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든 국민들 문재인 선택… ‘개혁’ 요구 표출

양평은 홍준표 후보가 문재인에 4.9%p 앞서

촛불을 들고 광장을 뜨겁게 달궜던 국민들의 선택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이었다. 제19대 대통령선거는 ‘정권교체’와 ‘개혁’으로 국정농단 세력과 적폐세력에 대한 단호한 심판, ‘헬조선’으로 상징되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라는 유권자의 열망이 표를 통해 고스란히 분출됐다.

하지만 양평의 민심은 달랐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35.09%를 득표해 30.18%를 얻은 문재인 대통령을 2위로 밀어냈다. 3471표 차이다. 이는 경기도 31개 시·군, 42개 선거구 중 가장 큰 득표 차다. 양평을 포함해 가평, 여주, 포천, 연천 등 5개 시·군에서 홍 후보가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은 지난해 터져 나온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이 결국 헌법재판소의 사상 초유 대통령 탄핵결정으로 이뤄졌다. 60일 선거기간 동안 적지 않은 ‘비문재인’ 정서에도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리지 않았던 것은 국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것을 보여줬다.

문 대통령이 대구·경북과 경남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우세를 보인 것도 정권교체 열망이 전국적 여론임을 반영했다. 특히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접전이 예상됐던 호남지역에서 문 대통령에게 몰표가 나온 점, 보수 진영의 ‘색깔론’이 먹혀들지 않은 점도 정권교체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한 이번 대선에서 국민들의 ‘개혁’에 대한 요구도 명확히 표출됐다. 5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살펴보면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이 받은 득표율은 68.7%로 홍준표‧유승민이 얻은 30.8%보다 두 배 넘게 나왔다. 진보와 보수 대결에서 진보 진영이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것이다.

문재인 제19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양평군은 이와는 조금 다른 상황을 보였다. 최고 득표자는 2만4800표, 35.09%의 지지를 얻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문 대통령은 2만1329표, 30.18%를 득표해 3471표의 차이를 보였다. 홍 후보는 양평군 12개 읍면 44개 투표소 중 양평읍 2개소를 제외한 42개 투표소에서 1위를 기록했다. 정권교체보다는 보수진영의 ‘수구’를 택한 것이다. 경기도의 ‘대구‧경북’, ‘보수의 텃밭’이 다시 한 번 증명된 셈이다.

하지만 이전 선거와 비교하면 양평에서도 상당부분 보수진영의 이탈이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 지난 2012년 18대 대통령선거에서 양평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65.77%(4만0862표)를 투표했고, 2위였던 문 대통령은 절반 수준인 33.57%(2만0857표)에 불과했다. 5년 만에 보수진영의 표는 반토박이 났다.

양평군 읍면별 후보 득표율

5개 정당 후보들의 득표율을 분석하면 보수표의 진보진영으로 이동은 더욱 확연히 드러난다. 문재인‧안철수‧심상정이 얻은 득표율 합계는 58.25%로, 홍준표‧유승민이 받은 41.05%보다 17.20%p, 1만2160표 차이로 앞섰다.

농촌을 기반으로 한 초고령사회인 양평군은 여전히 보수세력이 많지만, 국정농단을 일으킨 적폐세력을 심판하고 개혁을 이뤄야 한다는 열망도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대선기간 내내 홍 후보가 휘둘렀던 ‘색깔론’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의미기도 하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에게 겨우 22표 차이로 4위를 지킨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상황과 안철수 후보의 선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이들 정당이 어떤 성과를 낼지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53년 경남 거제에서 태어났다. 경희대 법대를 졸업하고 인권변호사로 활동하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 선거본부장을 맡으며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청와대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을 지냈고, 2012년 18대 대선에 출마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3.6%p 차로 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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