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들 전문가’가 꿈꾸는 ‘한옥체험마을’
<배달부가 만난 사람-신장선 황토집짓기학교 대표>

예스러운 한옥, 따뜻한 아랫목에 눈 내리는 창밖을 보며 오붓하게 차를 마시는 모습은 현대인이 꿈꾸는 미래일 듯하다. 용문면 연수리 학골에서 꿈을 현실로 이끌어주는 사람, 특히 구들을 잘 놓기로 유명한 한옥장인 신장선(66)씨가 양평에서 황토집짓기학교 문을 연 지 6년째다.

“돈도 많이 벌어 봤고 부지기수로 까먹기도 했죠. 집이 강원도 영월이에요. 한 해는 옥수수 농사로 재미를 봤는데 이듬해 꿩을 길러 박제를 만들어 수출한다고 홀랑 털어먹고 농협 빚 100만원 빌려 스물여섯 살 먹어서 고추농사해서 서울 아파트 세 채 값을 벌었어요.” 신 대표는 그야말로 안 해본 일이 없었다.

농사가 지겨워 부산에서 식당을 했는데 다 털어먹는데 1년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인생을 배우는 학비를 낸 거죠. 중동 건설 붐이 불어 해외에서 배관공도 하고 용접, 아스팔트 등 여러 일을 했는데 책 놓고 공부하는 것은 젬병인데 눈으로 한번 만 보면 사진을 찍은 것처럼 머리에 들어와요. 눈썰미와 손재주를 타고나 적응이 빠르다보니 대접 받았죠.”

겨울밤 방바닥을 따뜻하게 데우는 구들, 그는 ‘구들 전문가’다.

“눈이 보배라고 하잖아요. 중학교 때 같은 동네 사는 구들을 잘 놓는 당숙이 계셨는데, 구들 놓아주면서 아이들 다 대학을 보낼 만큼 명장이라 그 양반 일하는 걸 봤죠. 집에 불이 안 들어 방바닥을 뜯어보고 원리를 터득했죠. 베르누이 법칙 아시죠? 그걸 응용해 유체의 흐름을 보고 몇 차례 시험을 통해 완전히 내 기술로 만든 거예요. 보세요, 이 방에 그제 불을 넣었는데 아직도 절절 끓잖아요. 이런 방에서 살면 면역력도 좋아지고 상쾌해요.” 신 대표는 난치병으로 고생하던 사람들이 몇 달 만에 완쾌돼 나가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제대로 된 전통한옥의 힘이 이런 것일까. 그의 소망은 기술을 배워 자기 손으로 집 짓는 사람들이 많아져 꿈을 이뤄주는 것이다.

한옥 짓는 일이 슬슬 지겨울 법도 한데, 그는 아직 멀었다고 손사래를 쳤다. “작년부터 이 일을 마을과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요. 천편일률적인 체험마을이 아니라 우리 동네를 주민들과 함께 휴양마을을 만들고 싶어요. 귀농체험도 하고 전통한옥도 가르치고 여러 농사도 체험하고 가축도 기르고, 귀농에 실제적으로 도움이 되는 그런 체험마을이라고나 할까?”

자신 있느냐는 물음에 그는 “여태 뭘 들으셨소? 내가 돈 버는 데는 타고난 사람이라니까? 관리를 못해서 그렇지.” 엄지 척을 하는 신 대표의 얼굴에 설렘이 묻어난다.

배달부=조병걸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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