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집 1층을 리모델링한 용문면 가정식서점 ‘산책하는 고래’

라인으로 필요한 책을 구매하는 것이 대세가 됐지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책방이 그립다. 대형서점들이 책을 읽을 수 있는 휴게공간을 늘이는 추세지만 양평에선 서점 나가기도 힘들고, 큰 맘 먹고 나간다 해도 팔리는 책 위주로 진열된 서가에서 구입할 가치가 있는 책을 고르기란 모래사장에서 진주 찾기만큼 어렵다. 그래서일까? 특정분야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으로 변화를 모색하는 동네책방들이 하나둘 생기는 추세다.

자연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 대안적인 삶을 고민하는 사람, 인문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반길 이유가 충분한 책방이 지난달 30일 용문면 조현리에 문을 열었다. 가정식서점 ‘산책하는 고래.’ 양평에선 용문면 화전리 ‘블루마운틴’에 이은 두 번째 가정식 서점이다.

그림책전문출판사 ‘고래이야기’와 가정식서점 ‘산책하는 고래’를 함께 운영하는 이봉용․강이경 부부.

주인은 그림책출판사 ‘고래이야기’를 운영하는 이봉용(47)․강이경(45) 부부다. 2006년 용문으로 이주한 후 출퇴근하던 생활을 접고 지난해 출판사를 가정으로 들인데 이어 1층을 리모델링해 가정식서점 ‘산책하는 고래’를 열었다. 다음달에는 화장실이 딸린 방에서 민박을 하며 책을 읽는 북스테이도 운영할 예정이다.

나란히 줄선 그림책과 자잘한 화분들에 눈을 맞추며 현관으로 들어서니 구석구석 책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거실은 단행본이 전시돼 있다. 인문, 사회, 과학, 에세이, 교육 분야 책이 400여권이다. 팔릴 만한 책이 아니라 부부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책 위주다. 삶의 태도와 방식을 나눔의 관점으로 재조명한 전성실의 <살아있는 것도 나눔이다>, 귀촌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은 황상호 기자의 <내뜻대로 산다>, 집단주의적 사회문화를 신랄하게 파헤친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 사회적 노동에 종사하고 있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노동양식의 가능성을 묻는 <좋은 노동은 가능한가> 등 대충 둘러봐도 주인장의 안목을 드러내는 책들이 즐비하다. 적어도 함량미달의 책을 고를 위험은 없어 보인다. <목공DIY>, <너무 재밌어서 잠 못 드는 세계사>,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등 실용서도 다양하다.

책 추천을 부탁하니 강 대표가 알랭 드 보통의 <불안>과 <몰입>, 강신주의 <감정수업>을 권한다. <불안>에 대해서는 “돈이 적은 사람이 불안감을 많이 느끼는데 이는 사회와 언론 을 통해 조장된 불안”이라며 “불안의 문제를 사회시스템으로 풀어낸 책”이라고 소개했다.

자녀들이 쓰던 복층 방은 ‘고래이야기’에서 출판한 그림책을 주로 전시․판매하는 공간이다. 복층이나 야외에 마련된 해먹이나 테이블에서 자유롭게 그림책을 볼 수 있다. 학습만화도 눈에 띈다. 고래이야기에서 펴낸 <생각을 열어주는 사회가치 사전>은 교과서의 용어위주 풀이에서 벗어나 인권, 자유, 협력, 외모지상주의, 가사분담 등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도록 에피소드로 설명했다.

복층 공간에서 그림책을 자유롭게 볼 수 있다.

부엌은 차를 준비하는 공간이다. 핸드드립커피, 오설록블렌딩티, 한살림감귤쥬스, 오미자, 매실쥬스 등을 3000원에 즐길 수 있는데, 책을 두 권 이상 구입하면 당일 이용 가능한 카페쿠폰 1매를 증정한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주말은 정오)~오후 6시, 월요일 휴무다. 문의 및 예약 : ☎070.8870.7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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