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선 지평어린이집 보육교사

“아이들이 만나는 작은사회 어린이집…
양육상담은 인터넷보단 담임교사에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이들은 손이 많이 가고 돌봐줄 일이 많다는 뜻이다. 자녀 양육의 책임은 기본적으로 부모에게 있고,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의 따뜻한 돌봄과 가르침 속에 공동체 생활을 경험한다.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은 아이들이 태어나 처음 만나는 ‘작은 사회’다. 양평군내 보육기관은 국공립과 법인·단체, 민간 등을 포함해 63개소가 있고 보육교사는 450명을 넘는다. 어머니를 대신해 가정에서 느끼는 것처럼 정서적, 애정적 유대관계를 정겹고 끈끈하게 이끌어가며 아이들을 보살피고 가르치는 보육교사는 아이들에겐 제2의 엄마다. 정미선(36) 지평어린이집 보육교사가 생각하는 보육의 핵심은 ‘신뢰’였다.

정미선 지평어린이집 보육교사

▲보육교사는 어떤 직업… 보육은 단순히 아동을 보살피는 일뿐 아니라 돌봄과 교육이 함께 이뤄지는 일이다. 아이를 돌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교사로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아이의 발달적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교육적으로 가치 있는 활동들을 찾아 이를 적용하는 것은 교사만이 할 수 있다. 즉, 보육교사는 아이들의 교육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 전문직이다.

▲개선해야할 보육정책과 힘든 점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만 안전하고 세심하게 보육해주길 바라지만, 교사는 1명이 아닌 다수의 아이들을 보육하므로 부모에게 100% 만족을 주긴 어렵다. 평가인증 및 감사로 인한 과다한 업무 또한 보육의 질 향상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본다. 교사는 누군가의 평가를 받고 감사를 받으며, 거기서 오는 평가결과로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다. 점수를 매겨 보육의 질을 평가하고, 그로 인한 보육교사의 처우에까지 영향을 주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오롯이 아이들의 마음을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시간과 정서적 여유로움이 필요하다. 보육교사라고 하면 ‘힘들겠다’라며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다. 영유아 발달의 황금기를 함께 지내는 교사들에 대한 인식이 왜 이 정도 밖에 안 되는지 회의를 느낀 적도 있다. 조금 힘들더라도 자부심을 갖고, 전문성을 위해 좀 더 노력한다면, 보육교사란 직업의 입지가 더 탄탄해지고 존중받을 것이다.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때는… ‘난 선생님이 정말 좋아요’라고 눈빛으로 진심을 전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러한 진심이 느껴질 때 보람을 느낀다. 초임시절 첫해 담임을 맡았던 아이들에게 연락이 왔다. 고등학생이 되었다며 선생님을 만나고 싶다며 유치원에 전화해 내 번호를 알아내었단다. 설렘을 안고 교사 생활을 시작했던 시절, 나의 첫사랑이던 아이들에게 예상치 못한 연락을 받고 얼마나 기뻤던지, 이 일을 하고 있음에 얼마나 감사했던지… 고교생이 됐는데도 아이들은 여전히 7살 아이들같이 예쁘게 보였다. 그때의 설렘을 생각하면 지금도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만약 내가 이 일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행복한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을까?

▲부모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 아이들이 태어나 가장 먼저 만나는 사회는 가정이고, 그 다음 만나는 작은 사회는 어린이집 혹은 유치원이다. 그만큼 가정에서 부모들의 역할이 중요하고, 그 다음 교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요즘은 양육에 대한 궁금한 점이 있으면 인터넷만 뒤져도 좋은 정보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런데 요즘 부모들은 정작 자신이 아이를 양육하면서 ‘내 아이가 왜 그럴까?’하며 진지하게 아이의 진심을 생각하기보다는 인터넷 정보 속에서 답을 찾으려 한다. 어린이집 담임교사의 말보다는 인터넷 카페 댓글을 더 신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자신의 아이에 대한 해결책은 우리 아이에게 물어보면 되고, 아이와 의사소통이 힘들면 담임교사와 상담하며 믿고 의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믿음과 신뢰 속에 우리 아이들의 정서가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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