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글쓰기는 외롭고 쓸쓸한 유년시절의 후유증

청소년 책읽기모임 '북톡(Book Talk)" 참여자들이 행사 후 이경혜작가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군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진행하는 청소년 책읽기모임 ‘북토크’ 는 지난 17일 양평읍사무소에서 군내 중‧고교생들이 참여한 가운데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저자 이경혜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가졌다.

아세아연합신학대학 정성국 교수가 지도하는 이 모임은 청소년들이 책을 읽고 느낀 바를 나누는 모임이다.

이경혜 작가는 살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유년시절 이야기와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집필 뒷이야기를 전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해 외톨이였던 작가는 골방에 쌓여있는 책을 읽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책을 읽고 골방에 누워 현실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 시절의 경험으로 작가가 되는 ‘상상력근육’이 만들어졌다.

‘안네의 일기’를 읽고 훗날 내 딸에게 보여줄 일기를 써야겠다고 결심하고 43년째 일기를 쓰고 있다. 태어나서 가장 잘 한 일이라고 자부 하는 일이 된 일기는 118권째 일기장을 쓰고 있고 가장 큰 자산이다. 작가가 생각하는 일기쓰기의 가장 큰 장점은 인격형성이나 자기반성에 도움이 된다는 점보다는 픽션이나 다큐멘터리가 아닌 내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대하소설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예전 일기를 꺼내 보면 왜 내가 지금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지에 대한 복선이 깔려있고 답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짜릿함을 느낀다고 한다. "이것은 짧은 기간 일기를 쓴다고 해서 되는 것은 아니고 오랜 시간 일기를 써야만 가능하다. 누군가 오늘 내 이야기를 듣고 일기쓰기를 시작한다면 정말 보람 있겠다”며 일기쓰기를 권했다.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에서 사춘기 예민한 시기에 친구의 죽음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딸 친구의 죽음을 듣고 책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집필 동기를 밝혔다. 소식을 듣고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아 그 아이의 흔적을 남기고 싶었고 죽음이라는 것이 우리 삶에 깃들어져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죽음을 생각하며 산다는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의 소중함을 알게 되는 길이다”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참석한 학생들과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폭소가 나오는 등 진솔하고 유쾌한 질문시간이 이어졌다.

민경민(지평중 14)학생은 강연을 듣고 “강연이 매우 재미있었고 작가님도 평범하게 살아가시는 분이라는 걸 알았다. 강연 내내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하게 됐다”며 “일기를 써서 작가님처럼 나를 돌아볼 수 있는 타임머신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이경혜 작가는 1960년 진주에서 태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불어교육학을 전공하였다. 1992년 ‘문화일보’동계문예에 중편소설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2001년‘한국백상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지금까지 낸 책으로는 그림책 『행복한 학교』,『안 잘래!』『안 먹을래!』, 동화책 『유명이와 무명이』『마지막 박쥐 공주 미가야』『심청이 무슨 효녀야?』『바보처럼 잠만 자는 공주라니!』『사도사우루스』, 청소년 소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그녀석 덕분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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