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_2016년 강상 생활문화플랫폼축제

지난 19일 강상다목적복지관에서 열린 ‘제1회 강상산중마을 생활문화예술축제’에서 주민들이 강상재즈시범단․주부시범단과 함께 플래시몹을 펼치고 있다.

‘양평’은 자타공인 예술가들이 많이 사는 곳이다. 그런데 가까이서 그들의 존재와 숨결을 느끼기는 쉽지 않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 생활예술가들이 작품 활동을 하며 살고 있지만 ‘예술’을 주제로 한 주민과의 만남은 거의 없다. 해마다 지역에서 크고 작은 축제가 열리지만 친환경농산물 판매를 위주로 한 행사가 대부분이다.

인적자원이 풍부한 양평에서 특색 있는 예술축제가 열리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술가와 지역주민이 함께 즐기는 축제는 불가능한가? 11월 한 달 강상면에서 의미 있는 예술나눔 축제가 시도됐다. 그 현장을 소개한다.

 

‘제1회 강상산중마을 생활문화예술나눔축제’ 열려

상면에 사는 예술가․생활예술가, 주민이 함께 준비한 생활문화예술나눔축제가 지난 19일 강상다목적복지관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장르도, 나이도, 철학도 다른 예술가․생활예술가가 강상면에 산다는 ‘동질감’ 하나로 어떤 하모니를 보여줄지 기대하며 축제현장을 찾았다.

이번 축제는 강상산중마을협동조합이 경기문화재단의 ‘2016 경기생활문화플랫폼축제’ 사업에 공모․선정돼 1500여만 원의 적은 예산으로 준비했다. 축제 이름은 ‘일곱고을 징검돌.’ ‘일곱 고을’은 교평리․대석리․병산리․송학리․세월리․신화리․화양리 등 7개 법정리를 말한다. ‘징검돌’은 강상의 예술가․생활예술가를 의미한다. 그들이 마을을 이어주는 징검돌이 되어 강상면을 예술이 살아 숨 쉬는 곳으로 만들고,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희망을 일구는 데 함께하자는 취지다.

축제는 오전 11시 길놀이로 문을 열었다. 궂은 날씨 탓으로 공연, 체험 등 야외행사가 모두 복지관 3층에서 진행됐다. 2층은 강의실 두 개를 전시실로 꾸며 지역예술가․생활예술가의 회화, 공예, 조각, 악기 등 30여점을 전시했다.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생활예술가들이 참여해 회화, 조각, 공예, 악기 등 30여점을 전시했다.

2층 복도로 들어서자 안치홍 작가의 나뭇가지 등을 이용한 조형물이 공간에 긴장감을 조성하며 자리를 잡고 있다. 오른쪽 전시실은 박상순․이은주 가구디자이너의 개성 넘치는 의자를 가운데 두고 심명보 작가의 ‘Velvet Rose’와 ‘The Rose’, 이목을 작가의 ‘Smile’, 박상희 작가의 ‘자연으로부터’와 ‘해바리기’ 등 작가의 이름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주제의 회화작품을 배치했다. 시서화(詩書畵)를 하는 임춘봉 작가의 ‘왕유 詩’와 박민자 도예가의 다기 등 동양미 넘치는 작품도 함께 전시했다.

맞은편 전시실은 더 다양한 작품들로 구성됐다. 이철훈 정크아트작가의 ‘부엉이’와 ‘사람’, 노시은 조각가의 ‘SpringⅠⅡ’ 등의 조형작품과 김관영․주구성․박학수 악기장의 국악기가 전시됐다. 생활예술 작품으로는 임경재의 짚풀공예품, 최윤정의 발도로프 인형, 조선경․박효진․원종민의 떡 케이크 등이 선보였다.

전시실 안내를 맡은 백승희(50) 주민자치위원은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어우러져 전시됐는데 문화예술에 관심 있는 중년층이 부담 없이 관람한 것 같다”며 “오늘 하루만 전시돼 아쉽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전, 오후 두 차례로 나눠 진행됐다. 강상아줌마 난타, 강희화의 한국무용, 강상오카리나 연주, 강상두레패의 삼도 사물놀이, 강상재즈시범단․주부시범단의 댄스공연 순으로 이어졌다. 사회자의 즉석 제안으로 댄스공연팀과 주민들이 함께하는 플래시몹도 펼쳐졌다. 아이들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반면 어른들은 생소한 문화에 선뜻 나서길 망설였지만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고 박수를 치며 응원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 순서는 올해 3월 주민자치센터 강좌로 신설된 강상색소폰 퍼커션 연주로 ‘봉선화연정’, ‘소양강처녀’ 등 장년층의 애창곡을 주로 연주했다. 송동열(62) 강상색소폰 강사는 “올해 처음 주민자치센터에 강좌를 개설했는데 여성회원도 참여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며 “공연을 많이 다니진 못하지만 가지고 있는 재능으로 주민들에게 즐거움도 드리고 분위기도 북돋울 수 있어 보람있다”고 말했다.

