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누비기 Ⅱ-영춘 이복재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두 고을이 통합되어 양평이 되기 전 예의 양근과 지평의 경계였던 한강백운단맥상의 산 중 백미는 단연 백운봉이다. 백운봉은 지난호에서 ‘한국의 마터호른, 백운봉’제목으로 이미 다룬바 있지만 한 번 더 다루기로 한다. 백운봉은 미봉으로 수도권 산행지로 또한 양평을 상징하는 경승 중 하나로 신문 등 주요 언론의 주목을 많이 받고 있는데다 산줄기의 이름으로 쓰일 만큼 이 산줄기의 의미와 큰 비중을 가진 산이기 때문이다.

백운봉은 용문산의 주봉인 가섭봉에서 남쪽으로 3㎞정도 거리에 우뚝 솟은 해발 940m의 산으로 양평군의 소재지가 된 양평읍의 주산이기기도 하다. 용문산 가섭봉에서 남쪽으로 분기한 한강백운단맥은 장군봉, 함왕봉을 지나면서 점차 고도를 낮추다가 보물 같은 바위산인 여우봉을 감추는 듯 살짝 들어 올리고는 깊은 안부를 이루니 구름재이다. 구름재를 지난 산줄기는 갑자기 솟구쳐 숨이 턱에 찰 정도 심한 경사를 이루며 백운봉정상을 우뚝 세운다.

표지석과 전망데크, 백두산 천지에서 가져온 통일암 등이 있는 정상에 서면 사방이 뚫린 전망을 감상할 수 있다. 양평시내가 발아래처럼 내려다보이고 추읍산 너머로는 유유히 흘러내리는 남한강의 은빛 물줄기가 반짝인다. 용문산 최고봉인 가섭봉과 이 산이 거느린 수많은 봉우리는 물론 추읍산·양자산·백병산·갈기산 등 원근에 걸친 양평의 주요 산들이 겹겹이 마을과 시내를 감싸고 있는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답다. 날씨라도 좋으면 멀리 치악산의 이어선 준봉들도 눈에 들어올 정도로 전망이 좋은 산이다.

이처럼 백운봉은 한강백운단맥 산줄기의 산 중 주변 산들을 제치고 우뚝 솟은 모습이 우람하고 아름다운 미봉이다. 등산은 주로 양평읍내에서 새수골마을과 용문산휴양림을 거쳐 오르는 코스, 옥천면 사나사에서 오르는 코스, 용문면 연수리에서 오르는 코스를 이용한다. 그중 가장 많이 이용하는 코스는 정상부 등 극히 일부구간을 제외하고는 어린이 등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를 수 있는 양평읍내에서 용문산휴양림을 거치는 코스다. 특히 양평이 수도권전철시대에 접어들면서 백운봉이 많이 알려지고 외지 등산객이 부쩍 늘었다.

이 코스를 이용하면 용문산자연휴양림을 통과해야 한다. 이 휴양림은 양평군이 직접 운영하는 것으로 읍내와 백운봉의 중간쯤에 위치하고 있다. 정상을 향해 휴양림을 통과하다보면 어느새 양평읍내 쪽 전망이 트이는데 시내가 주변의 산과 강과함께 어울려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다. 휴양림을 지나 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으로 접어들면 경관이 뛰어나 심산유곡에 들어온 듯하다. 백운봉에 오르는 주 등산로이기 때문에 등산로 변에 체력단련장, 산림욕시설, 야생화·철쭉단지 등 울창한 산림과 조화를 맞추기 위한 산림휴양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힘이 어느 정도 들고 목이 마를 때쯤이면 백년약수터도 있다.

새수골에는 수월암(水月庵)이라는 절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우리나라는 개국 이래 경천의 의미로 명산에 제단을 만들어 제천의식을 봉행하여 왔고, 1899년(광무 3) 만든 양평읍지(楊平邑誌)에는 조선조에 국태민안과 이 고장 사농공상(士農工商)의 번영과 우순풍조(雨順風調) 시화년풍(時和年豊)을 기원하기 위하여 용문산 수월암 서변상두(西邊上頭)에 용문산제단(龍門山祭壇)을 설치 제를 올렸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한, 선사상과 차에 관한 저술에 몰두하여 큰 족적을 남긴 조선후기의 초의선사(草衣禪師,1786~1866)가 46세 때인 1831년 용문산을 오르며 새수골에 있던 절 수월암에서 하루저녁을 묵으며 상숙수월암(上宿水月庵;수월암에 올라 묵으며)이라는 시를 남겼다. 일제에 의해 국치(國恥)를 당하면서 중단, 오랜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잊혔던 용문산령제는 휴양림부근에 용문산령제단을 새로 만들어 매년 용문산령제를 지내고 있다. 용문산령께 제를 올리는 제단을 이곳에 두었던 이유는 아마도 용문산의 정기가 가장 잘 벋어 내려온 곳이 이곳이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 산줄기 양근 쪽에는 사나사와 함께 적어도 조선초기부터 1830년대까지도 수월암이라는 절이 존재하고 있었으나 지금은 위치조차 알 수 없으니 안타깝다.

백운봉에 오르는 코스 중 자주 이용하는 코스 중 하나는 용문면 연수리 버스종점에서 형제우물을 지나 오르는 코스다. 거리는 4㎞정도이고 3시간정도가 소요된다. 경사가 심한숲길로 로프를 설치한 구간도 있어 쉽지 않으며 골짜기에서 흘러내리는 도랑을 몇 번 건너야 하고 워낙 깊은 산중이라 숯을 굽던 숯 가마터도 볼 수 있으며 등반 내내 전망도 없다. 정상에서 1.1㎞ 못 미친 곳에 형제우물이라는 약수터가 있다. 이 약수터에는 안내표석이 있고 우물 앞 공터에는 돌탑도 있다. 예전에는 이곳에 움막을 짓고 기거하며 기도처로 사용하기도 했던 곳이다. 바위틈 나오는 석간수가 두 곳이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형제우물에서 백운봉정상까지의 직선거리는 짧으나 낭떠러지 바위로 이루어져 로프를 이용하였으나 위험구간이어서 지금은 폐쇄하고 우회하여야 한다.

예의 양근과 지평을 통합한 산줄기인 한강백운단맥상에 이런 명산이 있음은 양평의 큰 자산이며 자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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