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돈’ 된 주민성금

면체육회→이장협 ○○○→면체육회
잔액 1600만원 계좌 이리저리 바꿔

 

3년 전 한전의 신경기변전소와 송전선로 건립에 맞서 싸우라고 시민들이 낸 기부금이 부적절하고 허술하게 관리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통장의 돈이 개인에 의해 무단 인출되는가 하면, 납득할 수 없는 사유로 인해 여러 계좌로 옮겨 다니기도 했다.

지난 11일 강하면사무소와 주민 등에 따르면 2014년 7월 결성한 강하면 주민들로 구성된 ‘신경기변전소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지난해 8월 비대위 활동을 종료하고 공식 해체했다. 시민들과 강하면 주변 상가에서 투쟁기금으로 쾌척한 돈 가운데 1600만원이 잔액으로 남았다.

비대위는 이 돈을 논의 끝에 강하면체육회 통장에 넣어 관리하기로 하고 비대위 해체와 함께 체육회 통장에 돈을 넣었다. 그러나 이 돈은 불과 한 달여 만에 강하면이장협의회 통장으로 옮겨졌다. 예금주는 당시 비대위원장인 A씨다. 자신의 이름으로 통장을 개설하고 단체명인 ‘강하면이장협의회’를 부기했다.

2014년 8월12일 ‘신경기변전소 건립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신경기변전소 예비후보지 선정 규탄 결의대회에 양평군민들이 거리를 행진하며 한전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A씨는 지난 10일 본지와 한 통화에서 “마을 공동발전에 써야할 돈이 체육회 통장에서 관리되는 건 맞지 않다는 일부 의견들이 있어 이장협의회 통장을 새로 만든 것”이라고 해명했다. 통장 변경의 이장협의회 의결 여부에 A씨는 처음엔 답변을 회피하다 “내가 그렇게 하자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장협의회 통장에 있던 1600만원은 6개월여 만인 이달 초 또 다시 체육회 통장으로 옮겨졌다. 체육회 관계자는 지난 10일 “지난달 체육회 총회를 앞두고 실시한 감사에서 체육회 통장에 있어야 할 1600만원이 없어진 사실이 발견돼 원상복구시켰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1600만원을 500만원과 1100만원씩 두 차례에 걸쳐 무단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 비대위 관계자 B씨는 “A씨가 자녀의 결혼식을 앞두고 돈을 빼서 썼다는 말이 주변에서 들린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A씨의 해명을 들으려고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당시 비대위에서 활동했던 한 인사에 따르면 시민들이 십시일반 쾌척한 투쟁기금은 2억원이 넘었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경찰의 수사가 어떻게 이어질지 지역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