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39

 

공원이란 단순한 자연공간이 아니다.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다. 따라서 포켓파크도 짜투리 땅이나 길가에 설치하는 단순한 화단과는 다르다. 공공의 공간으로서 휴식과 소통의 뜻이 담겨야 한다. 그러하기에 조성 과정 자체부터 주민들의 공동 공간으로서의 마인드가 담겨야 한다.

일본의 세타가야구(世田谷区)는 도쿄시의 서쪽 외곽에 위치하는 중산층의 주거지역이다. 세타가야의 주민들이 만들어 온 주택가 곳곳의 포켓파크는 마을만들기의 일환으로서 녹도(綠道)와 함께 경이로운 마을의 경관을 만들어 내었다. 세타가야구의 주민들은 구청의 협조 하에 마을만들기 센터를 설립하고 주택가를 가로지르는 녹도와 함께 군데군데 포켓파크를 조성해왔다.

세타가야구(世田谷&#21306;)의 기타자와가와 녹도(北&#27810;川綠道).

세타가야구의 포켓파크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녹도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하지 않을 수 없는데, 녹도란 주택가 사이의 골목길에 차량통행을 없애 보행자거리를 만들 뿐만 아니라 그것을 뛰어넘어 아예 숲길로 조성하는 것을 말한다. 말하자면 숲길로 조성된 보행자와 자전거의 거리다.

세타가야에는 본래 주택가 사이를 흐르는 기타자와가와(北沢川) 개천이 있었다. 개천이란 자칫 잘못 관리하면 오염의 시궁창이 되기가 십상이다. 그래서 쉽게 복개해버리는 쪽을 택하기가 일쑤다. 그러나 세타가야 주민들은 오히려 개천 주변의 식물 식재를 보강하여 녹도로 만들었다.

녹도에는 각종 조류들도 날아들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이 되기도 한다.

세타가야의 대표적인 녹도는 ‘기타자와가와 녹도’(北沢川綠道)라고 불리는데, 주택가 사이사이를 흘러흘러 연장 4.3km에 이른다. 녹도변의 관목과 잡목들은 계절마다 형형색색 다른 꽃을 피우고, 교목들은 봄과 여름의 신록과 가을의 단풍으로 옷을 갈아입으며 마을과 사람들을 품는다. 봄에는 벚꽃들도 흐드러진다. 실개천의 폭이 조금 넓어지거나 차도를 횡단해야 하는 곳에는 고풍스런 돌다리도 여러 군데 조성되어 경관의 운치를 더하고 있다.

실개천과 나무가 함께 어우러진 경이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녹도는 이런 길이 설마 주택가에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고 편안하다. 잘 조성되고 주민들에 의해 스스로 관리되는 녹도에는 수생식물 뿐만 아니라 조류들도 다양하게 날아들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장이 되기도 한다. 그런 장면이 일본의 수도 도쿄의 주택가에 있다면 쉽게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주민들은 그 녹도 중간중간에 자연스럽게 포켓파크를 설치했다. 녹도의 폭이 넓어지는 군데군데 설치된 포켓파크는 녹도와 더불어 조용하고 평화스러운 휴식과 소통의 공간이 된다.

녹도 중간 중간에 있는 포켓파크.

녹도와 포켓파크의 조성비용은 주민들이 조성과정과 유지관리에 적극 참여하는 것을 전제로 모두 구청이 부담한다. 마을만들기 활동이 극대화된 세타가야구에는 현재 구 단위의 세타가야 마을만들기 센터를 중심으로 마을 단위로 총 27개의 마을만들기 센터가 조직되어 활동 중이다. 각 단위의 센터마다 그 마을의 개괄적인 경관 비젼과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있으며, 각 사업마다 주민들의 토론을 거친 후 구청과 협의하여 자신의 마을의 도시경관계획을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세타가야구의 마을만들기 센터들은 구청의 지원 하에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만들기를 주도해가는 곳으로 유명하여 한국에서도 마을만들기의 벤치마킹 지역으로 많이 회자된다. 녹도와 포켓파크가 어우러진 세타가야의 주택가는 노인들과 아이들에게는 주택가로서는 천국이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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