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9

 

일본의 중세시대는 카마쿠라 막부(鎌倉幕府, 12세기 전후)와 무로마치 막부(室町幕府, 14세기 전후) 그리고 에도 막부(江戶幕府, 1605~1867)로 구성된다. 무로마치 막부는 1500년대 초기에 정권이 흔들리면서 소위 일본사에서 유명한 100년 동안의 전국시대(戰國時代)를 맞게 된다. 100년 동안 전국이 분열되어 크고 작은 영주들의 수많은 전쟁을 치루다가 오부 노부나가(織田信長)라는 괴짜 인물에 의해 전국 통일의 기틀을 잡고,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에 의해 전국이 통일된 다음 결국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가 에도 막부를 설립하면서 완전한 평화시대에 접어든다.

전국시대를 주름잡은 위 세 사람의 시대를 다룬 소설이 바로 ‘대망(大望)’이다. 대망은 원래 일본에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徳川家康)’라는 제목으로 발간된 야마오카 소하치(山岡荘八)의 소설이다. 2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의 실의에 빠져있던 일본 국민들에게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걸출한 영웅을 내세워 희망과 포부를 준 소설이다. 전국시대를 풍미했던 위 세 사람의 지략과 처세술 등은 큰 뜻을 품은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 만하다.

에도 막부 시대는 그야말로 일본의 전형적인 중세시대이다. 약 300년 동안 안정된 정권을 기초로 농업생산력이 증대하고 물질문명이 성장했다. 그러다가 유럽으로 치면 산업혁명 시대에 접어들면서 상공업이 성장하고, 서구문명과 접촉하면서 사회는 요동쳤고 메이지 유신(明治維新, 1868)이 시작되면서 그 시대를 접었다.

쯔마고주쿠(妻籠宿) 거리

에도는 도쿄(東京)다. 에도 시대의 강고한 봉건제도는 수도인 에도를 중심으로 전국의 영주와 상인들을 하나로 묶었다. 에도와 각 지방 사이에 사람과 물품의 교류가 활발했다. 전국적으로 각 지방에서 에도에 이르는 길이 생겨났다. 모든 길은 에도로 통했다.

먼 지방에서는 에도에 이르기까지 한 달로도 부족한 곳이 많았다. 에도에 이르는 머나먼 길에 군데군데 숙박업이 발전했다. 여관(旅館)이다. 그러한 여관촌이 형성된 마을을 숙장정(宿場町)이라 한다. 우리로 치면 주막거리라고 할 수 있는데, 규모가 훨씬 크다.

숙장정은 일반 서민이나 상인들의 머물던 곳과 영주 일행이 머물던 곳으로 구별된다. 일반 서민들과 상인들이 머물던 대표적인 곳이 쯔마고주쿠(妻籠宿)이다. 쯔마고주쿠는 나가노현(長野県) 기소군(木曽郡) 나기소마치(南木曽町)에 위치한다. 에도와 교토를 잇는 가장 왕래가 많았던 나카센도(中山道)의 69개의 숙장정 중 하나다. 한창 때는 약 500미터의 거리에 60여채의 여관이 밀집했고, 그 마을의 인구만도 300명이 넘었다. 현재는 약 30채의 가옥이 있고, 수공예품 판매점 및 음식점과 함께 10여 군데의 여관이 실제로 영업하고 있다.

쯔마고주쿠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중에서도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에 의해 지구 지정이 이루어진 것으로도 유명하다. 고속도로 등 다른 도로의 건설로 나카센도가 쇠락하자 덩달아 쯔마고의 옛집들도 사라져갔다. 그러나 남은 주민들은 전통의 보존으로부터 새로이 출발하려고 마음먹었다.

마고메주쿠(馬籠宿) 거리는 특히 마을의 돌바닥길이 예뻤다.

“팔지 말자(売らない), 임대하지 말자(貸さない), 부수지 말자(こわさない).”

1973년 쯔마고의 주민들이 보존을 시작할 때 의기투합을 했던 슬로건이고, 이제는 전통적 건조물군 보존지구 쯔마고주쿠의 주민헌장이 되어 있다. 이러한 원칙 위에서 에도시대의 전통을 보존하여 후세에 전한다는 것이 그들의 긍지다.

흑갈색의 무거운 목조주택들이 늘어서 중세시대의 영화세트장을 방불케 했던 쯔마고주쿠를 감격스럽게 돌아본 뒤 숙소는 마고메주쿠(馬籠宿)로 정했다. 쯔마고가 많이 유명해져 1년에 100만명이 넘는 여행객이 찾는 곳이라 꽤 붐볐기 때문이다. 마고메는 쯔마고에서 고개 하나 너머에 있다. 같은 나카센도의 숙장정이다. 쯔마고가 다소 거창하다면 마고메는 호젓하고 아름다웠다.

세월이 잠든 밤, 500년 목조건물의 미닫이 창문을 열고 잘 다듬어진 정원을 바라보면서, 토속 지자케(地酒) 몇 잔을 기울이며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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