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한현수 양평농협 조합장

농업과 농촌은 두 가지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따뜻한 고향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내리막길에 있는 산업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양평농협은 이런 농업을 새로운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일 취임 2주년을 맞은 한현수 양평농협 조합장을 만나 조합원의 농협에서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농협의 미래상을 들어봤다. 그는 “지역농협의 사회적 책임은 끝이 없는 일”이라며 “특히 조합장은 사심 없고, 투명하고, 봉사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농민이 어려우면 농협도 어려워야한다”

한현수 양평농협 조합장은 투명한 조합 운영과 사심 없이 비전을 제시하는 조합장의 사회적 책임을 스스로에게 강조하고 있다.

한 조합장이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건 단 한 가지다. “조합원이 찾을 때 부모님 대하듯 예의를 갖추라”는 것이다. 조합원의 대부분이 고령인 이유에서다. 양평군 동부지역 면 단위 농협에 비하면 농경 인구의 비중이 높진 않으나 60대 이상 조합원이 전체의 64%를 차지한다. 시설하우스를 재배하는 젊은 농가도 있지만 주로 연로한 어르신들이 농협을 많이 찾는다.

“조합원 중에는 학교를 마치지 못해 글을 모르는 이들도 더러 있고, 지원사업을 신청하려 해도 행정기관과 일대일로 부딪치면 위축되기 마련입니다. 작은 부분부터 바꿔나가고 싶었습니다.” 전담 직원이 있는 건 아니지만 직원들은 각종 경제지원사업을 상담·문의하고 서류 작성을 내 일처럼 한다. 조합원들은 서류에 사인만 하면 각종 지원사업을 신청할 수 있다. 조합원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다.

한 조합장은 “농민이 어려우면 농협도 어려워야 한다”며 “농협 달력의 소달구지 사진을 보면서 농민과 농협은 같이 발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조합장으로 취임하자마 자신의 연봉을 30% 삭감했다. 조합원의 배당금을 최대한 확대했고, 담보·신용대출 금리를 3.2%로 인하했다. 신용자산관리 전문 직원을 양성해 정확한 금리 운용을 한 결과 대출금리를 최대한 내릴 수 있었다.

투명한 운영을 강조하다 보니 직원들이 달라졌고 조합원들 참여가 눈에 띄게 늘었다. 조합장의 변화가 직원, 조합원으로 도미노처럼 번진 효과다. 하나로마트의 괄목할만한 성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좋은 물건, 친절한 직원’… 하나로마트 성공비결

양평농협의 경제사업 중 하나로마트의 사업실적은 단연 두드러진다. 하나로마트의 매출은 2015년 252억5900만원에서 지난해에는 70000만원이 오른 253억3200만원을 기록했다. 매장 단위면적당 매출액은 전국 단위농협 가운데 최상위그룹에 속한다. 구매, 판매, 가공 등 전체 경제사업 중 차지하는 사업실적 비율이 40%에 육박한다.

하나로마트의 성공 비결로 한 조합장은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공급하고, 직원들에게 친절교육을 강화한 덕”이라고 분석했다. 한파와 폭설로 올해 설 명절을 앞두고 무, 배추 값이 폭등할 때도 양평농협은 채소 값을 안정적인 가격에 공급했다. 당시 4500원이던 배추 1포기 가격을 3300원에 내놨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양평하나로마트 옥천점 매장. 양평농협의 경제사업 중 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40%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하고 있다.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판매하고 직원들에게 친절을 강조한 덕이다.

요일마다 할인판매를 하는 ‘요일데이’도 마트 소비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월요일은 과일, 화요일 야채, 수요일은 생선회, 목요일은 삼겹살을 정상가의 30∼60% 할인판매하고 있다. 금·토·일요일은 패밀리 데이(Family Day)로 정해 공산품과 생활용품들을 기존 마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 주부 조합원들로 구성된 마트 모니터 요원을 지난해 5명에서 올해 10명으로 확대했고, 매달 한 차례 회의를 열어 타 마트와 비교해 개선할 점을 찾는다.

구입한 상품의 품질에 만족하지 못하면 소정의 기간 내에 교환·환불해주는 품질만족제도와,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구입했을 때 신고하면 해당 상품을 매장에서 즉시 철수하고 감사의 의미로 포인트 10만점을 제공하는 유통기한 보장제를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하나로마트 옥천점은 이 지역 조합원과 주민들의 숙원이었다. 600㎡ 매장면적에 농축산물과 생활용품 코너 등을 두루 갖췄다.

 

집 앞까지 찾아가는 농기계 수리
전 조합원에게 영농자재 전용카드

양평농협 조합원들의 건강검진 기관인 KMI(한국의학연구소) 검진센터는 건강검진종합평가 최고등급의 검진기관이다. 올해 1365명이 검진을 받아 이 가운데 52명이 암 발병 등 2차 진료 의뢰를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농기계 수리는 농번기에 앞서 조합원의 집 앞까지 찾아가 점검과 수리를 마치도록 했다. 조합원들에 대한 배려 차원의 찾아가는 비포(before) 서비스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전 조합원에게 고른 혜택을 주자는 취지로 영농자재 구입 전용 기프트 카드를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양평농협 경제부 본점(농기계센터 포함)과 강상, 강하, 옥천지점에서 7만원 한도의 영농자재를 구입할 수 있는 카드다.

한 조합장은 “지역의 미래를 고민하고 조합원을 위해 농협이 어떻게 대응해갈지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조합장이 필요한 시대”라고 말했다. 농협이 본연의 목적인 판매농협으로 바로 서 나가는 것과 함께 ‘지역종합센터’로서 조합원의 다양한 필요를 채워주는 사업을 고민하고 추진해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현수 조합장은 강하초, 양평중, 양평고를 졸업하고 1977년 7월 강하농협에 입사했다. 2013년 12월 양평농협 경영전략실장을 끝으로 정년퇴직한 후 2015년 3월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 출마해 조합장이 됐다. 한 조합장은 당시 현직 조합장이 불출마한 양동·용문·청운농협, 산림조합을 제외하고 모두 현직 조합장이 당선된 가운데 유일하게 현직의 아성을 넘고 당선됐다. 득표율도 최영준 용문농협 조합장(61.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61.2%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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