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대통령 없나요?③-곽상준 신한금융투자 본사 영업부 부지점장>

지난해 11월25일 양평역 광장에서는 양평 청소년들 약 500명이 모여서 대통령 하야를 목소리 높여 외쳤다. 청소년들까지 거리에 뛰쳐나오게 한 국정의 파탄이 대통령 탄핵과 구속으로 마무리 되고, 이제 새로운 대통령선거가 빠르게 우리 앞으로 다가왔다. 탄핵 페스티벌이라고 지칭한 모임에 나온 청소년들의 짧은 발언들을 들으며, 다음과 같은 질문이 속에서 올라오는 것을 막긴 어려웠다. ‘과연 저 친구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여전히 양평에 남아 양평을 자랑스러워하며 살 수 있을까?’

이런 의문을 가지게 한 것은 현 양평의 경제상황 때문이고, 양평경제가 여기까지 온 근원을 찾아보면 정부의 저곡가 정책의 강행과 그에 따른 농민들의 소득감소, 이어지는 생활고 등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크다. 농촌의 황폐화는 산업화정책과 그 궤를 같이한다는 것은 이미 자명한 사실이다.

최근 한국에 나타난 양극화 현상은 일방적인 산업중심정책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의 패스트 팔로우(fast follow, 선진기술을 빠르게 쫓아가는 행위) 전략이 지금까지는 효과적으로 경제를 살리는 역할을 했지만, 향후 전개될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중국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과 신기술에 의한 일자리 대체 효과가 기존 한국의 산업구조로는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기계의 지능화 흐름은 기계가 스스로 연산하는 단계로 진입하기 시작해 과거 만화에서나 봤던 사람과 같은 로봇이 탄생하는 시대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적 변화는 결국 수많은 직업을 도태시키게 될 것이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자료에 의하면 20년 내 절반 가까운 직업이 없어질 것을 예견하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차기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더 이상 기업에만 의지해서는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농촌 사회를 바라보아야 한다. 농촌이 일자리로써 부각될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농업의 특성상 여타 산업에 비해 더욱 노동집약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도시민들에게 나타나는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높아진 관심과 실질적인 친환경농산물 시장의 성장 등을 감안해보면 농업의 성장성을 간과해선 일자리해결의 좋은 축을 잃을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농촌에서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기존의 제도와 정책을 효율적으로 조합하고 유통혁신을 정부정책으로 지원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 이를 시험할 최적의 테스트베드는 바로 친환경농업특구인 양평이 될 것이다.

이미 기존의 직불금제도와 농지은행에서부터 정책을 시작해볼 것을 제안한다. 정부는 귀농인을 위한 토지를 농지은행이 보유한 토지로 공급해주고, 실제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을 정확히 파악해 직불금제도를 확대․운영하는 방안을 도입한다면, 귀농인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고 그에 따라 일자리 문제의 실마리를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엄격한 품질관리로 높은 부가가치의 농산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농산물 검증제도를 도입하고, 농산물유통 혁명을 만들어 낸다면 도시민과 농민 모두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허황된 꿈이 아니다. 정책이 마련된다면 충분히 가능하고, 인식의 전환이 있다면 확대할 수 있는 사업이다. 이미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한 예산으로 올 한 해만 무려 17조원이나 되는 자금을 편성했다. 그러나 그 실효성에는 여전히 의문을 가지게 된다. 기존 산업구조에 대한 성찰 없이 관성적인 사업으로 일관하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사회에 고정된 인식틀로는 새로운 시대의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힘들다. 이미 경제적 낙수효과는 허위로 판명됐고, 기존 경제 시스템에서의 일자리 창출은 4차 산업 활성화 이후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선진국들 대부분이 농업강국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때에 농업에 대한 혁명적 인식전환을 통한 일자리창출은 실질적인 삶의 질 향상에 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양평은 그 시도를 하기에 최적의 장소이자 최고의 성공요건을 가지고 있다. 도시와 가까운 전형적인 농촌이자, 상수원 보호를 위해 산업규제가 많은 곳이어서 농업을 통한 가치 창조를 시험하기 위한 가장 좋은 여건들을 가지고 있다. 양평을 통해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할 새로운 농업정책들을 실행해보길 새로운 대통령에게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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