오전 11시~오후 4시 다양한 생활예술 체험코너가 운영됐다. 붓글씨 체험과 가훈 써주기, 페이스페인팅, 짚풀 달걀꾸러미 만들기, 찹쌀떡 만들기 등을 무료로 진행하고, 고누놀이․산가지놀이 등 옛날놀이 마당도 펼쳐졌다. 팥을 넣은 손난로 만들기 체험을 진행한 이정미(40)씨는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쓰레기는 싫다”며 “일회용 제품 대신 팥손난로를 만들어 쓰레기를 줄이고 자원순환도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축제 당일 생활예술가가 참여해 주민 체험행사를 진행했다. 짚풀공예가 임경재씨의 달걀꾸러미 만들기 체험.

짧은 준비기간과 적은 예산으로 축제를 치르는 데는 강상주민자치위원회의 적극적인 참여와 후원이 뒷받침됐다. 안수연(43) 주민자치센터 사무장은 “주민자치센터 역할은 교육․강좌뿐 아니라 문화․여가, 주민복지, 청소년공부방, 지역문제 해결 등 다양한데 축제를 통해 주민문화 지원을 위한 시도를 했다는 점이 의미 있다”며 “참여 신청이 많았는데 한정된 예산으로 많은 주민에게 혜택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말했다.

 

강상 예술가․생활예술가, 11월 한 달 주민들과 문화 나누기

복지관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강상면 예술가․생활예술가 지도’ 걸개그림을 보며 우리 마을에 사는 예술가를 살펴보고 있다.

강상생활문화플랫폼추진위원회는 지난 3개월 동안 강상면에 살고 있는 예술가․생활예술가 33명을 만났다. 예술가․생활예술가가 주민과 연계해 강상면을 문화예술이 살아 숨 쉬는 지역으로 만드는데 ‘징검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그들을 소개하는 ‘일곱고을 징검돌 지도’ 1쇄를 제작했다. 예술가․생활예술가 33명의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작업장 위치를 표현한 지도다.

서양화가 박상희․심명보․이목을․장청자, 동양화가 이상진, 서필가 이인구, 시서화가 임춘봉, 목공예작가 오요섭․김창남, 조형작가 안치홍, 도예가 박민자, 조각가 노시은, 전통공예가 박상섭, 정크아트작가 이철훈, 가구디자이너 박상순․이은주, 한국무용가 이진영, 국악기장 김관영․주구석․박학수, 유진목과 강상두레패, 수공예작가 배지영․이정미․최윤정, 떡 케이크 전문가 조선경․박효진․원종민, 발효음식전문가 지영자 등이 소개됐다. 이 외에도 마을에서 ‘달인’으로 불리는 병산리 두부할매 7명과 임경재 짚풀공예가, 만능할배 이학규와 감성할매 신정자가 하우스 아티스트로 소개됐다.

6명의 생활예술가가 지난 2일부터 가구, 작은 가야금, 손난로, 떡 케이크, 발도로프인형, 우드펜을 만드는 주민 배움터를 운영했다. 지난 21일 ‘팥알 품은 부엉이 손난로’ 만들기 수업 장면.

추진위원회는 11월 한 달 예술가․생활예술가가 참여하는 ‘예술원정대’ ‘문화플랫폼 배움터’프로그램을 주민을 대상으로 운영했다. 작은 가야금, 가구, 수공예품, 떡 케이크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부터 악기장인과의 대담, 화가가 지도하는 미술체험, 미술작가 작업실 탐방 등 다양한 형식의 만남을 통해 공감대를 넓히는 시간을 가졌다.

8명의 예술가가 악기장인과 이야기 한잔, 일상 속 미술 맛보기, 작업실 탐방, 오브제작품 경험하기 등의 프로그램으로 주민들을 만났다. 지난 16일 이목을 작가 작업실 탐방.

‘악기 장인과 이야기 한잔’과 ‘미술작가 작업실 탐방’에 참여한 김경회(67)씨는 “가까운 곳에 이렇게 많은 예술가가 살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며 “예술에 특별한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가들과 대화해보니 자연 속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이 많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힐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유명 미술관 등에도 가봤지만 이번 축제의 기획력에 놀랐다. 밑으로부터 올라오는 풀뿌리의 힘은 역시 대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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