면 삼성리 청운농산물판매장으로 몇 달 만에 두 차례나 변경됐다. 박 의원은 “토지소유자의 동의과정 없이 별내마을로 선정하고, 도시락 생산은 가능하지만 이동이 안 되는 양평공사부지로 다시 변경하고, 일을 거꾸로 하고 있다. 처음 세부계획부터 잘못됐다”며 “공모사업이라고, 몇 억 준다고 무조건 따올 게 아니다. 전문업체를 선정해 사업을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송만기 의원은 “도시락사업은 이미 호황이 아니다. 유명업체도 힘든 상황인데 군이 사업을 진행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했고, 박현일 의원은 “양평친환경로컬푸드의 산나물도시락도 3년 만에 수지타산이 안 맞아 사라졌다. 도시락사업에도 군비(4억9000만원)가 들어간다. 과거 실패한 사업을 부서만 달리해서 왜 되풀이 하냐”며 지적을 이어갔다.

잇단 해명과 사과로 마무리되는가 싶던 감사는 송요찬 의원의 문제제기로 다시 불이 붙었다. 김윤중 과장은 “도시락공장 리모델링 사업자인 (주)도은종합건설과의 계약해지 사유는 군이 했어야할 계약을 농촌나드리가 체결해 지방자치단체계약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기 때문이고, 이에 대한 처분도 받았다”고 답변하고도 이종화 의원의 질의에는 ‘계약법 변경’이라고 대답했다. 송 의원은 “들어올 때 선서하고 왜 거짓 증언을 하느냐”며 “감사기관에 나와서 거짓 증언 하면 안 된다. 소상히 말해야 한다”고 질타했다.

“130마리 소똥구리의 명복을 빈다”

양평군은 지난해 2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국내에서 자취를 감춘 환경지표종 소똥구리의 복원과 증식을 통해 친환경 생태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목표로 ‘소똥구리 복원사업’를 추진했다. 조규수 문화체육과장을 단장으로 하는 일행은 지난해 몽골을 방문해 몽골국립농업대와 생물‧환경 연구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30마리의 소똥구리를 채집해왔다. 그러나 소똥구리는 모두 죽어 복원 계획은 실패했다.

군은 올해 예산 5500만원과 곤충산업전문화단지조성사업비로 확보한 2000만원 등 총 7500만원으로 다시 몽골을 방문해 사업을 추진한다.

박명숙 의원은 “고려대도 3년간 연구 끝에 실패한 사업이다. 과연 친환경 생태도시의 위상을 높일만한 가치가 있는 사업이냐”고 따져 물었다. 조 과장은 “어려운 것을 해야 의미가 있지, 남들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건 의미없다”고 말했다.

박현일 의원은 “국가가 해야 할 사업을 양평군이 하고 있는데, 말똥구리든 소똥구리든 살아야 똥구리다. 정부지원을 받도록 하라”고 지적했지만 곧 “몽고 잘 다녀와서 보고하라”고 말해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