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식업 성공스토리> 능수엄마

57회 나이 어린 주방장

 

아암 그래야지. 그런데 자신을 강하게 단근질하는 건 좋지만 너무 경직되어도 못 써. 자신을 독단에 빠뜨리지 말라는 거지. 멋을 말하는 거야. 그 멋 중에서 가장 매력 있는 멋이 거침없음이지. 지금 내가 말한 자유가 뭔 뜻인지 알겠어?

 

“화근이라뇨?”
“별 건 아니고…”
그는 너무 노골적이다 싶었던지 말꼬리를 흐렸다. 나는 말을 에둘러서 그의 속을 떠보았다.
“저희는 손님이 그대로고, 대승옥은 손님이 늘었으니, 그 영향이 다른 데로 파급되었을 텐데… 모금정은 어때요?”
“영향이 크죠. 현상유지가 힘들 정도에요.”
“그래도 재력이 탄탄하니까 밀고나가다 보면 잘 될 때가 있겠죠.”
“경험 없는 우리 눈으로 봐도 싹수가 훤히 보여요. 성공할 쪽과 실패할 쪽이 선명하게 드러나죠. 투자도 원리를 알고 대들어야 하는데… 많이 배운 셈예요.”
“배우시다뇨?”
“모금정 친구에게 자주 놀러오다 보니 먹는장사가 뭔지 눈에 보이거든요.”
“요즘은 모금정에 자주 오시나 봐요?”
“공부하러 오죠.”
“업소를 차리시려고요?”
“그럴까 해서…”
이때다 하고 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말씀하시는 걸로 봐서 혹 모금정에 투자한 건 아니신지....”
“솔직히 말씀드려서 투자는 아니고, 돈을 좀 꿔줬죠.”
“네? 박 사장 같은 부자가 빚을 지다뇨?”
“겉과 속은 달라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이 사람이 왜 그런 비밀을 털어놓는 걸까? 저의가 궁금했다. 혹 모금정을 인수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친 건 아닐까? 그렇게 내비침으로써 내 속을 떠보려는 걸까? 그런 식으로 아예 내게 앞발을 내리고 항복함으로써 노골적으로 접근하겠다는 걸까? 그럼 내게 접근해서 뭘 노리겠다는 거지?

 

#
나는 미스 강에게 손님과의 대화 요령을 수시로 가르쳐주었다.
“우선 상대방의 심리를 파악할 줄 알아야 해. 우리가 한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사람을 대하며 산다는 셈이잖아. 그러니 남의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성공할 수 있어. 능수엄마는 손님을 대하는 솜씨는 천부적이지만 그것으론 한계일 수밖에 없어. 미스 강은 공부를 해야 해. 연구하라는 말이지. 무슨 말인지 알아?”
“네.”
“상대방의 말 한마디를 가지고도 그 사람의 인간성은 물론 지식, 교양, 정서, 양심, 신용 등 인격의 모든 구성요소를 파악할 줄 알아야 성공해. 그걸로 봐서 사람을 많이 상대하는 마담직이 안성맞춤이지. 그냥 일과처럼 하루하루를 보낼 게 아니라 갖가지 겪은 일을 분석하고 검토해보란 말야.”
“네.”
“역시 미스 강은 희망이 있어. 맘 놓고 헤엄쳐봐. 춘천옥을 바다로 생각하고.”
“그럴게요.”
“실수는 내가 커버할 테니 거침없이 행동하라구. 거침없이가 뭔 말인지 알아?”
“제 방식대로 하라는 말씀이죠?”
“맞아. 말이 통하는군.”
미스 강이 밝게 웃었다. 나는 그녀의 어깨를 다독거려주었다.
“앞으로는 소설도 읽어 봐. 소설 속에는 온갖 세상이 다 그려져 있으니 인생 공부에 가장 요긴한 책이지.”
“저도 학창시절에 좀 읽었어요.”
“재밌었어?”
“예.”
“한 달에 한 권만 읽어도 좋아. 그러다 취미가 붙으면 두 권, 세 권 늘려가라구.”
“예”
“요즘 손님들 반응이 어때? 대승옥에 대해 말하는 손님 있어?”
“종종요.”
“뭐래?”
“어딘지 좀 어설프대요. 춘천옥에 오면 마음이 놓이는데 대승옥은 뭔지 좀 불안하대요. 맛도 어딘지 좀 다르고요.”
“요즘 말로 2%가 부족하다는 말이겠지. 하지만 모든 사업은 그 2%가 성패를 좌우하거든.”
“그래서 떠봤걸랑요. 춘천옥 맛과 다르냐고요. 손님들은 여전히 다르다고 대답했어요.”
“우리 미스 강 대단하군. 그런 생각도 했어?”
“어머, 사장님은 저를 어리게만 보셨어요? 저도 철들었어요. 아주 약거든요.”
미스 강이 환하게 웃었다.
“그래? 그동안 내가 미스 강을 저평가했나? 자, 그럼 우리 새 출발해요. 마담님.”
“그래요 사장님.”
미스 강과 나는 흐드러지게 웃었다. 여름이 익어가고 있었다. 연두색 산야가 어느새 진초록으로 짙어지고 있다. 모처럼 계절을 느껴본 그 여유가 향기롭기만 했다.
“미스 강 덕에 모처럼 먼 산을 구경해보는군. 그동안 미안했어. 내가 다른 일에 몰두하다 보니 미처 미스 강의 재능을 발견하지 못했던 거야.”
“무슨 말씀이세요. 저를 이만큼이나 켜주셨잖아요. 저는 춘천옥에 와서 부쩍 컸어요. 제가 비밀 얘기 하나 털어놓을까요?”
“응”
“제가 왜 함부로 남자를 사귀지 못하는지 아세요?”
“왜?”
“암 때고 사장님 같은 남자를 찾아야 연애할려구요.”
“고마워. 그런 각오였다니 대단해. 나를 춰준 말이라 고마운 게 아니고, 나라고 하는 사물을 어른스레 분석한 것이 대단해. 앞으로 미스 강은 큰 인물이 될 거야. 미스 강이 자랑스러워. 날이 갈수록 놀랍기만 해.”
“요즘은 진짜 용기가 솟구쳐요. 멋진 사업가가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아암 그래야지. 그런데 자신을 강하게 단근질하는 건 좋지만 너무 경직되어도 못 써. 자신을 독단에 빠뜨리지 말라는 거지. 멋을 말하는 거야. 그 멋 중에서 가장 매력 있는 멋이 거침없음이지. 지금 내가 말한 자유가 뭔 뜻인지 알겠어?”
“저도 여고시절에 한참 놀았던 여자에요.”
“뭐야?”
내 말을 알아듣는 미스 강이 놀랍기만 했다. 도대체 이 여자 속의 깊이가 어느 정도일까?
“제가 후라빠로 지낸 것도 그 멋 때문이 아닐까요?”
“허어, 우리 착한 이쁜이가 한때 깡패였다구?”
“깡패는 아니고요, 좀 튀었죠.”
“어쩐지 성질이 더럽더라.”

김용만 소설가(잔아문학박물관 관장)

“저는 일부러 길가에 오줌을 싸볼 때도 있었어요. 눈에 안 띄는 데서.”
“히야, 대단한 여자군. 기왕이면 광화문 네거리에서 싸봐.”
“제가 못됐죠?”
“아냐. 잘했어.”
“그 짓이 잘한 거라구요?”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