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노성호 양평성당 주임신부

노성호·중호 형제 신부 듀오,
한국 천주교 최초 음반 발매

듀오 이름 ‘노비스 꿈’은
‘우리와 함께’ 뜻 라틴어

 

노성호 요한 보스코 신부가 양평성당의 주보성인(主保聖人)인 성 정하상 바오로 동상 옆에 섰다.

“이겨서 ‘살아남으려는’ 경쟁 속에서 노래를 통해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고 위로받으며 ‘살아가는’ 힘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천주교 수원교구의 노성호(39·요한 보스코) 양평성당 주임신부는 “지금 한국사회는 위로의 손길이 절실하며 주위의 아픔을 어루만져주는 한 마디의 격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성호 신부가 들려주려는 가슴 따뜻한 감동의 이야기는 동생 중호(프란치스코) 신부와 함께 지난해 여름 발매한 음반 ‘노비스 꿈’(Nobis Cum)에 담겨있다. 형제 신부가 음반을 낸 것은 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처음이어서 당시 화제가 됐다. 노비스 꿈은 라틴어로 ‘우리와(Nobis) 함께(Cum)’라는 뜻으로, 형제 듀오의 보컬팀 이름이자 동명의 앨범이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좋아했어요. 수원 가톨릭대에 입학한 뒤 기타를 배웠고, 대학원 1학년 때 우연히 친구의 권유 반 부탁 반으로 노래를 만들어본 게 시작이 됐죠.” 형은 편곡을 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었고, 같은 신학대에 입학한 동생도 일찍부터 기타를 배워 미사 때 반주할 정도였다.

형은 지난해 12월 양평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하기 전 2007년부터 평택시 효명고교 교목실장으로 재직했고, 동생은 3년 전부터 수원교구 하남시 서부성당 주임신부를 맡고 있다. 두 신부가 음반을 내게 된 것은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동생신부 성당 신도였던
단원고 학생, 주검으로…

“… 바람이 데려간 너도
비와 함께 다시 왔으면…”

세월호 희생자 기리는 노래
상처받는 이웃 위로하는 곡

“3년 전 그 때도 부활절을 앞둔 마지막 1주일인 성 주간이었요. 단원고 2학년이던 장준형(사무엘) 군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간다는 연락을 받고 잘 갔다 오라고 했는데… 다음날 TV에 나온 배가 그 배가 아니길 바랐습니다.” 노성호 신부는 사무엘을 잘 안다. 동생이 당시 안산 원곡성당 주임신부였고, 사무엘은 사제의 곁에서 의식을 돕는 복사(服事)였다. 동생 성당을 방문하면 사무엘과 같이 분식점에 가 떡볶이도 같이 사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게 마지막이었다.

노성호·중호 형제 신부가 만든 앨범 ‘노비스 꿈’의 표지.

“바람이 부는구나. 또 비가 오려나보다/ 이 바람이 데려간 너도 비와 함께 다시 왔으면/ 잘 살고 있니 아프진 않니 거기서도 행복하니/ 그리워하던 엄마도 만나겠구나. 이젠 편히 쉬렴…” 형이 작사와 작곡을 하고, 동생이 노래한 곡 ‘사무엘’이다.

노성호 신부는 동생과 함께 2015년 겨울부터 노래를 하나둘씩 만들기 시작했다. 노래를 처음 만들어본 대학원 시절 이후 한동안 놓았던 노래를 다시 시작하게 됐다. 사무엘을 비롯해 세월호 희생자들을 영원히 잊지 않을 수 있게 노래를 만들었다. “구름이 걷히는구나 곧 해가 나려나 보다/ 저 햇살이 비치는 곳에/ 너도 그렇게 빛나고 있길…” 노래 ‘사무엘’의 또 다른 가사다.

앨범에는 세월호 희생자의 넋을 기리는 사무엘 외에도 어쿠스틱 사운드의 잔잔한 곡과 흥겨운 리듬의 생활성가, 발랄한 보사노바풍 등 다양한 음악이 담겼다. 어린이와 신부가 대화하듯 노래하는 ‘평화의 모후께’, 상처와 아픔 속에 살아가는 이웃을 위로하는 ‘별’, 어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담은 ‘문득 마주치다’, 첫 사랑의 풋풋함을 담은 ‘사춘기 소년의 바람’ 등 12곡을 실었다.

올해 부활 대축일은 오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와 겹친다. 천주교 수원교구는 지난 7일 안산 화랑유원지 야외음악당에서 세월호 참사 3주기 합동 추모미사를 봉헌했다. 교구 신자, 수도자 5000여명이 자리를 가득 메웠고, 이용훈 주교와 교구 사제들이 공동으로 미사를 집전했다.

노성호 신부도 이 자리에 함께한 가운데 사제단은 성명서를 통해 세월호 미수습자를 빠짐없이 수습하고, 적극 진상을 규명하라고 현 정부와 차기 정부에 요구했다. 또 이번 대선과 관련해 “세월호 희생자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악과 불의와 거짓의 세력이 아니라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소중히 여기는 정의롭고 진실한 정권을 선출하는데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노성호 신부는 오는 22일 오후 7시30분 양평성당에서 미사를 겸한 공연을 한다.

 

“어르신 섬기고 아이 좋아하는 신부님”

 

노성호 신부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을 방문하고 돌아가는 길에 비행기에서 했다는 ‘고통 앞에 중립은 없다’는 말을 좋아한다고 했다. 살아있다면 도움 받을 수 있을, 그들의 삶을 대신하는 것이 남겨진 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부모님에 대한 효심이 대단하고 아이들을 무척 좋아하는 신부님이에요.” 천주교의 사순절이 끝나고 성 주간인 지난 11일 노성호 신부와 약속한 인터뷰 시간보다 조금 일찍 양평성당에 갔다. 그곳에서 만난 김은수(스테파노) 신자는 노성호 신부를 “정말 훌륭한 신부님”이라고 소개했다.

“성당 내 노인대학에 다니는 80명 가까운 교우들에게 매주 목요일 뷔페식의 점심식사를 대접해요. 때 되면 소풍도 같이 가죠, 아이들은 또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몰라요.” 신자 덕에 노성호 신부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 수 있었다.

“신부님의 나이가 젊어도 교우들이 존경하는 것은 영적인 권위 때문이기도 하지만 조금 있다 노성호 신부님을 만나면 인품이 훌륭한 분이란 걸 금방 알게 될 거예요.” 신자의 설명은 계속된다. “성당에 나오고 싶어도 아파서 못 오는 교우를 위해 매달 첫째 금요일 집집마다 다니며 병자성사와 영성체를 집전합니다. 양평 마리아의집과 성모원, 요양원 등을 찾아가 신자와 환자를 위해 기도하시죠.”

곧이어 노성호 신부가 도착했다. 용인시 신봉동성당의 부탁을 받고 사순피정과 소공동체교육을 하고 오는 길이다. 음반 이야기를 먼저 꺼내자 신부는 “각박한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의 손길을 건네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과 함께한 저의 시간들을 더욱 복되게 하기 위해서도 그들의 삶을 살도록 할 것이며, 남겨진 자들의 몫은 그들의 삶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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