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부가 듣는 대선 양평민심③> 이유원 용문중학교 학부모회장

모든 국민은 ( )앞에 평등하다. 누구든지 성별·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 헌법 2장 11조다. 괄호 안은 ‘법(法)’이 답이지만 실감이 나지 않는다. 성별, 연령, 신분,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교육적 부담’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국민은 없다.

선거 때마다 바뀌는 교육(입시)정책에 따라 일선 학교는 물론 학생이나 학부모 심지어 학원들까지 이리저리 휘둘린다. 때만 되면 교육 개혁을 내세우지만 지난 20년 동안 효율성과 수월성이라는 시장주의에 지배당하면서 교육이 사유화되고 상품화되면서 점점 공공성을 잃어간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그 중 학부모는 형벌에 가까운 짐을 진 존재들이다. 대선을 앞두고 새롭게 제시될 교육정책에 이들의 눈과 귀가 쏠릴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행복한 학교생활을 꿈꾸며 조현초등학교를 보고 양평에 정착했다는 이유원씨는 지난해부터 ‘양평교육지원협의회’ 창립을 준비하는 용문중학교 학부모회장이다.

양평교육지원협의회라는 단체에 대한 질문에 호방한 외모만큼이나 돌아오는 대답도 시원시원하다. 각 학교단위의 학부모회나 학교운영위는 있지만 양평교육을 위해서는 이런 단위에서 논의되고 수렴된 의견이 정책으로 반영되도록 필터링하고 보완해 책임 있게 요구하는 기구의 필요성을 느껴 학부모, 교사, 교육 관료로 조직을 구성해 총회를 앞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교육을 ‘백년지대계’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대통령 바뀌고 교육감 바뀔 때마다 정책이 바뀌니 학부모들이 이해하기도 어렵고, 겨우 적응한다싶으면 또 바뀌고… 학교도 학교겠지만 아이들을 볼모로 둔 학부모들은 정말 죽을 맛이에요. ‘5년지대계’도 안 되는 것 같아요. 더구나 이런 정책들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XX표 교육으로 포장돼 시행해 왔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득이 되겠지만 애들이 무슨 죄냐구요. 최소한 어떠한 정책을 시행하려면 사전에 이론적 토대를 근거로 충분한 검증, 시범시행, 평가, 확대 이러한 과정이 꼼꼼히 거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회장의 말은 거침없이 이어진다. “예를 들면 자유학기제나 자유학년제 이런 거 현장에서 보면 숨이 탁 막혀요. 충분히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채 현장에 내려보내니 학교도 대안이 있을 수 없죠. 그러니 프로그램도 졸속이고 인솔을 맡은 교사도 우왕좌왕 할 수밖에 없겠더라고요. 학교 안에서 다 되는 게 아니잖아요? 밖으로 나가야 하는데, 밖에선 이를 받아줄 준비가 안 돼 있으니 학교만 나무랄 수도 없죠….”

그가 숨을 한 번 고른 뒤 말을 잇는다. “4차 산업혁명, 이런 거 아시죠? 금방 없어 질 직업으로 분류된 산업현장에 가서 진로직업 체험하고, 이건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딱히 뭘 해보자고 제안할 건덕지도 없고, 결국 애들 방치할 수밖에 없어요. 자유학기제 끝나니까 아이들이 ‘아 나는 망했다’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대요. 본인은 자유학기제를 충실히 수료했는데 다른 친구는 과외하고, 학원가고 그랬다는 거예요. 성적을 따라잡을 방법이 없는 거죠. 자유학기제 끝나면 학업 포기하는 애들이 막 나온대요. 이게 졸속이고, 단기성과에 급급한 정치권의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이거 말고도 애들의 학습권, 건강한 먹거리, 학교폭력, 교사들의 권리 등 학부모 단체로서 참여하고 지원해야 하는 일이 참 많은데…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바람이 있다면 교육관련 부처를 정부나 정치권의 눈치를 안보도록 ‘헌법기관’으로 독립시키겠다고 공약한 후보가 있으면 찍어주고 싶어요. 그래야 백년을 내다보며 미래의 인재를 길러내는 교육에 충실할 거 아니냐고….”

최근 학생들의 ‘휴식권 보호’를 위해 학부모단체에서 ‘학원 휴일 휴무제’ 논의가 한창이다. 미술전문학원을 운영하는 이 회장에게 이런 질문을 할까 말까 잠깐 고민했다. 어떤 답이 돌아왔을까… 주먹이 날아올 것 같기도 하다.

배달부=조병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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