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유아 놀이터, 문화센터 등 보육시설 요구 높아

<지속가능한 양평,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③>

①초고령사회 양평… 인구 늘어나는데 30년 후 소멸위험?

②지속가능한 지역사회… 20·30대 가임기 여성을 잡아라

③출산지원금?… 일자리, 보육환경, 교육지원이 ‘열쇠’

④양평의 미래… ‘생각’을 바꿔야 길이 보인다

 

지난호에 이어서

양평군은 올해부터 첫째아 출산장려금을 지원하는 등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정작 아이를 낳아 키우는 가임기 여성(20~39세)들은 보건의료서비스 개선, 보육시설과 교육환경 조성을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 영유아를 둔 양평지역 젊은 엄마들의 밴드모임에 ‘아이 낳고 키우기 좋은 양평이 되려면 어떤 출산정책이 필요한가’, ‘출산선물(10만원 상당)을 지원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등의 의견을 달아달라는 공지사항이 올라왔다. 지난달까지 106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금전적 지원보다는 의료, 출산․보육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댓글이 94개로 대부분이었다. 소아과(야간진료 포함), 산부인과, 산후조리원 등 보건의료서비스와 관련한 요구가 47개로 가장 많았고, 놀이터․문화센터(28개), 인도설치(19개) 순이었다.

 

‘갈만한 소아과, 산부인과가 없다’ 

“병원 때문에 양평 살기를 망설인다는 사람들 많아요. 정책보다는 인프라가 중요할거 같은데. 공공산후조리원, 산후도우미 확대지원 등등 얼마든지 의견이야 낼 수는 있죠. 단기간 실행될 정책은 별로인 것 같아요.”

양평에는 출산 가능한 산부인과병원과 산후조리원이 이미 있지만 가임기 여성들의 이용만족도가 높지 못한 게 현실이다. 양서면, 용문면 등의 경우 지리적인 접근성도 떨어져 인근 도시에서 원정 출산을 하는 경우가 많다. 새로 병원을 유치하기 힘든 현실에서 군 차원의 집중지원과 시스템관리로 이용만족도를 높일 수 방안은 없는지 고민해야 한다.

양평의 자연환경을 활용한 출산센터 유치나 공공산후조리원 등 한발 나아간 정책고민도 필요하다. 한 주민은 “자연환경도 좋은데 편안한 분위기에서 출산하고 산후조리하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울인근이라 많이 찾을 거라 봐요. 일자리창출도 되고, 센터 찾는 군민에게 할인혜택도 주어진다면 양평 마케팅도 되고 출산 장려하는 분위기가 되겠죠”라고 제안했다.

이 제안은 실제 지난 2012년 서종면에서 지역만들기의 일환으로 시도됐다. 전문교육을 받은 지역민을 산후도우미로 고용하고, 기존 펜션에 산모전용공간 기능을 갖춰 친정집처럼 머물 수 있는 산모마을을 조성하는 ‘산모토피아’ 사업이었는데, 지역만들기 사업단위가 법정리로 바뀌면서 전격 추진되지는 못하고 있다. 김분순 산모토피아 대표는 “전문교육장 부재, 낮은 산후도우미 수가, 교통 등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아기와 산모를 마을이 함께 돌보는 출산문화를 이어가면서 지역경제도 활성화하는 양평의 특색사업”이라고 말했다.

믿고 갈만한 소아과, 야간 진료하는 소아과에 대한 요구도 높다. 김은경(42·용문면)씨는 “소아과가 없어 아이가 아플 때 내과를 가는데 이른 시간부터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들로 수업시작 전에 진료받기가 힘들다”며 “항생제 처방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학부모들에게 믿고 갈만한 소아과가 부족한 게 큰 문제”라고 말했다.

 

갈산근린공원 놀이터

‘체육시설 많은데 그 흔한 놀이터는 없다’ 

“아파트단지 말고는 동네에서 아이들이 놀 공간이 전혀 없어요. 주말에 약속 없으면 서울(친정)의 놀이터 가서 놀고 옵니다. 그럴 때마다 이사 가고 싶은 맘이 굴뚝같죠.”

가임기 여성들은 놀이터나 문화센터, 영․유아 교육문화프로그램이 부족한 것에도 불만이다. 읍․면소재지마다 생활체육공원이 있지만 아이들 놀이터가 조성된 곳은 별로 없다. 양평읍 갈산근린공원 놀이터 보수공사 당시 젊은 엄마들 사이에선 그나마 있는 놀이터마저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하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한 주민은 “강상체육공원에 애들 데리고 나가면 뛰어놀게 하는 것뿐 다른 할 게 없다”며 “야구장, 축구장, 파크골프장까지 있고 대지가 그렇게 넓은데 어떻게 놀이터 하나를 안 만들어놓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영․유아 교육문화프로그램 운영을 위해 복지관이나 주민자치센터, 면사무소 공간을 활용하게 해달라는 의견도 많다. 어린이도서관을 비롯한 도서관 프로그램으로는 영․유아 수요를 충족시키기 어렵다. 한 주민은 “어차피 유야전용문화센터가 생겨도 교통문제로 이용이 어려울 것 같다”며 “주민자치센터에 영․유아프로그램을 개설하고 복지셔틀버스를 운행해달라”고 요구했다.

 

‘인도에서 유모차 끌고 다니는 게 꿈’ 

“양평 이사 와서 제일 처음 한 일이 유모차 판 거네요. 유모차 타고 다닐만한 인도가 없어요.”

어린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선 기본인 유모차조차 끌고나갈 수 없는 곳이 양평이다. 주거지 주변으로 인도가 제대로 조성돼있지 않고, 도로면이나 경사도 때문에 가져나간다 해도 제대로 끌고 다닐 수 없다. 한 주민은 “겨울만 되면 멀쩡한 도로 다시 복구하던데 그런 곳에 (세금) 사용하지 말고 유모차 끌고 다닐 수 있는 인도길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개인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물 부족도 큰 불만이다. 용문면 조현초, 강상면 세월초 등 혁신학교 주변으로 이주민이 증가한 마을치고 물 문제를 겪지 않은 곳이 없다. 물 맑은 양평이라고 해서 이사 왔더니 물도 못 사시고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마을상수도 부족이 원인인데 기반시설도 갖추지 않은 채 ‘인구 17만’을 외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중앙정부 차원의 문제다. 지자체는 지방소멸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한 젊은층 인구유입을 고민해야 한다. 가임기 여성들의 요구에 군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중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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