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마을, 왜 만들어야 하는가> 성종규 서종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

아름다운 마을을 찾아가는 여행 38

 

마을의 주민들이 힘만 합치면 그다지 어렵지 않게 아름다운 마을경관을 만들 수 있는 콘텐츠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포켓 파크’(pocket park)라고 불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쌈지공원’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규모가 작고 아담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원이라 함은 비교적 대규모로 조성되어 왔다. 일본에서는 오래전부터 생활환경의 개선을 위하여 지자체나 민간이 공원을 조성할 경우 국고 보조비를 지급하여 왔는데 그 때 공원의 기준은 500㎡(약 150평) 이상을 말한다.

그러나 주거환경이 밀집화되고 토지가격이 상승하면서 날이 갈수록 공원을 만들 수 있는 여력은 줄어들어 왔다. 밀집화로 인하여 사유재산이 아닌 공공부지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사유재산을 수용하여 공원을 조성하려면 그 비용부담이 엄청나 엄두도 못 낼 지경에 이르렀다. 더구나 한 뼘의 땅도 공공에 양보하지 않으려는 사회적 풍토에서는 꿈도 꾸기 어렵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의 경우는 건설회사가 단지 내의 공원을 조성하지만 그 비용을 분양대금에 반영했으며 외부인의 출입을 막는다.

한낮의 나무그늘을 이룬 페일리 파크(Paley Park).

그러한 추세에서 탄생한 개념이 포켓 파크이다. 포켓 파크는 작은 공원이라는 뜻으로, 도시나 마을의 길모퉁이나 보행자 공간의 일부 등의 자투리땅에 조성하는 공원이다. 그러한 개념으로 최초로 조성된 곳이 미국의 페일리 파크(Paley Park)다. 페일리 파크는 1967년경 미국 맨해튼에 위치한 페일리 일가 소유의 빌딩 사이 사유지에 조성된 것이었다. 페일리 일가는 빌딩숲 사이의 공간을 이용할 방법을 건축가와 상의했고, 아름다운 작은 공간을 만들면서 빌딩숲에 생명의 기운을 불어넣었다.

밤의 조명을 밝힌 페일리 파크.

390㎡(약 120평)의 크기의 공원 안쪽 벽에 약 6미터 높이의 벽면 폭포를 설치하여 마치 영화관에 스크린을 설치한 듯한 배경을 삼고 양쪽 옆면에는 담쟁이덩굴을 두텁게 올려 공간 전체를 차량의 소음 대신 폭포소리가 감돌게 하였다. 그리고 그 공간에 듬성듬성 키가 큰 활엽수들을 식재하고 그 아래로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탁자와 의자들을 배치하여 빌딩숲이 아니라 자연의 숲에 와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회색 도시의 자투리 공간을 자연과 휴식과 소통의 공간으로 전환시킨 기발한 발상으로 페일리 파크는 일약 유명해졌다. 심지어는 결혼을 앞둔 커플들이 페일리 파크의 폭포 앞에서 웨딩사진을 촬영하기도 했다.

페일리 파크는 사유지이지만 공공의 공간으로 제공된 곳이다. 그러한 분위기에 따라 그 이후 포켓 파크는 사적인 공간보다는 공공장소에 많이 적용되기 시작한다. 도시나 마을의 자투리 공간에 조성되어 주민의 휴식공간이나 시민들의 문화 공간, 나아가 아이들의 놀이공간으로까지 역할을 하고 있다.

페일리 파크는 사유지에 사적으로 조성한 공원이지만 시민들의 자유로운 휴식장소로 공공에 제공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0년경부터 마을만들기의 중요한 콘텐츠로 자리 잡아 확산되어 왔으며 주민들이 행정관청의 협조를 얻어 공공공간에 직접 조성하고 스스로 관리까지 담당한다. 일본 정부도 공원 조성에 대한 국고보조금 지급 기준을 완화하여 포켓파크의 조성도 지원한다.

작은 공간은 그 나름대로 큰 공원보다 장점이 있다. 아담한 규모를 활용하여 디자인을 여러 가지로 시도해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작은 공간 안에서 나누는 사람들의 휴식과 소통은 훨씬 인간적이고 매력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쁘고 작은 공원이 있는 곳들을 몇 군데 찾아가 보도록 하자.

저작권자 © 양평시민의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