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51

 

가만히 눈을 감고 귀에 손을 대고 있으면 들린다.
물끼리 몸을 부비는 소리는 소리가.
물끼리 가슴 흔들며 비비는 소리가. (중략)
심장에서 심장으로 길을 이루어 흐르는 소리가.
물길의 소리가.

- 강은교, ‘물길의 소리’

 

숙장정으로 세 번째 소개할 곳은 비슷한 느낌의 숙장 세 군데이다. 곧게 난 마을길을 따라 작고 아름다운 도랑이 정겹게 흐르는 숙장마을들이다. 오오우치주쿠(大内宿)와 운노주쿠(海野宿), 그리고 쿠마가와주쿠(熊川宿)가 그것이다. 1976년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제도가 생긴 이후 곧바로 쯔마고주쿠가 최초로 숙장정으로 지정되어 국내외적으로 유명해졌지만 아름다운 경관으로는 오히려 쯔마고주쿠보다 이들이 더 나아 보인다.

후쿠시마현(福島&#30476;) 오오우치주쿠(大&#20869;宿)

오오우치주쿠는 후쿠시마현(福島県) 미나미아이즈군(南会津郡) 시모고초(下郷町)에 위치한 일본 동북부 산킨코타이로(参勤交代路)의 숙장촌 중 하나이며 농업과 숙박업의 반농반숙(半農半宿)의 마을이었다. 일본식 초가지붕의 집들이 늘어서 있는 사이로 길 양편으로 도랑이 흐른다. 평소에는 마을사람들이 도랑에서 세탁도 하고 아이들은 물놀이를 했을 것이고, 지방 영주가 행차할 때는 도랑 바깥으로 행렬을 피했을 것이리라. 지금으로 말하자면 도랑이 차도와 인도의 구분인 셈이다.

나가노현(長野&#30476;) 운노주쿠(海野宿)

운노주쿠는 나가노현(長野県) 토미시(東御市) 모토운노(本海野) 마을에 위치한 일본 중북부 산킨도로의 숙장촌이다. 나가노의 유명한 절 선광사(善光寺) 참배객을 위한 도로의 역할도 겸해져 혼진(本陣) 한 채와 와키혼진(脇本陣) 두 채의 흔적도 남아 있을 정도로 규모가 상당하다. 메이지 유신 이후 숙장정으로의 역할이 쇠퇴하자 한 때 양잠업(養蚕業)으로 변신하기도 했다. 쯔마고주쿠보다 10년 뒤인 1986년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로 지정된 이후에는 관광지로 자리 잡았다. 길 가운데를 흐르는 도랑가에는 교목과 관목이 이어져 마치 시냇물 길을 걷고 있는 느낌이기도 했다.

쿠마가와주쿠는 후쿠이현(福井県) 미카타카미나카군(三方上中郡) 와카사쵸(若狭町)에 위치한 일본 서북부 산킨도로의 숙장촌이다. 쿠마가와주쿠를 관통하는 도로는 사바카이도(鯖街道)라고 불리기도 했는데, 교토와 에도 사이에 어패류를 운송하는 물류도로로써 그 중에서도 특히 고등어를 많이 운송하여 고등어(鯖)가 이름에 들어가 있다. 일본 사람들도 서민 생선으로 고등어를 좋아하는데, 우리에게 자반고등어가 있다면 일본에는 식초에 절인 시메사바(しめさば)가 있다.

후쿠이현(福井&#30476;) 쿠마가와주쿠(熊川宿)

마찬가지로 쿠마가와주쿠에도 작은 도랑 시냇물이 제법 수량이 많게 시원하게 흐른다. 그런데 도랑에 앉아 잠깐 쉬는 동안 불현듯 장면 하나가 머리를 스쳤다. ‘모두의 손으로 지킨다. 우리의 시냇물(せせらぎの水)’ 아름다운 물길이 있는 마을을 찾아 떠났던 고베(神戶)시 마쓰모토(松本)지구의 그 아름다운 도랑이 불현듯 생각난 것이다. 그렇다. 마쓰모토에서 주민들이 만든 물길은 단지 지진화재 피해를 회피할 실용적인 목적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아름다움을 가미한 것이다. 그것도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아름다움을 말이다.

중세와 현대를 잇는 이 아름다움의 연결과 계승. 물길은 심장에서 심장으로, 세대(世代)에서 세대로, 길을 이루어 흐르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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