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의학과 원장

안정우 양평정신의학과 원장

우리 모두는 해야 할 일도, 책임져야 할 일도 많은 인생을 살고 있습니다. 살면서 항상 무엇을 해내고 이루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삽니다. 소소하게는 공부에서부터 연애, 결혼, 친구나 선후배들과의 사회생활․인간관계, 돈, 행복, 집, 성공 등등 말입니다. 아직 해결하지 못한 것들이 너무 많아서 근심이 쌓입니다. 벌고, 먹고, 마시고, 사보고, 해보지 못한 일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SNS가 생기면서 그런 자극은 더 강해졌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놀러 다니고, 즐기고, 이루어 나가는 일들을 생생하게 눈으로 확인하게 되니까 말입니다. 부러운 내용들을 보면서 아무 느낌이 없는 사람들도 많겠지만 질투, 분노, 자괴감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도 많아집니다. 이런 생각들은 스스로를 뭔가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로 인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 부족한 것을 채우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서 부족한 측면을 채우고 싶은 마음, 그러다 보면 감출 수 있다고 생각하는 조금의 일탈을 허용하게 되기도 합니다.

남들도 다 하는 것이면 잘못된 것도 하고 싶은 마음, 이런 유혹을 이기는 것이 저 자신도 쉽지가 않습니다. 간단하게는 무단횡단이나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쓰레기를 버리고 싶은 유혹은 저 역시 모두 이기고 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고백합니다.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욕망은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에 무의식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게 됩니다. 직장생활에서의 술자리는 사회적 인간관계, 승진 등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중에 건강을 해칠 가능성은 누구나 이성적으로는 생각하지만 정말 건강에 이상이 생기기 전까지는 행동에 변화를 주기가 쉽지가 않습니다. 금주, 금연, 운동, 다이어트 등의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은 행동에 변화를 주기가 얼마나 힘든 지를 보여줍니다.

제가 항상 실패하는 다이어트만 봐도 많은 사람들이 뭔가를 먹어서 혹은 시술을 받아서 살을 빼려고 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수많은 건강보조식품들이 나와 있는 것만 봐도 알 수가 있죠. 하지만 살을 빼는 방법은 한 가지뿐입니다. 활동량에 비해 덜 먹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마다 식욕에 타고난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물만 먹어도 살찐다는 말은 희귀질환을 앓지 않는 한 거짓말입니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하지 않고 절제하는 것이기에 신체적, 심리적 고통이 동반되고 성공하기 힘든 것일 뿐입니다. 무언가를 하는 것보다 하지 않는 것, 말장난 같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다이어트로 치자면 안 먹는 것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테니까요.

우리는 얼마 전 하고 싶은 일은 다 하고 싶었던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행동으로 지난겨울을 광장에서, 국회에서, 특별검찰에서, 헌법재판소에서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 보는 일들을 보고 분노하기도 하고 안타까워하기도 했습니다. 또 대선 과정에서 여러 정치인들이 서로 공방을 벌일 때, 이런 일은 이전 정권에서는 누가 했었고, 저 사람도 했는데 왜 나보고만 이러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들을 자주 들었습니다.

자신이 태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는 지위, 권력, 인맥, 돈을 사용하는 일도, 또 남들이 다 하는 것이라도 그것을 하지 않는 데는 엄청난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새로 선출된 대통령은 보통 사람인 저보다 이런 하지 않을 수 있는 힘, 거절할 수 있는 힘, 유혹에지지 않는 힘이 훨씬 강한 사람이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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