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청공무원노조 “고위공무원 솔선수범해야”

양평군청 사무관이 경찰 조사 결과 토착비리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양평 공직사회가 충격을 넘어 무기력증에 빠졌다. ‘간부 공직자 비리의 온상’이란 오명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기 때문이다.

군청 공무원들은 연례행사로 터져 나오는 일부 간부 공직자들의 비리 소식에 심한 자괴감을 느끼며 이번 기회에 ‘비리의 고리’를 도려낼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 마련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토착 업체와 유착해 사기 방조한 사무관

양평경찰서는 지난해 예산 4180여만원을 들여 강하체육공원 내 산책로 공사를 시행하면서 면장 등 공무원 2명이 업체 대표에게 1370만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하게 한 토착비리를 적발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지난해 강하면사무소가 시행한 강하체육공원 인근 산책로 공사 구간. 공무원과 업체 대표의 토착비리가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에 따르면 A면장(59)은 지난해 3월21일 예산 1930여만원을 들여 강하체육공원 내 구름다리 보수 및 산책로 데크 보수공사 등을 시행했다. A면장은 이후 똑같은 보수공사를 추가로 시행해 면내 페인트업체 대표 B씨(57)에게 공사비용 278만원을 가로채도록 한 혐의(사기방조)를 받고 있다.

또, C주무관(49)은 3480여만을 투입해 구름다리 보수 등 같은 구간의 공사 4건을 시행하면서 실제 준공검사를 하지 않은 채 가짜 준공검사조서를 작성(허위공문서 작성)하고, B씨가 공사금액 1085만원을 가로채도록 한 혐의(사기방조)다.

B씨는 이들 공무원의 묵인 아래 총 공사비용 4180여만원이 투입된 전수2리 구름다리 보수 등 5건의 공사에서 1370만원을 편취(사기)한 혐의다.

경찰은 지난해 8월 강하체육공원 내 산책로 보수공사의 토착비리 의혹 첩보를 입수해 내사를 벌인 뒤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이번 주 내로 이들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다.

 

산불진화장비 구매비리 경찰 조사
심적 부담 느낀 사무관 ‘실종소동’

산불진화장비 구매와 관련해 양평군 공무원들이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후배 직원들의 경찰조사에 심적 부담을 느낀 사무관이 한동안 실종되는 등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난 18일 양평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달 초 군청의 한 부서를 찾아 2011∼16년 산불진화장비 구매 목록 자료를 확보했다. 산불진화장비는 등짐펌프와 불갈퀴, 피복류 등이다.

산불진화장비의 관급자재 구매 과정에서 공무원과 업체 간의 유착 정황을 포착한 경찰의 수도권 일대에 대한 수사망이 양평으로 미쳤다는 게 군 관계자의 설명이다. 현재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는 공무원은 팀장 1명과 주무관 3명 등 총 4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가운데 후배 직원들의 경찰 조사를 지켜보던 사무관 D씨는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로 한동안 잠적해 가족이 실종신고를 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D씨는 지난 14일 퇴근 후 용문면의 한 음식점에서 직원들과 가진 술자리에서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말을 한 뒤 사라졌다. 이후 직원들에게 상황을 전해들은 D씨의 아내가 오후 6시40분께 경찰에 실종신고를 했고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D씨는 실종 다음날인 지난 15일 오전 1시50분께 용문생활체육공원 인근 강가에서 발견됐다.

시민들은 “양평군 공직사회 전반이 비리로 얼룩지는 심각한 상태”라며 “양평군의 발전과 군민들의 자부심을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이들이 오히려 양평군이 욕을 얻어먹는 주범이 되고 있다”고 개탄했다.

군 공무원들도 “일부 공무원들의 비리와 부정으로 전체 공무원들이 욕을 먹고 사기가 떨어지고 있다”고 비난하고 “청렴도 최하위 지역이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엄정한 처벌과 함께 공직기강 확립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평군청공무원노조는 지난달 2∼3일 실시한 노사워크숍에서 “공무원 청렴도와 관련해 하위직 공무원들이 어떻게 더 청렴해져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위 공무원들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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