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누비기 Ⅱ-영춘 이복재 경기도향토문화연구소 연구위원>

용문산의 주봉인 가섭봉에서 동쪽으로 1.7㎞거리에 있는 천사봉과, 가섭봉에서 남쪽으로 분기한 한강백운단맥(漢江白雲短脈)을 잇는 산줄기가 1420년 동안 양근과 지평 두 고을을 가르는 경계선이었다.

양평군과 강원도 홍천군, 횡성군의 경계가 되는 금물산에서 한강기맥은 갈기산, 신당고개를 지나 서진하다가 통골고개, 밭배고개, 송이재봉, 소리봉(소리산이라고도 하며 단월면 석산리의 소리산과는 다른 산으로 두 산을 구분하기 위해 소리봉으로 쓴다), 비솔고개(‘비슬고개’라고도 한다. 이하 ‘비솔고개’라 한다), 도일봉, 싸리봉, 단월산, 천사봉을 지나 용문산(가섭봉;이하 ‘가섭봉’이라 한다)으로 남서진 한다.

천사봉은 한강기맥의 금물산~가섭봉에 이르는 산줄기 중 가섭봉 다음으로 높은 산이다. 천사봉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2000년대 초부터 부르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산음자연휴양림이 단월면 산음리에 2000년에 개장되었고, 휴양림등산코스 중 한 곳으로 삼으면서 이 산의 높이에 걸맞은 새 이름을 붙인 것이다. 이 산 정상에는 ‘해발 1004m 정상입니다. 천사봉’이라 새겨진 정상표지석이 있는데 이 표지석 뒷면에 ‘산림청산음자연휴양림, 2004.10.04.’라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정상표지석을 세운 날짜도 2004년 10월4일로 1004와 연관시키는 등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천사봉이라 부르기 이전까지 이 산의 이름은 여럿이었다. 폭산, 문례봉, 문래봉, 문레봉 또는 문필봉 등이었던 것. 이 산 어디에서도 거친 것을 볼 수 없음에도 붙여진 다른 이름인 폭산이라는 말은 산의 실제 분위기와 다르게 왠지 거칠게 느껴진다.

이 산의 또 다른 이름인 문필봉은 붓끝처럼 예리하고 그림처럼 아름답다는 의미인데 가섭봉이나 한강기맥상의 봉우리에서 보면 문필 개념과의 상징적 연관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산음리 고북마을 쪽에서는 문필봉처럼 보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산 이름 중의 하나인 폭산은 이곳에서 보면 폭(쏙과 같은 뜻) 올라온 것처럼 보여서 붙인 이름이라니 문필봉의 이미지를 다르게 표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문필봉과 문례봉은 학문을 숭상하는 뜻에서 선인들께서 붙인 맥락이 같은 이름으로 문필봉 아래에 있는 마을에서 유명한 석학들이 나온다고 한다. 문래봉 또는 문레봉이라는 이름은 문례의 발음을 잘못 옮긴 것 같다.

용문산과 이 산 사이의 안부를 문례재라고 하는 것을 볼 때 문례봉이 가장 맞는 이름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현지에 설치되어 있는 이정표와 조난위치 표지목 등에는 아직도 문례·문래·폭산·천사봉 등 여러 이름을 쓰고 있어 혼돈을 주고 있다. 세월의 흐름과 처한 시대 상황에 따라 개명하는 것은 비단 산 이름뿐만이 아닐 것이다. 기왕에 천사봉이라 명명하고 정상 표지석까지 설치했으니 따라 쓸 수밖에….

산의 높이도 제각각이다. 지금까지 발행된 여러 등산안내서에는 992m로 표시되어 있는 반면, 정상 표지석에 표시한 산 높이는 1004m이다. 국토정보지리원 지형도에는 이곳이 1003m이고 어느 등산인이 정상부에 붙여놓은 표지엔 1002.5m로 적혀있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공표한 높이에 1m를 더해 1004m로 하고 ‘천사(天使)’의 의미를 부각시킨 의도로 보인다. 국립지리원발행 지형도상의 높이가 1003m라면 그에 따르고 이름만 천사봉이라 부르는 방안도 생각해보았으면 지금과 같은 혼란은 없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용문산군 중 1000m가 넘는 산은 가섭봉이 1157m로 가장 높고 다음으로 장군봉이 1065m이며 천사봉이 1003m 또는 1004m이니 세 번째로 높은 봉이다.

등산은 산림청에서 정비한 한강기맥 등산로를 통하는 방법이 가장 일반적이다. 단월면 향소리와 산음리를 연결하는 비솔고개에서 출발하여 도일봉, 싸리재, 단월산을 지나 천사봉에 오르고 가섭봉에서 용문사로 내려오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다.

용문사에서 출발하여 용문봉을 경유하거나 용조봉과 신선봉을 경유하는 코스를 잡거나 산음자연휴양림을 출발하여 봉미산과 함께 등반하면 3~5시간의 조금은 거칠고 힘겨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등산에 관해 중급 이상의 실력을 갖춰야만 하며, 적설기나 비 오는 날은 피해야 한다. 모두 경사가 심하거나 바위지대 등의 난코스여서 비공식 등산로이기 때문이다.

천사봉이 주위에 있는 봉우리들에 비해 높은 편이기는 하지만 정상을 오르는 경사도가 비교적 완만한 흙산이어서 정상부에서의 전망은 사방이 확 트이진 않았다. 가섭봉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올려다 보이고, 가섭봉 반대편으로는 도일봉도 전망되는데 한강기맥의 산줄기가 지그재그로 이어진 모습이 꿈틀대는 용의 등처럼 내다보인다. 북쪽으로는 봉미산도 건네 보이고 이리저리 움직여 숲 사이로 사방을 둘러보아야 가까운 용문봉부터 한강기맥에서 남쪽으로 분기되어 우뚝 솟은 중원산, 중원산과 용문봉사이에 끼어 조계계곡과 용계계곡을 가르는 바위산인 신선봉과 용조봉 능선도 내려다보인다.

통합 산줄기의 출발점인 천사봉은 천사처럼 선량하고 어진 사람들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살아가는 양평사람들이 되길 기도하며 오늘도 묵묵히 그 자리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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