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7

 

문화란 삶의 양식 또는 생활의 양식이 추상화된 개념이다. 어떤 곳에 사는 어떤 사람들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을 총칭하여 추상화한 표현이라는 것이다. 말하자면 중국과 일본은 문화가 많이 다르다. 중국의 식습관은 기름지고 양이 많은 데 반해 일본의 식습관은 담백하고 양이 적다. 중국과 일본의 음식문화가 다른 것이다. 공간을 구성하는 색감에 있어서도 중국은 원색적이고 화려한 반면 일본은 파스텔 톤이며 은은하다. 미적 문화도 다른 것이다.

문화가 더 추상화되고 상징화된 것을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문화와 예술을 함께 붙여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물질이나 재화의 흐름으로 이루어지는 경제적 개념에 대비하여 추상화된 정신적 흐름을 표현할 때 문화 예술적이라는 개념을 쓴다.

아름다운 마을 만들기는 필수적으로 문화 예술적 사고를 기반으로 한다. 그 마을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의 아름다운 향기가 추상적으로 집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회에 찾아가 본 마을박물관은 그 마을의 문화적 심장이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시도되는 또 하나의 심장이 있다. 마을갤러리가 그것이다.

최근 3월에 우연히 인터넷에서 광주광역시 광산구 송정1동 주민센터가 센터 안의 주민 공유 공간 ‘행복한 쉼터’의 벽 3면을 전시장으로 꾸며 마을갤러리로 운영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 마을 주민들의 예술작품을 전시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서종 북한강 갤러리에서는 매년 20회 내외의 마을 주민들에 의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종면의 북한강갤러리는 이미 2014년 11월에 개관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서종면사무소 앞마당의 소방차고지는 소방서가 새롭게 신축하여 나간 후로 5년 이상 방치되어 있었다. 외벽의 칠은 벗겨지고 내부는 빗물이 새어 흉물스러워지자 철거하고 주차장으로 사용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그러나 멀쩡한 건물을 자동차 2대 정도의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해 철거한다는 것도 아까웠거니와 주민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라 뭔가 주민들의 자율적인 소통공간으로 사용할 창의성을 발휘해 볼 필요가 있었다. 소방차고지는 16.5㎡(약 5평)의 정사각형 슬라브 지붕 공간인데다가 전면부가 통으로 된 창이어서 잘 꾸미기만 하면 훌륭한 문화소통공간이 될 수 있었다.

주민자치위원회가 나서서 이장협의회와 새마을협의회 등을 설득하기 시작했고, 무엇보다 면장의 공감을 얻어내기에 이르렀다. 서종면은 문화예술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고, 서종면의 브랜드가 ‘자연‧문화‧예술의 서종’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졌고, 예산을 최소한으로 하고 대부분 재능기부를 기초로 리모델링이 시작되었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내부를 정리하고 외벽을 다시 칠했다. 그래픽 재능이 있는 문호4리의 안완배씨로부터 당호의 글씨를 얻었고, 문호2리의 서용선 화백께 거의 억지로 외부 조각품을 얻어내어 청년회 소속 중장비 기술자들을 동원하여 전면부 통창 앞에 설치하자 이윽고 훌륭한 갤러리로 변신했다. 잡다한 나머지 일들은 모두 자치위원들과 서종마을디자인운동본부가 맡았다.

2014년 북한강 갤러리 조성 당시 청년회원들이 나서서 갤러리 앞 외부 조각품을 설치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만들고 난 이후의 운영이었다. 마을갤러리답게 첫 전시는 ‘서종, 옛날옛적전’을 성황리에 개최하였지만 막상 그 이후로 자발적으로 전시하려는 사람들이 나서지 않으면 어쩌지? 그러나 기우였다. 곧이어 ‘소이도예전’이 개최된 이후 현재까지 매년 18회 내지 20회의 전시가 이어지고 있다. 매년 초가 되면 아예 1년 치의 전시가 예약되는 실정이다. 이제 북한강갤러리는 서종 주민들의 솜씨자랑 터가 되고 있다.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2007년경 MBC가 작은도서관 캠페인을 벌인 이후 전국적으로 마을들에 작은도서관이 생겨났다. 문화의 발전이라 여겨졌다. 이제 작은도서관을 넘어 각 마을마다 마을갤러리가 생겨날 것이다. 주민들 스스로뿐만 아니라 행정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다. 광주광역시는 송정동 마을갤러리를 시작으로 시 전체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마을박물관과 마을갤러리, 주민들의 마음만 합쳐진다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우리 마을만의 문화와 소통의 공간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긍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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