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40

 

일본에서는 포켓파크를 영어 그대로도 쓰지만 한편으론 츠지히로바(辻広場)라고도 쓴다. 츠지(辻)라는 글자는 교차로나 사거리 또는 가로변을 뜻하는 일본식 한자인데, 츠지히로바라고 하면 길모퉁이의 작은 공원이라는 뜻이 된다. 츠지히로바가 유명한 곳이 도쿄의 이케부쿠로(池袋)다.

그 중에서도 히가시 이케부쿠로(東池袋) 지역의 츠지히로바는 스토리를 담아 연속적으로 조성되었다. 이케부쿠로 지역은 도쿄 중에서도 북동쪽 외곽에 위치하는데, 예전에는 도시 주변의 시골이었지만 도쿄시에 편입되면서 집중적으로 주거지역이 형성되면서 남는 땅이 없을 정도로 순식간에 도시화되었다. 차분한 도시계획을 하지 못한 채 주택이 급속히 늘어나자 생활공원을 조성할 틈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 공원을 조성하려 했지만 규모 있는 공간은 찾기가 어렵게 되었고, 결국 주민들은 구청의 지원을 받아 작은 규모의 츠지히로바를 하나 둘 조성해 나가기로 계획했다.

히가시 이케부쿠로(東池袋)의 츠지히로바(&#36795;&#24195;場) ‘산산공원(サンサン&#24195;場)’

히가시 이케부쿠로 지역의 츠지히로바는 눈에 띄는 것만도 10개가 넘는다. 각각의 공원은 스토리가 있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처음 만난 곳이 ‘산산공원(サンサン広場)’이었다. 태양을 형상화한 구조물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산산’이란 한문으로는 찬찬(燦燦) 즉 ‘찬란하다’는 뜻을 담은 듯했다. 앞마당 공간에는 초승달과 별의 모양을 새긴 테이블과 벤치를 두었다.

‘양산공원(日傘&#24195;場)’

산산공원에서 조금 이동하면 ‘양산공원(日傘広場)’이 나온다. 양산이라면 한여름에 파라솔 역할을 하여 그늘을 만들어야 할 것 같은데 양산공원의 구조물은 뼈대만 있어서 그늘막 역할을 하지 못하지만 대신에 바닥에 비치는 그림자의 실루엣이 멋있었다.

‘사와야카공원(さわやか&#24195;場)’

그 다음으로는 ‘사와야카공원(さわやか広場)’이 있었다. ‘사와야카’란 기분이 상쾌하다는 뜻이다. 축대나 담벼락처럼 높은 곳부터 바닥의 화분까지 다양한 식물과 꽃의 향연이다. 가장 관심이 가는 점은 과연 누가 관리할까 하는 문제였는데, 주민들이 당번을 정하여 관리한다고 한다. 요일과 시간을 정하여 꼼꼼하게 당번을 정한다는 말을 듣고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모모공원(モ&#12540;モ&#12540;&#24195;場)’

‘사계절의 꽃 공원(四季の花広場)’과 ‘별자리공원(星ふる広場)’을 지나 정말 재밌는 츠지히로바를 두 개 만난다. ‘모모공원(モーモー広場)’과 ‘메기공원(なまず広場)’이다. ‘모모‘란 소의 울음소리다. 우리말로 ’음메~‘에 해당한다. 그 지역의 아이들에게 정말 인기를 끌 발상이다. 그런데 사실은 메기공원을 만든 자리는 화재 시 방화용수를 보관한 터라서 일반주택을 건축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고, 모모공원은 다른 주택을 짓다보니 너무 좁아서 별도로 한 채의 집이 지어질 수 없는 공간이라서 자투리공원으로 이용한 것이다.

주택밀집지의 자투리땅을 버려두어 폐자재나 쓰레기가 쌓이게 놓아두지 않고, 소공원으로 조성하여 마을의 경관을 살리는 히가시 이케부쿠로의 주민들과 구청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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