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3

 

파머스 마켓(Farmer's Market)이란 그 지역의 농업생산자들이 자신이 재배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하는 방식의 시장을 말한다. 유통과정이 생략되므로 중간이윤이 배제되어 생산자나 소비자에겐 모두 좋다. 또한 농산물의 신선도뿐만 아니라 안정성도 보장된다. 생산자가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면서 판매하는 방식이므로 소비자가 느끼는 심리적 안정감과 정서적 공감대 또한 큰 장점이다.

파머스 마켓은 그 특성상 지역 단위로 개설되므로 지역적 유대감을 형성시킬 뿐만 아니라 이윤의 국외(局外) 유출을 막는다. 시골구석까지 침투하는 대기업의 유통망에 당할 재간이 없긴 하지만 여전히 대기업의 세상에 맞설 건강한 사회망을 회복하기 위한 대안의 하나로 존재한다.

미국이나 유럽에도 여전히 전통적인 파머스 마켓이 있긴 하지만 일본에는 파머스 마켓의 유형을 띤 독특한 소형 시장이 늘어나고 있다. 소위 아사이찌(朝市, あさいち)가 그것이다.

아사이찌는 새벽부터 오전시간까지 역 앞이나, 광장, 번화가 등에서 그 지역의 생산자들이 마련한 채소와 어패류 등을 판매하는 아침장을 말한다. 플리마켓과는 달리 식료품에 한정되어 있다. 그 지역의 농어업 생산자나 식자재 제조자가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게 농산물이나 식료품을 판매하는 지역장이다. 아침시간대에만 열리되 매일 열리는 곳도 많다.

대부분의 번화가 상점들은 아침에는 개점하지 않으므로 번화가의 점포 앞에서도 간단한 좌판을 펴고 열린다. 보통 오전 7∼11시 열리되 일찍 매진되는 좌판은 일찍 철수한다. 마감시간이 지나면 좌판은 일제히 거둬지고 광장이나 번화가는 다시 제 모습으로 돌아간다.

후쿠이현(福井&#30476;) 오노시(大野市)의 시치켄아사이찌(七間朝市)

그 지역의 농협이 주최하는 곳도 있지만, 주민자치회가 주최하기도 하고 아사이찌운영협의회를 조직하여 운영하는 곳도 있다. 주최자에게 사전에 등록하면 일정한 지점의 좌판을 개설할 수 있다. 운영자는 판매 품목의 종류와 양을 조절하고, 판매품의 품질을 감독하며, 질서를 유지한다.

아사이찌를 보러 간 여행의 일정은 연거푸 두 군데로 연결되었다.

먼저 간 곳이 후쿠이현(福井県) 오노시(大野市)의 시치켄아사이찌(七間朝市)였다. 4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곳이다. 오노시는 밭이 많은 곳이라 여러 가지 농산물이 많아서 아사이찌가 지속되어 왔다. 겨울 한 철을 빼고는 매일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열린다. 그러나 내가 갔을 때는 마침 축제가 막 끝난 다음이라 한산해서 그 진면모를 보지는 못해 아쉬웠다.

아사이찌의 진면모를 제대로 본 곳은 타카야마에서였다. 기후현(岐阜県) 타카야마시(高山市)의 미야가와아사이찌(宮川朝市)는 에도시대부터 전통이 있는 일본의 3대 아사이찌 중 하나다. 타카야마시의 중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미야가와(宮川)라는 하천변 약 500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열린다. 타카야마의 특산 농산품을 중심으로 신선한 야채나 과일 등이 주류를 이루고 간혹은 집에서 만들어 온 반찬, 특산품인 된장, 그리고 직접 제작한 수공예품도 더러 섞여 있었다. 군데군데 먹거리 판도 소박하게 차려져 있어서 아침식사도 할 수 있다.

기후현(岐阜&#30476;) 타카야마시(高山市)의 미야가와아사이찌(宮川朝市)

본래는 지역민들끼리의 장터였지만 소문이 나면서 관광객들까지 몰려 500미터 정도의 거리를 구경하며 통과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렸다. 지역의 특산품이기도 한 사과를 아예 껍질을 깎아 먹기 좋게 잘라서 작은 포장으로 팔기도 했다. 어젯밤 술로 목이 메던 터라 한 봉지를 사서 우걱우걱 씹으며 걸었다.

일본에는 저렇게 큰 아사이찌 외에도 각 지역에서 소박하게 열리는 곳들이 많다. 저 두 곳도 처음에는 작고 소박하게 출발했으리라. 새벽에 거둔 채소와 어젯밤 담근 겉절이를 아침에 같은 동네의 필요한 사람에게 팔고 사는 지역민들끼리의 소박한 시장, 그것은 단지 ‘매매’의 개념을 넘어선다. 특히 농촌에서는 말이다. 그 자체로 공동체의 장이다.

아침에 본 아사이찌는 정말 매력적이었다. 좌판을 깐 나이든 생산자들과 기웃거리는 주부와 젊은이들… 아직도 나는 우리 동네의 ‘아침장’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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