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부가 듣는 대선 양평민심②-김용녕 대한노인회 양평군지회장>

대한민국 노인들의 정치적 영향력이 날로 커간다. 일단 노령인구가 많고 그 성장 추세도 가파르다. 선거에 임하는 후보자 입장에선 그 분들의 거취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양평군은 353개의 경로당과 13개 노인회관, 그리고 65세 이상인 주민이 2만3000명 선을 넘었다. 대한노인회 양평군지회 김용녕 회장은 공직경험과 지방의회 의원직을 두루 거쳤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일어 찾은 노인회관은 의외로 군대처럼 일사분란하다. 김 회장도 소크라테스 시절부터 써왔다는 ‘젊은 것들’에 대한 근심과 왕년에 했던 일에 대한 자부심 가득한 말씀이 이어진다.

“내가 1·2대 양평군의원을 했는데 한번은 말이야 양평면장을 지낸 김찬재라는 분의 공로비를 갈산공원에 세운다고 동의해달라면서 서명을 받으러 여럿이 쭉 왔더라구. 보니까 문화원장 못해 죄다들 서명을 했더라고. 그 옆에 내 사인하라고 들이미는 거야. 생각해 보슈, 1911∼1926년 면장을 지냈으면 그 때가 일제가 ‘무단정치’라고 해서 우리를 힘으로 폭압 정치할 때 아닌가. 당시에 면장 해먹을라치면 왜놈들한테 충성맹세 백번해도 얻기 힘든 자린데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일을 벌이더라고. 여기저기 확인해 보니 아니나 달라? 그런데 더 우스운 건 말이야 이미 갈산에 비석은 세워놓고 서명을 받으러 온 거야. 당장 군수 소환해 따지고 공원관리법, 공유재산관리법 등 위반사항을 들이댔지. 그랬더니 남들 눈이 있으니까 밤에 장비 들여 몰래 파내더라고. 그거 아마 지금까지 서있다고 생각해봐. 후손들이 뭐라고 하겠어! 지도자라는 사람들이 역사의식이 있어야지 말이야. 요새는 나처럼 그렇게 들이대고 따지는 의원도 별로 없는 것 같던데, 어떻게 생각하슈? 다들 자기 위치에 따른 본분이 있는 건데 그걸 망각하면 배가 산으로 가는 거라고…”

양평군 노인을 대표해서 차기 대통령에게 바라는 점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겸손한 대답이 먼저 돌아온다.

“우리 늙은이 세대는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 다 겪고 살았잖아. 노인복지, 이만하면 됐지 뭘 더 바라는 것도 없어. 젊은 사람이 걱정이지. 우리는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처럼 부양 받는 세대도 아니고, 지금도 사회적 책임에서 피해가고 싶은 생각도 없어요. 우리는 ‘백전불굴’의 용사라고 생각해. 외국에 나가봐 한국노인들 엄청 부러워해요. 경제적 기적을 이룬 사람이라고 경이로운 눈으로 보거든.”

김 회장의 말씀은 거침없이 이어졌다. “요즘 위정자들의 실수로 국가위신이 땅에 떨어지는 바람에… 생각하면 분기탱천할 일이지만 나는 박근혜 사건도 제 위치에 걸맞은 일을 못해서 생긴 거라고 본다고. 한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여야를 떠나서 백성을 위한다는 진정성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어야 하고, 철저한 안보체계를 구축하는 일과 부강하고 편안한 국가를 만드는 능력, 그리고 청렴한 공직자로서 자기 확신이 굳건해야 해요. 나는 이번 대통령 탄핵이 우리정치가 크게 성장하는 계기가 될 거라고 믿어. 가장 기본적이고 원칙적인 것을 지키지 못하는 정치인의 말로를 적나라하게 본거잖우? 우리 노인들도 65세부터 노인이라고 나라에서 과도한 대접받는 것도 부담이고, 일할 수 있는 사람 일자리 만들어 주는 게 더 좋지. 나라에 보탬은 못 줄망정 다들 기대고 의지하려는 사람은 없어. 우린 아직 백전불굴의 뜨거운 피가 넘친다니까? 내 말이 너무 길어지이, 떡 좀 잡숴봐. 신문도 비판의 자기 역할은 바로 하시되 사회의 온기는 놓치지 마시고… 달달하고 부드럽고 찐득한 찹쌀떡의 풍미가 입안에서 오래도록 머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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