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우 양평정신건강의학과 원장

싸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 강박증, 결벽증상, 스틸녹스, 할시온, 자낙스… 수도 없이 많은 정신건강의학과적 용어가 이렇게 언론에 나오는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로서는 직업적 궁금증 때문에 소극적인 추측이야 해볼 수 있지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환자 의사간의 원격진료를 강력하게 추진하던 그분께는 다행일지 모르겠지만 대면 진료를 하지 않으면 이렇게 많은 정보가 있어도 그분을 진단할 방법이 없기 때문입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문화적 오해와 비과학적인 진단․치료가 난무하는 한국 정신건강의학 현실에 이보다 더한 오해가 가중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전에도 알코올중독과 관련해서 언급한 일이 있지만 수면제는 물론이고 알코올, 심지어 마약조차도 사용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독을 일으키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사용해도 해악이 없다는 말은 결코 아닙니다. 중독은 현재 ‘의존’이라는 용어로 대체되고 있는 중인데, 내성과 지속성, 금단현상으로 인한 현실생활에서의 장애를 동반해야만 합니다.

요새 왜곡된 언론 보도로 수면제를 사용하면 기억상실, 환각과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무조건 생긴다는 선정적인 기사가 많습니다. 그런 반응을 일으키는 분은 극히 일부일 뿐이고 그에 대한 대체 치료약도 많습니다. 다만 그런 반응이 일어났을 때 그것이 약 때문인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이 반응은 스틸녹스(성분명 졸피뎀, Zolpidem)의 특징적인 증상인데, 이런 증상이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것도 아니며, 나타나지 않는 환자는 충분히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약입니다. 2013년에 이미 FDA(미국 식약청)에서 이에 대한 초기 사용용량 감량 경고가 나온 상황이지만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아닌 이상 이 사실을 잘 모르고 항불안제보다 안전한 수면제인 것으로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 이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더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하나 강박불안장애와 강박성 성격장애와의 차이에 대한 오해가 생길까 하는 것입니다. 강박불안장애 환자는 자신의 내적인 갈등에 의한 불안을 강박사고와 행위를 통해 해소하는데, 자신의 증상 때문에 괴로워서 고치려고 무수한 노력을 반복하는 질환을 앓고 계시는 분입니다. 자신의 증상을 잘 알고 있는 분인 것입니다. 그런데 강박성 성격장애자는 자신의 지식, 올바름과 선악에 대한 객관적 자기검증 없이 자신의 생각이 올바르다고 생각하고 내면 성찰을 회피한 채 주변 사람들에게 그것을 강요하는 생활양식을 보입니다. 사소한 세부 문제에 집착해 큰 흐름을 놓치고 일을 끝마치지 못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또 메마른 감정표현과 정서적 억제, 경직된 사고방식, 대인관계의 제한과 권위주의적 사고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믿고 따르려는 신념 자체가 왜곡되고 잘못된 것일 경우 사이비 종교를 믿거나,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 쿠데타를 일으키거나 독재의 전횡을 일삼을 수도 있겠지요. 이름이 비슷해 오해가 많아지게 될까 걱정입니다.

또 하나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사람은 어떤 한 성격의 형태로만 설명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강박성격, 히스테리스성 성격, 반사회성 성격, 편집성 성격 등등의 여러 측면이 상호 보완적으로 존재하면서 사회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어떤 인격으로 존재합니다. 하지만 어떠한 특정 성격이 너무 큰 부분으로 커지면 그 사람은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자기만 자신이 그러고 있는지를 모르는 성격장애자가 됩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힘이 없을 때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자신이 수그러들지만 그러한 사람이 힘을 가지게 되면 히틀러처럼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뜨릴 수도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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