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소통 행보가 연일 화제다. 권위주의와 돈키호테식 리더십보다는 소통과 화합의 리더십이 주목받는 시대다. 지난 15일 스승의 날을 맞아 백승돈 세월초 교장을 찾아 교육 현장에 필요한 리더십은 어떤 것인지 이야기를 나눴다.

 

백승돈 교장은 학생들과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한다. 한 학생이 교장에게 다가와 자신이 기르는 곤충을 보여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 세월초에는 언제 부임했나… 2014년 9월 공모교장으로 부임해 내년 8월이면 임기가 끝난다. 양서면 부용리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모두 양평에서 나왔다. 1989년 이후 양평지역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서종초 교감을 거쳐 세월초 교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 교사가 된 동기는… 그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농사짓는 부모 밑에서 자랐으니 대학 진학이 여의치 않았다. 부모님은 대학을 안 갔으면 하셨는데 담임과 교감선생님이 교대 진학을 권유했다. 교감선생님 자택이 인천이었는데 경인교대(당시 인천교대) 원서를 직접 사서 접수까지 해주셨다. 그 당시에는 교대가 성에 안찼다. 시골에서 태어난 게 원망스러웠다. 교사생활을 하면서도 미련이 남아 야간대학을 2년 다녔고, 다시 3년간 미대 입시를 준비하기도 했다. 교사로 지내다보니 성격이나 적성이 나와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교대 안 갔으면 큰일 날 뻔했다(웃음). 교장이 되니 아이들이 더 귀엽다. 할아버지가 되면 손자가 귀여운 것과 비슷하다.

지난해 2, 3학년 학생들이 나무와 친구 맺기를 했다. 학생들이 자신의 나무에 살았으면 싶은 곤충을 정하면 백 교장이 나무마다 곤충그림을 그려줬다. 감수성이 예민한 학생들은 자신의 나무에서 살고 있는 곤충을 쓰다듬으며 애지중지했다.

▲ 교장으로 부임하면서 하고 싶었던 일은… 학교시스템과 문화를 만드는데 교장, 교감 등의 권한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관리자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고 크다. 부임하면서 생각한 게 ‘학교문화의 민주적 변화’와 ‘교사가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조성’ 두 가지다. 교직에 있으면서 학교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교직원, 학생, 학부모 등 학교구성원 존중이 밑바탕이 되면 다 해결할 수 있다. 교사를 부하직원이 아닌 동료로 대하고 교사회의를 존중해주면 교사들 나름의 전문성을 갖고 자발성을 발휘해 교육에 헌신하는 분위기가 된다. 행정실무사와도 시설관리, 회계 등 전문영역을 인정해주고 협의한다. 아이들과 지내는 교사는 정신적인 소진이 많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공정성도 중요하다. 교사사회도 차별에 대한 불만이 많다. 불만이 있으면 자발성을 발휘해 뜻을 펼칠 수 없다. 흔히들 ‘관리자가 되면 사람이 달라진다’거나 ‘관리자가 편하게 대해주면 열심히 안 한다’고 하는데 편견이다. 양평은 교사를 이해하려 노력하고 자기 학교 교직원 자랑하는 관리자도 많다.

▲ 초등교육, 무엇이 중요한가… 초등교육은 당장 무엇이 옳고 그른가를 가르치기보다는 스스로 생각하고 이웃을 배려하며 자기 삶을 가꿔갈 수 있는 기초 역량을 길러주는데 집중해야 한다. 예전에는 윗사람 말 잘 듣고 전통을 따르는 걸 상식으로 알고 학교에서도 그런 가치를 가르쳤다. 지금은 자유롭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교육이 중요하다. 공모교장으로 응모한 것도 세월초에서 추구하는 교육관이 나와 맞는다고 생각해서다. 세월초는 문화․예술교육을 중점에 두고 교육하는데, 문화․예술교육이야말로 그런 교육관을 잘 구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기능향상 위주의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삶속에서 주변을 아름답게 바라보고 가꿔나가는 게 진정한 교육이다. 자유롭고 밝고 거침없는 학생들 모습에서 교육의 힘을 느낀다.

학생과 소통하기 위해 만든 교장실 창문의 ‘한뼘 갤러리.’ 백 교장과 교사들이 그린 그림을 달마다 전시한다. 이달에는 학교 앞 가게에서 기르는 개 그림이 인기 있었다. 6학년 졸업생에게는 직접 그린 초상화를 졸업식날 선물한다.

▲ 교육현장에서 느끼는 보람은… 지난 주말에 스승의 날이라고 양서초 제자들이 찾아왔다. 제자들도 이젠 40대다. 제자들이 찾아오면 체벌했던 일이 생각나 부끄럽고 미안해 마냥 좋지만은 않다. 그런데 제자들은 수업시간에 배운 경복궁을 휴일에 데려갔던 일, 자장면 사준 일, 1박2일로 자체 캠프를 열었던 추억을 기억해줘 고마웠다. 그땐 교사와 학생 사이가 경직된 문화여서 후회되는 일이 많은데, 요즘 교사들 보면 학생들에게 진짜 잘한다. 특히 우리 학교는 교사들이 하는 일이 많다. 자기 학급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교사들이 모여서 협의하고 전교생에게 신경을 써야하니 업무가 과중된다. 하지만 그런 만큼 교육자로서 보람도 크다.

▲ 앞으로 계획은… 나 정도면 평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걸 잘한다고 평가해주면 현실이 잘못된 거 아닌가? 어느 정도 현실에 순응하면서 교장도 됐는데...(웃음).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은 많았지만 성격상 앞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못했다. 참교육에 앞장섰던 교사들에 대한 부채의식이 늘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교사, 학생들과 격의 없이 지내고 존중하며 함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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