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돋보기> 박규창(양평군장애인복지관 관장)

해마다 4월이면 장애인복지계는 각종 기념식과 행사들로 분주하다. 4월20일 ‘장애인의 날’이 속한 달이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날은 국민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고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법정기념일이다.

일각에서는 장애인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등 장애인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조장하는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자는 운동이 일어난다. 그도 그럴 것이 장애인 주간이 되면 각종 매체에서 불굴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한 장애인,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불행한 장애인의 모습을 일제히 쏟아내는 것을 볼 수 있다.

사회통합의 의미로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통합적인 행사보다 장애인들만의 행사, 장애인에게 시혜적인 경향의 프로그램 및 지원이 잇따르고 있다. 아직까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사회 전반의 통합이 아닌 서로 양분화 된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 이것이 과연 진정한 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한 것인지 다시금 고민해보게 되는 대목이다.

양평군에는 7300여명의 장애인이 살고 있다. 군민의 약 6.6%가 장애인인 셈이다. 장애인구가 많으며 구성원간의 연대감과 공동체적 가치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한 농촌지역의 특성에도 장애인에 대한 차별은 존재하고 인식 수준은 낮다. 실제로 양평의 거리에서 장애인이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직장과 거리에서 약하고 힘든 장애인이 눈에 잘 띄지 않는 사회일수록 문명지수가 낮은 것이라는 말을 되새기며 그만큼 우리 지역의 문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수년간 이 문턱을 낮추기 위한 장애인식개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장애인은 더 이상 특별한 존재가 아니며 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상적 일임에도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은 그 어떤 일보다도 쉽지 않음을 절감한다.

양평군장애인복지관이 실시한 장애인식개선교육의 사례를 보면 유아·어린이들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진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와 대조적으로 성인으로 갈수록 장애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다. 장애인을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는 알고 있으나, 내재된 사회적 분위기에서 편견을 안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아동에서 성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잘못된 인식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편견이 형성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변화를 위해서는 아동·청소년에 대한 교육적인 의미의 장애인식개선도 중요하지만 성인들의 인식 전환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아동과 청소년들 역시 성인이 되어 편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인식의 변화는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시간과 사회․문화가 변화를 거칠 때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인권이 중요시되는 현 시대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란 이분법적인 잣대가 아닌 동등하고 존엄성을 가진 사람으로서의 장애인을 바라보아야 한다. 사람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인간답게 살 권리는 가난한 사람이든 부자이든, 여자든 남자든, 외국인이든 우리나라 사람이든, 장애인이든 아니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누려야함이 마땅하다는 것은 모두 배워서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를 이유로 사회적 참여를 제한하고 배제시키고 분리시키고 거부하는 것이 우리의 삶속에 너무도 익숙해져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때다. 장애는 개인적인 요인에서 발생되는 문제가 아닌 사회적 환경에서 비롯된다는 인식의 변화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변해야 할 것은 장애인 개인이 아닌 장애인을 배제한 채 비장애인 중심으로 만들어진 각종 제도와 시설물임을, 그리고 고쳐야 할 것은 우리 사회임을 자각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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