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콘테스트

‘제4회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콘테스트’를 마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평군은 지난 7~8일 양평쉬자파크 내 산림교육센터에서 ‘제4회 행복공동체 지역 만들기 콘테스트’를 개최했다. 콘테스트 결과 28개 마을이 뿌리마을로, 15개 마을이 기둥마을로, 3개 마을이 열매마을로 승급했다.

발표는 68개 마을을 6모둠으로 나눠 이틀에 걸쳐 진행됐다. 마을임원이 1년 동안의 활동과 향후 발전계획을 프레젠테이션을 이용해 제한된 시간 안에 발표하고, 주민참여위원 5명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7일 첫날은 서후1리․화전2리 마을축하공연에 이어 29개 새싹마을과 10개 뿌리마을이, 둘째 날인 8일은 상자포리 마을축하공연에 이어 20개 뿌리마을과 9개 기둥마을이 발표했다.

병산2리․화전2리 마을축하공연을 끝으로 점수집계 결과가 발표됐다. 발표평가 40%, 현장평가 40%, 읍면평가 20%의 점수를 합산해 총 점수가 70점 이상이면 뿌리마을로, 80점 이상이면 기둥마을로, 90점 이상이면 열매마을로 각각 승급한다.

심사결과 신복3리를 제외한 28개 새싹마을이 뿌리마을로, 봉상2리․회현2리․오빈1리․문호1리․갈운2리를 제외한 15개 뿌리마을이 기둥마을로 승급했다. 9개 기둥마을 중 양서면 목왕3리, 청운면 삼성2리, 강상면 병산2리가 마지막 단계인 열매마을로 승급했다. 선정된 마을에 대해서는 뿌리마을 1000만원, 기둥마을 2000만원, 열매마을 3000만원의 사업비가 각각 지원된다.

높은 주민참여도… 마을정관 토대 민주적 리더십 갖춰야

행복공동체 지역만들기 콘테스트에서 승급 여부를 좌우한 것은 현장평가다. 1년 동안 시행한 사업을 설명하는 발표평가나 읍면 평가의 경우 점수 차이가 크지 않다. 90점 이상을 받아야 승급하는 열매마을의 경우 예상을 깨고 9개 기둥마을 중 양서면 목왕3리, 강상면 병산2리, 청운면 삼성2리 3개 마을만이 승급했다. 세 마을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현장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이다.

현장평가는 다섯 가지 항목을 통해 마을의 기본기를 중심으로 실사한다. 평가항목은 이장의 민주적 리더십, 임원회의, 주민참여도, 마을운영의 기초구조, 마을정통성 등이다. 임원회의 회의록을 통해 정기적인 논의구조를 가지고 있는지, 이장을 제외한 마을임원들이 헌신적으로 참여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마을환경개선활동, 주민화합행사 등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수를 통해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마을일에 봉사하는 주민들의 공동체성을 평가한다. 마을운영의 기초가 되는 정관, 회원명부, 사업자등록을 갖추고 있는지도 중요하다. 마을족보, 역사 찾기 등은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역사를 쌓아갈 수 있는 정체성을 공유하고 있는지를 가늠하는 잣대다.

열매마을로 승급한 양서면 목왕3리, 강상면 병산2리, 청운면 삼성2리 3개 마을 이장과 임원에게 지역만들기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마을규약과 민주적 리더십… 주민참여 이끌어내”

행복공동체 병산2리

병산2리는 137가구 중 70%가 주말거주 가구다. 2012년 이전에는 정형화된 규칙 없어 이장을 선출하거나 마을일을 결정했다. 이장이 제안하고 몇 사람이 찬성하면 박수로 통과시키는 식이었다. 주민의 70%에 달하는 이주민과의 교류도 없는 상태였다.

이만수 이장은 토박이로 마을에서 쭉 살아왔지만 직장생활을 하느라 마을 일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은퇴 후 2012년 이장으로 선출되며 이왕 사는 것 보람 있게 살고 싶고 마을발전에 기여했다는 긍지를 느끼고 싶었다.

2013년 지역만들기 교육을 받으면서 마을규약, 운영위원회 구성 등 기초토대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인간적인 갈등도 많았지만 1년 이상 거주한 이주민은 가입비를 내고 회원 규약을 통과하면 어려움 없이 대동회원이 될 수 있도록 규약을 만들었다. 비밀투표, 과반수이상 찬성이라는 선거절차를 만들고, 이장임기를 3년 임기에 연임 1회로 정했다. 운영위원회의를 정기적으로 열어 민주적 의사결정의 토대를 만들었다.

조직을 만든다고 주민참여가 자동적으로 되는 것은 아니다. ‘더불어 잘 살자’는 기치 아래 마을입구 저수지둑 제초작업, 백병산 등산, 대보름행사, 마을소식지 발간 등 주민이 함께하는 행사를 꾸준히 열어왔다.

마을운영의 기초구조를 토대로 올해는 주민소득창출을 위한 두부체험 준비를 시작했다. 두부를 만들어 공급하던 주민 몇 명이 ‘두부할매’로 나서 한 달에 두 번 두부를 만들어 판매하며 체험준비를 해왔다. 내년에는 두부체험, 등산, 민박을 결합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마을저수지 주변을 수변공원으로 조성하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 창조마을시범조성 공모를 준비 중이다.

