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엔 이웃을, 도시엔 고향을’

주말농장·그림음악회·토크콘서트 등
‘농촌공동체’ 실현 위한 다양한 시도

 

“농담(農談) 나랑 지금 하냐?” 한 개그코너의 말장난처럼 보이는 이 말은 창농 교류회 팜파티의 제목이다. 여기서 농담은 ‘농촌을 담다’는 뜻의 줄임말이다.

재기발랄한 청년들이 양평읍 창대리의 한 농기계 창고를 고쳐 무언가를 만들었다. 농어촌의 번영을 위한 다양한 기획을 하겠다는 목표로 만든 곳, 농번기 예술마당이다. 회사 이름인 ‘㈜농번기’ 역시 농어촌번영기획을 줄인 말이다.

㈜농번기의 윤영하 대표(오른쪽)와 김수남 이사는 창대리 꽃동산에 있는 ‘농번기 예술마당’이 농촌공동체에 활력이 되기를 소망한다.

농번기를 이끌어가는 윤영하(32) 대표와 김수남(45) 이사는 지난해 한 귀농귀촌 교육장에서 우연히 만났다. 강원도 미래농업교육원이 스마트 농업의 확산과 예비 창농인들의 성공적인 창농을 위해 강원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시범 운영한 1기 스마트 창농 아카데미에서다. 마음이 통한 두 명은 ‘농촌에서 뭘 하고 싶은데 같이 해보자’고 의기투합했고, 나중에 고영(32) 플래너가 합류하면서 세 사람은 농번기 예술마당을 만들었다.

농번기는 경기도가 지난해 11월 콘텐츠 스타트업(신생기업)의 국내 투자유치 지원을 위해 마련한 ‘EXIT HUB 2차 데모데이’에도 도내 7개 기업과 함께 참가했다. 스타트업이 개발한 시제품과 사업모델 등을 투자자에게 공개하는 행사로, 경기도 콘텐츠 창업 전문 지원시설인 ‘경기문화창조허브’의 초기 벤처 성장을 위한 투자 유치 프로그램이다. 데모데이는 모바일 게임인 ‘파이러츠워’로 유명한 인디게임 개발사 ‘이디오크러시’, 유아동 창의놀이 방문서비스 회사 ‘아이랑놀기짱’, 청각장애인을 위한 의료보조기구 제조사 ‘유퍼스트’ 등 각 분야의 쟁쟁한 기업들이 참가했다.

농번기가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소단위 농어촌 체험 서비스를 콘텐츠로 스타트업 데모데이에 참가하고, 또 주목을 받을 수 있었던 요인은 재밌는 일을 하고 싶었던 세 사람이 즐거운 상상을 펼쳤기에 가능했다. 농번기가 개발한 모바일 앱 ‘농담’은 농촌의 모든 일상을 체험할 수 있는 농촌 유람 플랫폼이다. 귀농귀촌을 포함한 농촌의 자원을 연계한 서비스와 테마별 농촌 여행코스, 농가주택이나 마을회관의 게스트 하우스 활용 정보, 맛집, 지역행사 등을 안내하고, 농촌상품의 브랜드 네이밍이나 아이디어 기획부터 디자인, 제작, 홍보까지 담당한다.

지난 7월 열린 창농 교류회 팜파티 장면.

오프라인의 농번기 예술마당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더 많다. 도시민을 위한 주말농장이나 양평으로 귀농·귀촌한 이들을 위한 교육·강연 행사도 연다. 음악을 들으며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시멘트 벽면에 작품을 걸면 그대로 갤러리가 된다. 지난 7월에는 창농 아카데미에서 만난 김숙영 평창음악그림회 회장과 인연이 되어 인디밴드 ‘수줍은 옥타브’와 토크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 때는 창대리 마을부녀회에서 풍성한 음식까지 준비해줘 창농 교류회 팜파티에 온 100여명이 양평의 농촌을 제대로 담고 갔다.

김수남 이사는 “농번기라는 회사가 아직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문은 언제나 활짝 열려 있다”며 “농번기 예술마당이라는 공간이 농촌공동체에 활력이 되고 마을이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양평읍 생활체육공원에서 산책로를 따라 이어진 창대리 꽃동산은 봄이 되면 진달래가 만발하는 곳으로 유명해 오래전부터 주민들에게 소풍장소로 사랑받는 장소다. 농번기 예술마당의 창고는 겨울임에도 꽃동산의 매력적인 풍경 때문인지 오고가는 사람, 젊은이의 흔적들로 온기가 가득하다. 그곳에서 더 많은 흔적들로 채워질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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