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4

 

2008년경 한 TV 프로그램의 소개로 전국적으로 유명하게 된 경남 통영의 동피랑마을. 동피랑은 통영사투리로 비탈을 뜻하는 ‘비랑’이라는 말에 동쪽이 합쳐져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통영의 동쪽에 위치하는 산비탈지대에 형성된 마을로 저소득층의 오래된 건물들이 비좁게 들어서 열악한 주거환경 때문에 철거와 재개발이 예정된 곳이었다.

그러나 무조건 철거만이 능사가 아니라 통영의 역사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문화예술인들이 포함된 어느 한 시민단체가 ‘통영의 망루 동피랑의 재발견’이라는 사업 제목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제 동피랑마을은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통영시의 명소가 되었으며 벽화를 통한 마을만들기 대상도 수상했다.

벽화는 공공미술이다. 공공미술이란 영국의 미술행정가인 존 윌렛(John Willet)이 처음 사용한 개념이라고 한다. 소수의 전문가들에 의해 독점되던 미적 정서를 대중적으로 확장하고자 한 시도로써 일반적으로 공개된 장소에 설치·전시되는 미술작품을 지칭한다. 예술이 대중에게 확산되어 미적 감각을 대중과 함께 향유할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은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런 의미에서 공공미술은 그 취지가 바람직하며 벽화 또한 그러하다.

더구나 어둡고 썰렁하게 퇴락하여 철거에 직면했던 마을의 골목들이 공공미술의 힘에 의해 새로운 공간으로 재탄생되어 관광객들로 활력이 넘쳐난다면 더없이 좋은 일임은 틀림없다.

인천 부평구 십정동 열우물벽화마을의 벽화

현재 한국의 벽화마을은 내로라하는 곳만도 100여 곳이 넘는다. 마을 담벼락의 벽화는 순식간에 낡은 것과 지저분한 것을 덮어버린다. 낙후된 마을을 재생하기에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이다. 그렇기에 마을 담벼락의 벽화그리기는 마을만들기의 가장 흔한 소재 중의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오히려 그런 이유로 벽화그리기가 유행하고 10여년이 경과한 지금, 벽화를 통한 마을만들기는 한계와 단점이 많이 부각되고 있다.

너무나 흔하고 손쉬운 방법으로 벽화가 유행하자 ‘공공미술은 벽화’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공공미술의 영역과 수준이 떨어지고, 벽화 그 자체만 보더라도 그 지역의 전통과 관련이 없는 천편일률적인 그림들이 마구 그려졌다. 벽화라는 소재가 희소성이 없어지고 공간과 전혀 어울리지 않음에도 적은 투자로 빨리 눈에 보이는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행되어 왔다. 뿐만 아니라 벽화를 제작하는 과정 또한 주민들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의 예술가들에게 의존함으로써 지역의 사정과 역사를 알지 못하는 외부인들의 손으로 마을이 칠해졌다.

자칫 잘못하여 심사숙고 없이 진행되는 벽화그리기 사업은 어쩌면 마을의 성형수술이 될 수 있다. 성형이란 못생기거나 나이든 얼굴을 그 외피만 예쁘게 바꾸어 내는 작업이다. 요즘은 소박한 얼굴마저도 못생겼다고 치부하여 성형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은 성형공화국이라고도 불리지 않는가. 성형에 의한 얼굴은 인간미나 개성이 없다. 낡고 소박한 것이라고 무조건 아름답지 못한가? 아름다움은 단지 외모적인 것과는 다르다. 소박함과 연륜은 그 자체의 장점을 살려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경남 통영 동피랑 벽화마을

동피랑 마을을 들렀을 때도 그랬고, 인천 부평구의 십정동 열우물 벽화마을을 들렀을 때도 그랬다. 아름다움이란 보는 이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다는 생각이 조심스럽게 들었던 것이다. 왠지 나의 눈엔 산만하고 현란한 느낌이 더 컸다. 낡은 것을 감추고자 애썼기에 그 안에 들어 있는 낡음이 더 드러나 보였다. 그 낡음이 그 자신만의 자랑스러운 역사성을 잃어버린 채 원색적인 화장에 덮여 있기만 했다. 특히 열우물마을은 연예인의 얼굴을 원색적으로 커다랗게 그려놓기도 했다.

지금도 벽화마을은 계속 탄생중이다. 그러나 이제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 무엇을 그릴 것인가, 무엇이 아름다움인가에 대한 깊은 고민과 소통이 있어야 한다. 섣불리 고쳐 쉽게 돌이킬 수 없는 성형은 잘못하면 나 자신을 잃어버리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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