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박하고 정갈한 남도 한정식

꽃샘추위가 여전히 물러가지 않고 있지만 봄은 봄이다.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는 맛있는 밥한 끼가 간절하게 생각난다. 서종면 문호리에 전남 고흥 출신 송옥자 사장(66)이 하는 한정식집 ‘미가’는 그 간절한 마을을 채워주는 식당이다.

보리굴비와 9가지 반찬이 곁들여진 '보리굴비정식'

이 집을 대표하는 메뉴는 ‘보리굴비정식’이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굴비는 다른 반찬 없이 밥상을 호사스럽게 만드는 귀한 음식이다. 굴비는 비린 맛이 많이 나는 재료이지만 쌀뜨물에 불려 쪄낸 이 집의 보리굴비는 짜지 않고 고소하며 부드러운 쫄깃함이 특징이다. 갓 지은 뜨끈한 밥에 꼬들꼬들한 보리굴비를 한 점 올려 먹으니 밥도둑이 따로 없다. 영광의 지인에게서 보리굴비를 매주 배송 받고 있다. 영광 굴비가 특별히 맛있는 이유를 물으니 송 사장은 “풍부한 일조량과 부드러운 해풍으로 단맛을 풍기는 영광의 천일염이 보리굴비를 더욱 맛있게 한다”고 했다.

꼬막무침, 꼬막전, 꼬막숙회

메뉴 추천을 부탁하니 송 사장은 제철 재료인 꼬막정식과 멍게비빔밥을 추천했다. 양식업과 유통이 발달하면서 제철 식재료라는 개념이 희박해졌지만 냉동과 생물은 신선함이나 육질의 탄력도나 그 맛에서 확실히 차이가 난다. 쉽게 상하는 해산물은 더욱 그렇다. 벌교에 사는 친구가 직배송 한다는 꼬막으로 만들어낸 꼬막무침과 꼬막전‚ 꼬막숙회는 탱글탱글한 육질에서 바다의 신선함이 입 안 가득 퍼지게 한다. 정식메뉴에 나오는 집된장으로 끊이는 된장국도 재료를 많이 넣지 않고 된장의 맛을 최대한 살려 짜지 않고 구수하다. 동네 주민인 배우 이영애도 좋아하는 메뉴라고 귀띔한다.

이 집 음식의 특징은 신선함와 실속이다. 군더더기 없이 제철 음식을 맛깔나고 정갈하게 차려낸다. 가격에 비해 곁들임반찬이 빈약하다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으나 음식 하나 하나 주인장의 손맛이 살아 있다. 음식을 미리 만들어 놓지 않고 주문에 맞춰 만들기 때문에 가짓수는 적지만 제철나물 무침도 아삭함이 살아있다.

송옥자 사장

송 사장은 문호리에 미가를 열기 전 서울에서도 한정식집을 오랫동안 운영했다. 요리를 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식재료의 맛을 해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짜고 맵고 단 자극적인 양념 맛이 아닌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려내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신선한 재료가 중요한데 번거롭지만 매일 새벽시장에서 그날 쓸 재료를 구입하고 해산물도 산지 직배송을 고수하고 있다.

송 사장은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보약을 먹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재료로 몸도 마음도 모두 건강해지는 음식을 손님들께 대접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영업시간 : 오전 10시~오후 9시(휴무 2, 4주 화요일)

■ 위치 : 서종면 문호리 730-2

■ 가격 : 보리굴비(2만5000원), 간장게장정식(2만5000원), 꼬막정식(1만8000원), 멍게비빔밥(1만2000원)‚ 생선구이(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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