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부가 듣는 대선 양평민심①-최창은 양평군주민자치협의회장>

보록~ 보록~ 토로록. 힘겹게 이랑을 타는 관리기의 시동을 끄고 흙덩이를 발로 툭툭 차며 다가오는 최창은 양평군주민자치협의회장은 헐렁한 운동복에 장화까지 영락없는 농부다. 양복 입은 모습이 익숙한 눈엔 왠지 낯설다. “아니 뭘 여기까지 오셔 그래. 이거 작년에 내가 농사져서 내린 건데 몸에 좋대 드셔봐.” 미안한 듯 양파즙을 내민다.

“대통령선거가 코앞인데 양평사람 입장에서 바라는 점을 들어보려 왔죠.” 최 회장은 옷에 먼지를 털며 농막 옆 의자를 권한다. “해주면 좋지. 근데 우리 같은 사람 얘길 듣기나 하겠어? 사격장, 군부대 이전이 거론된 게 언젠데 몇 십년가도 그대로 있잖우. 그래도 대통령 새로 뽑을 때 한 번 더 공론화해봐야지. 또 만날 하는 얘기지만 상수원 규제도 현실화해야하고 젊은 사람이 먹고살게 있어야 붙어있지. 남 얘기 할 것도 없어, 내 자식도 양평에 안 사는데 뭐 대학이나 들어오면 일자리나 지역상권이 살아날 거라는 얘기도 물 건너갔지. 애들이 줄어 대학도 없어지는 판에 불가능할 테고, 이젠 진짜로 규제 풀어서 기업들 유치해야 되는 거 아니유? 이명박 정권 때 수도권규제 풀자고 몰려다니며 데모도 하고 그랬는데 수도권 외곽의 국회의원 숫자에 밀리니까 끝난 거지.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밀어붙여야 되는데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사람이면 어렵지. 양평시내를 한참 응시하던 그가 말을 이어간다.

“양평 인구가 늘긴 하는데 젊은 사람이 없어. 맨 노인들만 많고 이참에 고등학교도 무상교육 한다는 사람 없답디까? 단박에 힘들면 군 단위부터 시작이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농어촌특별전형도 늘리고 그래야 시골서 애를 키우지. 오히려 거꾸로 가는 것 같아. 이대로 그냥 놔두면 동네가 텅텅 빌 것 같아. 그래도 읍내는 나은 편이야. 저기 면 단위는 사정이 더 형편없어. 그나마 주민자치센터 같은데서 문화 활동이라도 하는 사람은 외부에서 이사 온 분들이고 원래부터 사시는 분들은 교통편이 좋기를 한가, 같이 다닐 친구가 있나. 자식들은 다 도회지 나가 살고… 그저 마을회관에 모여 소일하는 게 다야. 그런 거 보면 참 안타까워. 복지예산이 해마다 늘어 걱정이라지만 여기선 혜택 보는 게 없어. 시골노인들 신경 써주는 그런 대통령이라면 얼른 찍어 줄 텐데…”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많았는데 탄핵된 거 보면 속상하시죠?”

“제 발등 찍은 거지. 야당을 다독거려 같이 가야지 말이야 제 고집만 내세우고 으르렁대면 제풀에 자빠지지 권력이 무한정 가나. 거기다 제 주변 관리도 못하고… 여야 할 것 없이 저 잘 났다고 중구난방 떠드니까 중국이 우리나라를 우습게 보는 거래요. 싸움을 하더라도 국방이나 외교 이런 것은 한 방향으로 가야지 원, 이리 갔다 저리 갔다 이래선 안 된다고 봐. 이거다 결정하면 확 끌고 가는 강한 대통령이 나와야 하는데…”

“강력한 대통령’은 독재 밖에 없는 거 아네요?”

“그렇지? 이제 그럴 수는 없고 정직하게 소통해서 국민의 마음을 등에 업고 야당을 끌고 가야 힘 있는 대통령이 된다는 뜻이잖우. 나는 박근혜는 그게 안 되는 인물이라 이 사달이 났다고 생각해.”

이미 남쪽엔 꽃소식이 들리건만 차가운 봄바람이 두 사람의 대화에 끼어들며 흙먼지를 불어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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