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샘터> 아카데미 운영하는 김창호씨

초·중학생 영어교실 7년째 재능기부
선발기준… 수업참여 의지만 있으면
“어른도 배우는 ‘샘터학교’ 설립 꿈”

 

‘샘터?’ 월간지 그 샘터가 아니다. ‘양수리 샘터’는 샘터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의미 그대로 ‘좋은 말’과 ‘좋은 사람’, ‘좋은 이야기’들이 있는 장소다. 양수리에서 ‘샘터 아카데’를 운영하는 김창호(53)씨는 이곳 학부모의 자녀들에게 배움의 샘터를 제공하는 ‘재능 기부 천사’다.

김창호씨를 처음 본 사람들은 그를 ‘과외’하는 사람이라고 여겨 배척했다. 무슨 목적이 있지 않고서야 매주 두 번씩 영어를 가르칠 리 만무하다고 생각했다. 양수리 샘터 아카데미는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단순한 듣고 말하기 위주의 무료 영어교실을 하는 곳이 아니다. 어느덧 마을교육공동체의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됐다.

김창호씨가 나누는 재능은 영어다. 그것도 회화 위주의 살아있는 영어를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가르친다. 교재도 훌륭하다. 영국문화원 소속으로 영어과정이 좋기로 유명한 ‘브리티시 카운실(British Council)’과 VOA(Voice Of America) 뉴스를 활용하고 있다. VOA는 영어 좀 한다는 중·고교생이나 대학생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라디오 방송 ‘미국의 소리’다. VOA의 ‘Learning English’는 뉴스의 형태로 교육자료를 만들어 공급하는 사이트(http://learningenglish.voanews.com) 세계정세를 생생히 접하면서 공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쯤 되면 김창호씨는 영어를 전공했거나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 원어민)일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으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는 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님이다.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하지도 않았다. 영어와는 도무지 연관이 없을 만한 그가 ‘영어 전도사’로 나선 까닭은 자신의 사업과 관련해서다.

샘터 아카데미 학생들은 김창호 선생님과 함께 해외연수도 간다. 현지 외국인과 인터뷰도 하고 갖가지 재미있는 미션을 수행하면서 영어실력을 키우고 견문도 넓힌다.

김씨는 8년 전 사업차 말레이시아로 가 1년간 체류했다. 영어를 전공하진 않았어도 나름 영어 좀 한다고 자부하던 그는 형편없는 자신의 영어실력을 확인하곤 좌절만 겪었다. 그 길로 현지 영국문화원에 등록해 영어공부에 매진했고, 원래 목적인 사업은 그대로 접었다. 본말이 전도된 셈이다.

“결국은 교육이구나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죠. 나처럼 공부해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해 귀국 후 영어교실을 열었습니다.” 김씨는 아내의 적극적인 후원으로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영어교실을 열었다. 모임의 이름은 좋은 의미를 내포한 ‘샘터’로 지었다.

샘터 아카데미 초기에는 수업장소가 일정치 않았다. 교회와 자신의 부용리 집 등을 돌아다니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러다 4년 전부터 양서친환경도서관에서 줄곧 영어교실을 열고 있다. 김씨는 “샘터 아카데미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건 박신선 당시 양서면장과 양서도서관의 모든 직원 분들, 특히 조혜연 주무관의 도움이 무척 컸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그는 주변의 많은 이들로부터 처음에는 ‘저러다 말겠지, 무슨 다른 이유가 있겠지’ 하며 배척도 당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의 꾸준한 모습을 확인하게 된 공무원과 학부모들은 이내 자신의 잘못된 생각을 깨달았다. 양서면에서 다른 부서로 발령받아 간 공무원이 다시 이곳으로 와보니 김씨는 여전히 그 자리에서 한결같았던 것이다.

양서친환경도서관에서 영어공부를 하고 있는 샘터 아카데미 학생들.

샘터 아카데미 학생의 선발기준은 따로 없다. 처음에는 어려운 환경에 처한 아이들을 우선적으로 선발했으나, 지금은 그런 기준이 없다. 역차별 없이 모두에게 혜택을 주기 위한 취지다. 다만, 초·중학생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나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뜻과 수업참여의 의지를 최우선적 선발 요소로 꼽고 있다. 출석관리를 엄격하게 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영어교실은 2개 반으로 나눠 김씨와 아세아연합신학대 영어권 학생들이 번갈아 반을 오가며 수업하는 형태다. 샘터 아카데미 학생들은 김씨와 함께 해외연수도 간다. 지금까지 사이판과 필리핀, 인도 등을 다녀왔다. 20명 안쪽의 학생들이 조를 짜 ‘호텔 찾아오기’ 등과 같은 미션을 수행하고, 현지인과 인터뷰도 하고, 인터뷰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제작해 교재로도 활용한다.

김씨는 요즘 ‘어른들의 놀이터’를 조성하느라 분주하다. 샘터 아카데미가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것이라면 놀이터는 성인을 위한 작은 공방이다. 목공, 금속, 플라스틱 등을 가지고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드는 곳이다. 어른들을 위한 샘터는 어떤 모습일지 머지않아 공개될 예정이다.

김씨의 장차 꿈은 ‘샘터 학교’를 짓는 것이다. 샘터 학교가 생긴다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영어를 배울 수 있고, 다양한 체험공간을 조성할 수도 있다.

“샘터 1기생 아이들이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됩니다. 샘터 아카데미에서 배운 듣고 말하기 위주의 영어실력이 학교 공부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는 게 큰 보람이고 살아가는 원동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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