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는 정원’ R401 디스커버리 파크>
정원 거닐며 잃어버린 ‘내 안의 낙원’ 다시 찾기
아트스튜디오 갤러리 카페 텃밭 스퀘어가든 갖춰
정원은 문명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으로 삶을 꾸려나가는 구체적인 생활공간이다. 헤르만 헤세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혼란과 고통에 찬 시대에 영혼의 평화를 지키는 방법”이라고 했다. 박완서의 산문집 ‘호미’의 ‘어머니의 호미가 일군 글밭에 꽃을 심다’와 ‘삶의 마지막 지혜를 일깨워준 그 꽃들은 노란집에서 여전히 피어나고 있습니다’는 정원을 가꾸면서 만들어진 따뜻한 글귀다.
모든 아픔을 편안하게 받아주고 어루만져주는 최고의 장소는 정원이다. 양평 곳곳에 아름다운 정원들이 늘고 있다. 양평을 대표하는 정원인 세미원처럼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잘 가꿔진 자연경관을 보면서 삶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작지만 아름다운 정원들이 가든, 파크 등의 이름으로 속속 주민 곁을 찾아가고 있다.
스마트폰 어플 웹툰 형식 질문에 답,
명작동화 기반 5개 테마정원 지나면
‘부화의 정원’서 발견하는 ‘나의 새’
강상면 신화리에 최근 문을 연 ‘R401 디스커버리 파크’는 지친 우리의 삶을 토닥토닥 다독이며 위로해주고 행복과 기쁨으로 되돌려주는 장소다. rest(휴식), relax(이완), retreatment(재치료)의 뜻을 담은 R과, 번지수 401을 정원의 이름으로 지었다. 정원에서 내 안의 낙원을 발견하고 나를 찾는다는 의미에서 디스커버리 파크라고 명명했다.
다음달 1일 정식 개장을 앞두고 찾아간 그곳 정원은 여느 정원과는 조금 달랐다. 입구에 들어서니 다섯 개의 작은 정원인 ‘나를 찾는 정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헨젤과 그레텔, 개구리 왕자, 브레멘음악대, 오즈의 마법사, 빨간 모자 등의 세계 명작동화를 스토리텔링으로 구성한 공간이다. 이 때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실행하면 웹툰 형식의 ‘나’를 상징하는 ‘알’이 나온다.
체험객은 다섯 개의 나를 찾는 정원을 지나면서 마치 게임을 풀어가듯 질문에 답을 하면 취합된 자료가 분석돼 나의 새가 어떤 타입인지 알게 된다. ‘나의 새’는 ‘부화의 정원’에 이르러 확인할 수 있다. 독수리 정원은 정상을 꿈꾸는 사람, 백로 정원은 사소한 일도 정확히 하고 지구력과 인내력이 있는 사람, 종달새 정원은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주변사람을 성공으로 이끄는 안내자, 비둘기 정원은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지혜를 가진 사람, 파랑새 정원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능력이 뛰어나며 자유롭고 싶어 하는 이의 정원이다.
김정수 R401 디스커버리 파크 이사는 “체험객은 자신에게 맞는 유형의 정원에서 최고의 편안함을 느끼는 반면, 다른 정원에선 그렇지 않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형별 심리분석을 통해 최적의 정원을 조성한 까닭이다. 정원을 가꾼 나무와 돌, 소품의 배치는 물론 색감까지 세밀하게 고려했다. 자신의 유형이 아니더라도 검정(독수리), 하양(백로), 노랑(종달새), 초록(비둘기), 파랑(파랑새)으로 가꾼 테마정원을 둘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정원에 심어지 갖가지 형형색색의 꽃들과 나무 가운데 중국 멸종위기식물인 칠자화가 눈에 띈다. 1년에 흰색(여름)과 분홍색(가을) 두 번 꽃을 피우는 칠자화는 일곱 송이가 한데 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정원 주변에 700여 그루를 심었다.
버섯창고 고쳐 레지던시 지원 구상
젊고 유망한 작가 창작여건 활성화
R401 디스커버리 파크에서 누리는 휴식은 정원에 국한하지 않는다. 990㎡의 넓은 스퀘어가든에서는 하우스웨딩이나 작은음악회, 각종 공연과 이벤트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스퀘어가든은 이곳 정원 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와 갤러리 R 등과 연계한 ‘토털 아트 플레이스’를 완성한다.
미디어 아트 스튜디오 위쪽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거대한 창고 3개 동이 눈에 들어온다. 정원을 꾸미기 5년 전까지만 해도 이곳이 버섯연구소 농장이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건물이다. 950여㎡ 크기의 창고 내부는 과거 버섯생육공장으로 사용하기 적합하도록 칸마다 여러 방들로 나뉘어져 있다. 이런 창고가 3개나 있다. R401 디스커버리 파크는 이곳의 활용방안을 구상 중이다.
김 이사는 “창고를 리모델링해 젊고 유망한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돕는 레지던시로 꾸밀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간이 넓은 만큼 대형 설치작업을 하기에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곳이 작가들이 입주하는 레지던시로 조성된다면 체험객들은 작업과정을 직접 보며 작가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는 예술 커뮤니티 공간이 된다.
정원에서 자아를 발견하고 문화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R401 디스커버리 파크는 내 삶의 위로를 주고 휴식과 재미가 있는 복합문화공간이다. 월요일 휴무. 오전 10시∼오후 7시. ☎ 774-7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