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생들의 건축동아리 ‘비버아저씨’

건축동아리 ‘비버아저씨’ 참가자들이 완성된 작품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17일 오전 10시 지평면 청소년카페 ‘날개’에 건축동아리 ‘비버아저씨’ 동아리회원들이 모였다. 이날은 6개월 동안 진행된 정규수업을 마무리하는 날이다. 9명의 학생들은 완성된 모형작품과 설계도패널을 살펴보고 기념사진을 찍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완성된 작품은 오는 22~24일 지평중학교 축제 동아리전시회에서 전시될 예정이다.

건축동아리 ‘비버아저씨’는 정혁진(연성대 건축과) 교수의 재능기부로 지난해부터 운영됐다. 올해는 지난 5월21일 오리엔테이션을 거쳐 28일부터 본격적인 수업을 진행했다. 건축학 개론과 건축구조학 특강(조승호 박사)으로 건축이론 공부를 하고, 아라리오 뮤지엄(옛 공간사옥) 및 북촌 한옥마을, 동대문 디자인플라자, 헤이리예술마을 및 파주출판단지 ‘지혜의 숲’으로 현장답사를 다니며 건축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안목을 길렀다.

6월부터 2회에 걸쳐 살고 싶은 집을 그렸다. 토론을 통해 주택의 개념을 도출하고 각자 자신이 살고 싶은 집을 구상해 발표했다. 정 교수는 설계과정을 지도하며 비현실적인 것을 현실적인 것으로 바꿔주고, 학생들과의 대화를 통해 어떻게 가능한지 기술적인 자문을 해줬다. 임병익(지평중1)은 창문이 많아 탁 트인 주변 경관을 볼 수 있고, 혼자 살기 편안한 집을 설계했다. 이예림(지평중1)은 “친구 따라 참여했는데 설계하는 게 재밌었다”며 “동물들과 함께 살 집을 설계했는데 공간을 마련하는 게 복잡해서 캣타워처럼 지붕을 동물거처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장유나(지평중3)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수업이다. 올해는 학교 건물을 설계했다. 학생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중심으로 설계하고, 2층에는 별을 관찰할 수 있는 망원경도 설치했다. 건물외형은 곡선을 사용해 부드러운 인상을 주었다. 그는 “처음 설계도에는 많은 방이 있었는데 또래상담실 등에 중심을 두면서 포기해야할 것들이 생겼지만 만족한다”고 평했다.

정혁진 건축과 교수의 지도를 받으며 자신이 디자인한 집의 모형을 만들었다.

9월부터 평면․입면도 형식을 갖춘 설계스케치와 도면을 바탕으로 모형 만들기에 돌입했다. 치수와 축적을 이용해 자를 대고 도화지에 도면을 그리는 과정도 어려웠지만 도면에 따라 우드를 자르고 붙이며 모형을 만드는 과정 또한 만만치 않았다. 표성민(지평중3)은 “혼자 하려면 힘들고 시간도 많이 걸렸을 텐데 대학생 형․누나들이 도와줘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며 고마워했다. 표승우(지평중2)는 “창문이 많아서 자르기 힘들었다”며 “생각보다 깔끔하게 안 나왔지만 모형이 마음에 든다”고 했다. 공찬우(지평중1)는 “교수님이 강의만 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 만들어본 게 좋았다”며 “평면도는 집 구석구석을 잘 알기 힘든데 입면도를 만들어보니 실제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실용성이나 기술 교육은 언제나 가능하지만 상상력은 그렇지 않다. 중1~2학년이 최적기인 것 같다”며 “상상력을 건축작품으로 어떻게 이끌어낼 수 있을지 교육방법을 다양하게 고민하다보니 나 자신도 공부가 많이 됐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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