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떠오르는 ‘주민자치회’

2000년 읍․면․동 기능전환의 일환으로 시작된 주민자치센터가 변화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13년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고, 동법 제27조에 근거해 행정자치부가 주민자치센터 운영을 맡아온 주민자치위원회를 대체할 ‘주민자치회’를 49개 읍․면․동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본지는 시범 실시되고 있는 ‘주민자치회’는 어떤 자치조직인지 살펴보는 과정을 통해 현재 12개 읍․면에서 운영 중인 주민자치위원회와 주민자치센터를 돌아보고, 주민자치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는 계기로 삼고자 한다.

◇ ‘문화․여가’에 머물고 있는 주민자치센터

주민자치센터는 1998년 김대중 정부에서 작고 효율적인 정부 실현을 위해 추진한 100대 국정개혁과제 중 하나인 읍․면․동 기능전환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읍․면․동의 기능 중 많은 부분을 시․군․구로 집중하고, 읍․면․동의 운영은 풀뿌리민주주의인 주민자치를 실현하는 방향이었다. 1999년 일부 동을 대상으로 주민자치센터 시범사업을 시작했고, 2000년 전국으로 확대 설치돼 지난해 현재 3502개 읍․면․동 중 2818개(80.5%)에서 주민자치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양평군도 12개 읍․면 모두 주민자치센터가 설치돼 있고, 자치센터 운영에 관한 사항을 심의․결정하는 주민자치위원회를 시행하고 있다.

읍․면․동 주민자치센터는 ‘지방자치법 및 동법 시행령’에 근거해 운영된다. 양평군은 ‘양평군 주민자치센터 설치 및 운영 조례’를 제정해 주민자치센터를 설치․운영하고 있다. 동 조례 제5조(기능)에 의하면 주민자치센터는 주민자치기능 및 주민을 위한 문화․복지․편익기능을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그 기능은 ▲주민자치(지역문제 토론, 마을환경 가꾸기, 자율방재활동 등) ▲문화여가(지역문화 행사, 전시회, 생활체육 등) ▲지역복지(건강증진, 마을문고, 청소년공부방 등) ▲주민편익(회의장, 알뜰매장, 생활정보제공 등) ▲시민교육(평생교육, 교양강좌, 청소년교실 등) ▲지역사회진흥(내 집 앞 청소하기, 불우이웃돕기, 청소년지도 등) 등 6가지로 구체화하고 있다. 이어 읍․면 실정에 따라 적합한 기능을 특화해 중점적으로 수행할 수 있으나 ‘주민자치’와 ‘지역사회진흥’ 관련 기능은 우선적으로 갖춰 수행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현재 양평군의 주민자치센터 운영은 주민자치 기능보다는 평생교육, 마을문화행사 참여, 마을환경 가꾸기 등 문화․여가 기능에 머물고 있다. 주민참여도 저조해 군민의 자치센터 이용경험은 13.1%(양평군사회조사, 2016년)에 그치고 있다. 이런 운영실태는 전국적인 현상이다.

행정자치부가 지난해 전국의 주민자치센터 프로그램 1일 평균 이용자 5만452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문화․여가 프로그램 이용자가 65.8%(3만5861명)로 가장 많았고, 지역복지 11.5%(6291명) 시민교육 9.6%(5253명)이 뒤를 이었다. 주민자치(5.5%), 주민편익(3.9%), 지역사회진흥(2.9%)은 매우 저조해 주민자치센터 도입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 자치 강화한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2013년부터 시범 실시된 주민자치회는 주민중심의 생활․근린자치를 강화해 지역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읍․면․동 단위로 설치하는 새로운 주민자치 조직이다. 같은 해 시행된 ‘지방분권 및 지방행정체제 개편에 관한 특별법’ 제27조(풀뿌리 자치의 활성화와 민주적 참여의식 고양을 위해 읍․면․동에 해당 행정구역의 주민으로 구성되는 주민자치회를 둘 수 있다)에 근거를 두고 있다.

정자치부는 주민자치회 도입 배경에서 ‘대부분의 주민자치센터가 행정기관 주도로 운영되고, 자치의 주체인 주민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지 않아 주민들의 지역공동체 의식이 약화되고 지역 현안에 대한 주민참여가 저조한 실정’이라며 현재 운영되고 있는 주민자치센터의 한계를 지적했다.