이 이장은 “처음 지역만들기를 할 때는 면내 이장들이 왜 하냐고 회의적인 반응이었지만 이제는 부러워한다”며 “리더들이 자기 희생정신으로 앞장서니 주민들의 의욕도 생기고 단합도 잘 된다”고 말했다.

 

주민화합을 위해 마을행사에서 요리는 부녀회, 설거지와 청소는 남자들이 맡는다.

“설거지는 아버지 몫… 주민 화합하니 행복이 절로”

목왕3리 양평한음마을 행복공동체

양서면 목왕3리는 이주민이 늘면서 지난해 분리된 마을이다. 2008년 30가구 50여명이던 주민수가 69가구 150명으로 증가했고, 이주민 비율이 80%인데 그중 70%정도가 거주민이다.

김원용 노인회 사무장은 “가화만사성이란 말도 있듯이 여자들이 똘똘 뭉쳐야 동네가 편안하다”며 “마을담당 부녀회, 새마을담당 부녀회로 나눠 새마을부녀회 위주로 일을 하는 곳이 많은데 목왕3리는 부녀회가 하나로 뭉쳐 마을 일을 위주로 활동한다”고 소개했다. 지난 2월 부녀회를 재점화하자는 의미로 자장면 파티를 열기도 했다. 자주 만나 얼굴 보고 남의 뒷말 안 하고 다과도 나누며 ‘얻는 게 있으니 나오면 손해는 안 난다’는 인식이 퍼졌다. 마을회관 2층을 휘트니스카페로 리모델링해 부녀회원을 대상으로 요가수업도 진행한다.

박종호 이장은 주민화합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으로 마을행사에서 남자들이 설거지를 도맡는 것을 들었다. 매달 첫째 일요일 20~30명의 주민이 참여해 회의를 한 후 식사와 청소를 함께하는데 요리는 부녀회, 설거지와 청소는 남자가 한다. 집에서라면 부엌 근처에도 안 갈 남정네들이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 ‘마음이 편하고 흥이 있는 행복공동체’라는 지향을 보여준다.

수익사업으로 2만4000㎡ 공유지에 작두콩, 팥 등을 공동 재배해 올해는 작두콩차를 만들었고, 기능성 된장․간장 개발도 추진 중이다. 내년에 판로개척을 고심 중이다. 주민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참여 정도에 따라 주민봉사 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향후 수익이 발생할 경우 배당기준으로 삼을 일종의 주식이다.

목왕3리 운영위원회 내에는 ‘역사보존회’라는 특별한 조직이 있다. 한음유적지라는 마을 특성을 살려 유적지를 관리․홍보하고, 관련 역사를 연구하고, 한음정신사상 교육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박 이장은 “지역만들기는 주민들의 리더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며 “양심껏 잘 하고 있다고 주민들이 믿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마을 뒷산에 조성한 산나물재배단지를 가꾸기 위해 노인회와 청년회를 주축으로 연 7회 정도 울력한다.

“나이 많아도 활동해야 행복… 주민위한 노인요양원 꿈꿔”

행복공동체 삼성2리

삼성2리는 89가구 중 주말에만 머무는 이주민을 제외하면 50가구 정도가 상주한다. 이주민 비율은 50%정도로 낮은데, 대동회 회의에 참석하는 가구가 80가구 정도로 참여율이 높다.

65~75세가 대부분인 고령화마을인 만큼 지역만들기에 대한 노인회의 참여가 큰 힘이다. 노인회 기금을 노인회원들끼리 쓰는 곳이 많은데 삼성2리는 마을이 함께 쓸 정도다. 마을 뒷산에 조성한 5만6000㎡ 산나물재배단지를 공동으로 경작하는데, 연 7회 정도 노인회와 청년회를 주축으로 울력한다. 첫해 노인회원 30~40명이 참여하다 몸살이 나자 이듬해부터 타지에 나가있는 자녀들, 출향인을 불러 함께하며 동네잔치를 연다.

자매결연을 맺은 농협중앙회 투자금융부 직원들도 명예리민으로 연 2회 마을 일에 참여한다. 일회성 행사에 그치기 쉬운 도농교류를 실질적인 교류와 봉사로 발전시켜 농․특산물 직거래도 하고 모내기, 깨 털기 등 농사에 필요한 일손을 보탠다. 올해는 마을교육공동체 일환으로 청운중․고 학생 29명이 마을회관에서 옥수수를 이용한 음식 만들기 체험을 했다. 오랜만에 학생들로 북적이며 마을이 활기를 띄었다.

산나물재배단지에는 두릅, 취, 개복숭아 등이 자라고 있다. 소득에 매달리기보다는 안 팔리면 주민들이 먹어도 된다는 생각으로 욕심을 버리고 한다. 현재 농협수매를 하고 있는데 직거래로 차츰 돌리고 마을기업 설립을 통해 일자리도 만들 계획이다.

서명원 이장은 “지역만들기를 해보니 80대도 움직여야 건강하다는 걸 알았다”며 “노인인구가 많은 마을의 특성상 장기적으로는 주민이 서로 보살피는 건강요양원을 꿈꾼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내년에 들어설 수박 선별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골밥상을 운영해 기금의 일부를 충당하고, 50대 주민 중 일부가 노인요양보호사 자격취득 과정을 밟는 등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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