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문산 산나물축제 ‘경기도 10대 축제’ 탈락

명쾌한 콘텐츠·항구적 조직·연속성 승패관건

 

현재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축제를 모두 헤아리면 1만개에 이른다고 한다. 이처럼 축제가 많아진 배경에는 지방자치제의 정치적인 배경도 무시할 수 없다. 행정가인 동시에 정치인의 영역을 넘나드는 자치단체장 입장에서 지역축제는 세금을 활용해 유권자들에게 인상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합법적으로 얼굴을 알릴 수 있는 매우 요긴한 통로다.

양평군의 대표적인 축제는 용문산 산나물축제가 경기도와 경기관공사가 최근 발표한 ‘2017년 경기도 10대 축제’에 들지 못했다. 2014년 첫 선정 이후 3년 연속 10대 축제는 물론 내심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기를 바랐던 양평군으로선 실망과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내년 경기도 10대 축제는 가평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연천구석기축제, 이천쌀문화축제, 여주오곡나루축제, 시흥갯골축제, 수원화성문화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안성남사당바우덕이축제, 부천국제만화축제, 파주장단콩축제 등이다. 올해 10대 축제에 들지 못했던 파주장단콩축제가 용문산 산나물축제를 밀어냈다.

용문산 산나물축제에서 산적 분장을 한 사람들이 행사장을 뛰어다니고 있다.

양평군 관광진흥과 관계자는 “용문산 산나물축제가 0.5점 차이로 내년 10대 축제에서 탈락한 것”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무엇이 0.5점의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경기도 10대 축제가 성공적인 축제의 절대적인 좌표가 아니더라도 이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경기도 10대 축제는 경기관광공사와 외부 전문가의 맞춤형 전문 컨설팅과 홍보 지원, 축제 담당자 특별 교육 등의 혜택을 받는다. 또 문화관광축제에 선정되면 해외홍보마케팅과 핵심 콘텐츠 개발·운영, 주민교육 등 역량강화를 위한 추가 국·도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예산과 함께 유·무형의 지원이 뒤따른다.

다만, 지자체들의 치열한 축제 마케팅 전쟁 탓에 문화관광축제는커녕 경기도 10대 축제에 선정되기가 이전처럼 녹록치 않다는 게 과제다. 전국 단위의 문화관광축제에 경기도 축제가 무려 4개나 포함돼 있는 현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문화관광축제’는 전국에서 개최되는 수많은 지역축제 중에서 관광상품화 가능성이 높은 축제를 문체부가 인증하는 관광브랜드다. 올해는 대표축제 3개, 최우수축제 7개, 우수축제 10개, 유망축제 23개 등 총 43개의 축제가 선정됐다. 문화관광축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원기간 한도(일몰제)를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고, 유망축제는 일몰제를 폐지해 자유롭게 경쟁하는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또 등급별로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차등해 직접 지원(총 60억원)하고, 한국관광공사를 통해 홍보, 마케팅 등 간접 지원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대표축제를 졸업한 보령머드축제,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 진주남강유등축제는 ‘글로벌축제’로서 세계 속에 대한민국 축제의 인지도를 넓혀나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
‘문화관광축제’ 대표축제
“주민이 좋아하는 축제”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은 올해 문체부의 문화관광축제 ‘대표축제’로 선정됐다. 대표축제는 김제지평선축제, 화천산천어축제와 함께 국내 단 3개뿐이다. 가평 자라섬을 아시아 최고의 재즈페스티벌로 기획한 이는 인재진 감독이다.

인재진 감독은 지난달 29일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축제의 성공비결로 연속성, 조직의 항구성, 명쾌한 콘텐츠, 풍부한 먹거리, 편의시설 등 5가지를 꼽았다. 인 감독은 “축제는 손님보다 지역주민들이 좋아해야 한다는 게 제일 중요한 요소”라며 “주민의 자발적 참여와 민 주도를 전제로 민과 관이 역할분담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향후 20~30년 동안 축제 속에서 살게 될 것이다. 축제를 성공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빠는 요리왕’ 코너는 전통놀이체험과 함께 가족단위의 축제 참여를 위한 콘텐츠다.

또 “축제를 준비하는 쪽에선 공공예산을 어떻게 받아서 쓸 수 있을지가 굉장히 중요한 요소”라고 했다. 기획, 문화 쪽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무원들을 무시하기 마련인데, 공무원은 굉장히 좋은 비즈니스 파트너라는 것이다. 그는 “먹거리 축제는 기본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다”며 “용문산 산나물축제도 다른 곳과 차별화할 수 있는 독창적인 색깔을 축제에 입히면 경기도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축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효과·지역홍보보단
일단 재미있어야 성공”

“축제는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 양평군이 용문산 산나물축제 등 군내 축제와 관련해 자문을 받고 있는 오순환(용인대) 교수의 조언이다.

오 교수는 지난달 29일 본지와 한 인터뷰에서 지역 축제의 성공요인으로 ‘재미’를 제일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그는 “양평군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는 생각보다는 지역의 입장을 더 고려하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며 “축제를 통해 지역을 너무 많이 알리려 하고 무언가 보여주려는데 급급하다든지 경제효과에 치중해선 소비자의 마음을 얻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오 교수는 “용문산 산나물축제는 기본적으로 우수한 공간성과 확실한 상품성을 갖추고 있다”며 “앞으로 지역의 입장에서 축제를 기획하고 경제효과의 강박성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감성을 건드릴 수 있는 콘텐츠를 확보한다면 산나물축제는 성공할 수밖에 없다”고 확신했다.

 

축제는 본래 우리를 위한 것

용문산 산나물축제. 산촌주막과 산적소굴에서는 전통 막걸리가 판매됐다.

축제는 ‘우리’를 위한 것이다. 그러나 축제 대부분에서 ‘우리’를 찾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축제의 주인공은 어느새 ‘손님’이 됐고, ‘우리’는 그들의 만족을 위해 때로는 무시당해도 되는 존재로 전락한다.

축제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도 뒤집어진 지 오래다. 시민 공동체의 결속은 축제의 목적에서 이미 사라졌고, 그 자리를 관광객 숫자와 그들이 쓰고 간 돈의 액수가 차지하게 됐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반박하기 어려운 당위도 덧붙여졌다.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 돈 많이 쓰고 가는 것이 지역사회를 위한 것이니 ‘우리’는 좀 참으라고 한다면 재미도 없고 그 축제가 성공할 리 없다.

행정과 축제 전문인력, 문화예술인과 시민사회와의 유기적 소통구조를 확보해 수요자 중심의 축제인프라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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