행자부는 주민자치회의 실현 가능성을 확인하고 실정에 맞는 최적모델을 창출해 자발적이고 점진적인 확산을 유도하려는 목적으로 주민자치회를 시범실시하고 있다. 2013~2015년 31개 읍․면․동(읍4, 면7, 동20)에서 1차 시범실시 했고, 2015년~현재 49개 읍․면․동에서 시범 실시하고 있다. 시범실시 지역은 주민자치센터가 폐지된 상태로, 시범실시기간 만료 후에도 주민자치회를 지속하고 있다.

 

◇ 주민생활과 밀접한 읍․면․동 업무의 협의․수탁․수행 권한

주민자치회는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업무의 협의, 수탁 등의 권한을 갖고 각종 주민자치 업무를 담당한다.

행자부의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 제8조(권한)에 의하면 ▲ 읍․면․동과의 대등한 관계에서 소규모 주민숙원사업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읍면동 기능에 대한 ‘협의’ 권한 ▲주민자치센터 운영 등 읍․면․동 행정기능 중 주민자치회에 위탁해 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되는 업무의 ‘수탁’ 권한 ▲마을 축제, 마을신문․소식지 발간 등 순수 자치영역에서 주민자치회 유지를 위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주민생활과 밀접한 지역 현안에 대해 주민 스스로 결정하고, 집행하며, 책임지는 풀뿌리민주주의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협의․심의 업무는 읍․면․동 지역개발(읍․면․동 지역발전계획, 지역자원 활용, 마을만들기 등), 주민 간 이해조정(행정구역 변경, 혐오시설 설치, 초등학교 통․폐합 등), 시․군․구 추진상황에 대한 의견 제출(지역 내 투자유치 계획, 교통신호 개선 등) 등이다. 위탁업무는 주민자치센터와 도서관 등 공공시설 운영, 공원과 공중화장실 등 공공시설물 관리, 마을휴양지 관리, 저소득노인 도시락 배달, 문화의 집 운영 및 관리, 자원봉사활동 지원 등이다. 주민자치업무는 마을축제와 체육대회 등 각종 행사, 마을신문․소식지 발간, 생활협동조합 운영, 동호회․스포츠 활동, 자율방법, 안전귀가활동 등이다.

또 군수(시장․구청장)는 주민자치회가 읍․면․동 주민을 위한 공공사업을 추진하거나 제5조의 사무를 수행하는 경우 행정적․재정적 지원(제21조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할 수 있고, 주민자치회장은 업무수행을 위해 전문적 지식과 경험이 있는 관계공무원 또는 전문가의 의견을 듣거나 관련 기관․단체 등에 자료 또는 의견의 제출 등을 요청(제22조 관계기관 등과의 협조)할 수 있다.

주민자치회가 실시되면 기존 주민자치위원회는 폐지된다. 기존 읍․면사무소와 동 주민센터는 그대로 존치돼 민원, 복지, 민방위, 통계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이․통장 제도도 존속된다.

 

◇ 주민자치회, 지역․주민․직능대표 20~30명 구성

주민자치회의 기능과 권한이 확대․강화됨에 따라 대표성을 갖는 주민자치회 위원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도 관심사다. 해당 읍․면․동 주민, 읍․면․동에 사업장 주소가 있는 사람 중에서 읍․면․동장이 위원을 위촉하는 주민자치위원회와 달리 주민자치회 위원은 지역․주민․직능대표 20~30명으로 구성해 지자체장이 위촉한다.

‘주민자치회 시범실시 및 설치․운영에 관한 표준조례안’ 제9조(위원의 선정)는 주민자치회의 위원을 지역대표, 주민대표, 직능대표로 구성해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선출하도록 했다. 지역대표위원은 이・통장협의회(이․통장 연합회, 이․통장 등)에서 추천한 후보자 중 ○○명, 주민대표위원은 공개모집 후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명, 직능대표위원은 전문가, 직능단체 대표 등을 대상으로 공개모집 후 위원선정위원회에서 선정한 ○○명으로 구성토록 했다. 주민자치회 위원의 지역대표성 확보를 위해 일정비율 이상의 위원을 이․통장 중에서 선출함에 따라 이․통장의 역할이 더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주민자치회 위원은 성별․연령․소득수준 등을 균형 있게 고려해 선정해야 하며, 여성위원의 참여를 적극 장려해 전체 위원의 100분의40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위원선정위원회는 읍․면․동장 추천위원, 이․통장협의회 추천위원, 지역대표연합단체 추천위원 등 9명 이내로 구성해 지자체장이 위촉토록 했다. 지역여건에 따라 추천자를 이․통장협의회장, 학교장, 농협조합장 등으로 다양하게 구성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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